김태경 강릉원주대 교수
김태경 강릉원주대 교수

[Landscape Times] 오늘 강원도의 어느 산지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조성하겠다고 제출된 사업계획서에 대해 경관심의를 했다. 1주일에 몇 건씩 들어오는 계획서 중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사업이 심심찮게 포함되어 있다. 한동안 풍력발전단지가 대부분이더니 요즘은 태양광발전시설이다. 심의를 시작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곳저곳에 새로운 발전소가 생겨나고 있다. 7월초에는 경북청도의 어느 산중턱에 건설된 태양광발전시설단지가 무너져 내렸고 그 결과 아랫 마을의 농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듯하다. 평생 혹은 대대로 이어왔을 법한 땅인데 하루 아침에 쓸려 버린 것이다. 장마시기이기는 했지만 올해는 기록을 낼만한 강우도 아니었음을 감안하면 부실공사였음에 틀림없다. 사업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 이제 시작단계일 것 같아 걱정이다. 자치단체도 그렇지만 정부는 행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표에 의해 만들어지는 정권의 특성상 많은 표를 가진 쪽의 말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고 다른 의견을 가진 쪽에 대해서는 ‘적’ 혹은 ‘반대세력’으로 몰아가는 인상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원전이 사고를 내면 온갖 매스컴과 환경단체가 들고 일어나던데, 이번에는 잠잠한 것으로 보아 누가 같은 쪽에 있는지 느껴진다.

2011년 3월의 일본으로 가보자. 당시의 상황이 담긴 영상을 생각하면 마치 일본침몰이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는 물론 도쿄까지 유령의 도시가 되고, 오염된 바닷물이 우리까지 덮치는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사능 피폭으로 기형아가 출산되었다든지 유전자 변이에 의해 괴생명체가 나타났다는 말들이 돌아 사람들을 오싹하게 했지만 그야말로 가짜뉴스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었다. 사고의 원인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뭐라 할 것도 없지만 그 이후의 상황을 보면 과연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야 했는가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원전시설의 국유화를 통해 임원진을 교체하면서 사후대처가 비교적 잘되었고, WNA(World Nuclear Association)가 유엔과학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만든 영상을 보면 그 피해는 더 이상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기형아나 괴생명체 보다는 오히려 특정종에게 생존의 문제가 생겨 멸종될 수 있다는 말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이 사건을 호기로 생각했던 듯하다. 원자력발전소를 마치 원자탄처럼 생각하게 했고 그곳의 폐기물은 우리집 뒷마당에서 뚜껑이 열린 채 나뒹구는 것처럼 착각을 하게 했다. 이들과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정부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신재생에너지를 선택했고 국가적 지원까지 결정했다. 전세계에서 ‘핵’ 혹은 ‘원자탄’의 위력을 직접 체험한 국가가 몇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두 번의 끔찍한 경험이 있던 일본이 아직도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대관령을 넘다보면 옛고속도로의 휴게소 땅에 우리나라 풍력발전기 중에 고참급에 해당하는 기계 2기가 문지기처럼 서있다. 초기에 시험삼아 세웠던 것인데, 가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차안에 있어 바람의 양과 방향은 잘 모르겠지만 하나는 잘 돌고 있는데 옆의 것은 정지한 모습이 그것이다. 하도 자주 그런 모습이 보이길래 ‘바람이 반쪽만 부는 것인가? 혹시 전기를 사용해서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머릿속 농담을 하곤 했다. 풍력발전기는 항상성이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바람이 약하면 당연히 안되겠지만 너무 세도 안된단다. 공장의 기계를 중간중간 쉬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니 그럴텐데 과연 좋은 에너지 생산방법인가? 네덜란드는 이웃 국가들 특히, 원전을 사용하는 프랑스와 전력공유를 하기 때문에 항상성이 유지될 수 있어 경제성에서 문제가 없지만 우리는 누구와 그런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가? 그것까지 걱정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다른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나는 그들의 모습을 이야기하려 한다.

어느 때인가 일제가 우리의 정신을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전국의 주요산지에 쇠막대를 박아 놓아 누군가 이를 뽑아낸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그렇게 크게는 가슴울림이 없기는 했지만 조금이나마 풍수지리를 접했던 시절이 있었던터라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그런 일이 있고 얼마 후 우리들의 산에는 대형 바람개비가 서기 시작했다. 풍력발전기! 처음에는 꽤 괜찮은 생각으로 보였고 어느 면에서는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강원도의 산이 키가 커서 바람맞이가 좋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이산저산 흰기둥이 늘어서더니 백두대간과 이어진 줄기로 보이는 산등성이에 쇠막대의 수천 수만 배나 되는 콘크리트 쇠말뚝이 마치 중병에 걸린 환자의 몸에 대침을 꽂아 놓은 듯한 모습이다. 유럽에서는 물론 중국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다. 그들은 바닷 속 혹은 평지에나 설치했는데 왜 우리는 산 위에 그것도 산의 맥을 그리도 중시하던 민족의 후예들이 쇠막대가 뽑힌 자리에 콘크리트 쇠기둥을 꼽고 다니는가? 그것도 정부의 지원아래... 정신적인 측면도 문제이지만 시각적인 문제는 심각한 상태다. 소위 눈먼 돈이라 생각하며 달려드는 업자들에게 경관이 관심대상일 리 없다. 환경부가 중심이 되어 각종 영향평가를 하고는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1열 종대의 바람개비부대가 선봉을 이루더니 대열에 조금의 빈틈도 없는 시커먼 전지판 부대가 농경지와 산등성이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이제 시작단계이기에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속도가 두 배쯤 되는 농촌과 산촌은 급속도로 경관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빨리빨리병’이 여기서도 도진 것인가? 아니면 항상 일본과 비교하여 20~30년 뒤처져 있다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역전을 통해 자존심을 세우려는 것인가?

다소 늦게 만들어져 아쉬움은 크지만 국토의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목적의 경관법은 수준높은 법률이라 생각한다. 특정인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후손들을 위해 국토의 자원을 온전히 넘겨주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탄생할 수 없는 법률이기 때문이다. 이런 높은 수준의 국가에서 행하고 있는 정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에너지 사업의 결과가 어떤 모습의 부메랑으로 우리들에게 그리고 후손들에게 돌아올지 모르겠다. 정부의 입장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결정과 정책이지만 이들이 끼칠 수 있는 해악에 대해서는 눈을 감지 않기를 바란다. 환경위기라는 시대의 특성상 수긍할 수 있는 측면도 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없지는 않다. 그런데 비록 그 설치장소가 우리들의 관심 밖에 있던 곳이더라도 신재생에너지라는 이름으로 그 세상에 병을 옮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벌써부터 재활용이 안되는 전지판쓰레기에 대한 우려의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재생이 누군가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독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신재생에너지도 결국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이라는 지향점을 조금이라도 공유하고 있다면 그들이 들어섬으로써 일그러지는 우리의 산과 계곡 그리고 농경지에 대해서 꼭 한 번 돌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진정 무엇이 불편한 진실인지, 무엇을 후손에게 남겨주어야 하는지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그 책임은 오롯이 우리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 했던 심의는 경관훼손이 클 것으로 예상되어 ‘부결’처리를 했다. 언젠가 이런 계획서가 가끔씩 접수되더라도 경관에 대한 배려가 충실하여 ‘원안의결’로 처리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조경신문]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