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자연의 선물-골프
[조경시대] 자연의 선물-골프
  • 백주영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8.08.14
  • 호수 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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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영 랜데코 지이아이 대표
백주영 랜데코 지이아이 대표

우비를 걸치고 자신의 키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발이 빠지는 늪지를 헤치고 다닌다. 이윽고 펼쳐진 바닷가 절벽을 보며 배우 차태현은 “날씨가 흐리면 흐린 대로 멋있고, 맑으면 맑은 대로 멋있다”라고 되뇐다. 지난주 방송에서 마주친 모습인데 어딘지 낯익다.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에 위치한 스카이섬이다.

매년 7월이 되면 개최 전 주부터 PGA 4대 메이저 챔피언십인 디 오픈(The Open)과 LPGA 리코챔피언십에 이르기까지 한국골퍼들에게 낯선 골프장이 골프방송을 장악하게 된다. 골프장 이름부터 골프장에 대한 특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엉뚱한 멘트를 날리는 아나운서와 해설자들. 이들의 오역으로 인해 낯선 골프장은 더 낯설음이 돼 “저것도 골프장인감?” 이라는 시청자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링크스는 해안사구지대(Linksland)에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혹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골프코스를 일컫는 말이다. 즉, 이러한 해안사구지대에 조성되거나 자연적으로 생겨난 코스만을 진정한 링크스로 분류하게 되는데, 현재 세계적으로 단지 246개의 골프장만이 링크스로 분류되고 있다(조지 펩퍼 & 맬컴 캠펠(2010), True Links, New York: Artisan).

우리나라와 같이 여름 기온이 높고 햇살이 따가운 기후에 적응된 골퍼들은 나무가 없이 거친 풀만이 바람에 흩날리는 링크스 모습을 보면 골프장이 아닌 듯하다는 의견을 서슴없이 얘기한다. 티에 서면 홀이 다 보이고, 티와 주변에서는 온갖 꽃들과 그늘을 제공하는 녹음수들이 즐비한 아름다운 골프장에 익숙한 한국골퍼들에게 나무도 없이 그린과 페어웨이를 제외하곤 길고 억센 러프만이 홀을 감싸고 있고, 페어웨이는 편하게 샷을 할 수 있는 라이란 찾아볼 수 없고, 곳곳에 있는 듄스로 인해 그린도 안 보이는 곳이 많은 링크스가 골프장으로 보일 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링크스는 모래땅이기에 물이 너무 잘 빠져 배수시설을 따로 할 필요가 없는 골프장으로서의 장점이 있는 반면 농사에는 부적합한 땅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육환경으로 인해 바닷바람과 모래땅에 서식이 가능한 생명력이 강한 낮은 관목이나 야생화, 야생 잔디들만이 링크스의 주요 식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클래식 코스 전문설계가인 톰 독가 설명한 링크스 특징은 다음과 같다.

“영국 내 코스를 방문한 미국 골퍼들이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은 엄청나게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골프가 그렇게 즐거울 수 없는 운동이라는 사실입니다. 링크스 밑 모래토양이 매우 딱딱하기 때문에 빠른 플레이를 가능케 하며, 이로 인해 랜딩과 함께 발생하는 공의 바운스를 콘트롤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린 어프로치 지역의 지형이 마지막 샷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잔디는 자체로도 불규칙하기 때문에 챔피언십의 기준을 맞추기 위한 관리라기보다는 단지 골프라는 운동이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는 데 가치를 두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링크스들이 바닷가에 위치하기 때문에 바람의 방향은 바다로부터 오는, 바다 쪽으로 부는 횡바람, 홀 방향으로 부는 바람 그리고 홀 반대쪽에서 부는 바람 등, 한 라운드동안에도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바람들과 싸워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바람이 안 부는 날에는 홀 조성이 너무 쉽게 보여질 수 도 있습니다.”

2018년 디 오픈에 앞서 개최된 US 오픈은 주최 측의 인위적인 코스난이도 조정으로 인해 챔피언십 내내 논란거리가 되었으며 결국 주최 측 사과와 더불어 4라운드 시작 전에 그린 스피드 조정을 위해 그린에 물을 뿌리는 등의 악수를 두게 됐다. 이는 US 오픈은 미국 내 가장 어려운 코스에서 개최돼 왔으며 낮은 스코어로 우승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일이었으며 골프사에 길이 남을 일화가 되었다.

그러나 US 오픈에 이어 개최된 카누스티는 그동안의 악명에 준하는 코스 난이도가 아니었다. 티브이에 비추어지는 코스 상태 역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관리가 잘 안된 퍼블릭 코스를 보는 듯했다. 스코틀랜드에 비가 오지 않아 잔디생육에 필요한 절대 강수량이 부족한 탓에 초록색을 띠어야 할 페스큐는 누렇게 변했고 페어웨이는 거의 맨땅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미국 내 코스였다면 이미 잔디에는 티브이 카메라에 적합한 색을 맞추기 위해 녹색페인트가 뿌려졌을 테지만 R&A는 지속가능한 잔디생육에 지장을 초래하게 될 어떤 인위적인 조치도 하지 않았다. 왜? 골프란 주어진 자연환경과 싸우는 게 아니라 이에 순응하며 즐기는 게임이며 우리의 오감 아니 육감을 이용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600년이 넘는 골프의 역사 속에서 R&A는 이러한 골프의 본질에 따라 디 오픈을 개최해 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본질에 맞추어 링크스에서만 개최할 것이다.

밋밋한 환경 속에서 언제나 같은 공략방향으로, 늘 예상대로 하는 루틴한 플레이가 아닌 365일 바뀌는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에 대처하는 창의적인 플레이 구현을 통해 맛볼 수 있는 역동적인 즐거움을 경험해보자. 지금이라도 인위적인 즐거움을 느꼈던 시절에서 신이 자연에 숨겨 놓은 골프의 묘미와 골프장을 찾아 떠나는 순례 여행을 떠나보자! [한국조경신문]

The Castle Course #17 바다를 캐리 해야 그린에 도달함(출처 DMK)
The Castle Course #17 바다를 캐리 해야 그린에 도달함(출처 D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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