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도시에 숲과 텃밭을 디자인하자
[조경시대] 도시에 숲과 텃밭을 디자인하자
  • 박인규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8.08.07
  • 호수 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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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어반환경 고문
박인규 어반환경 고문

기상관측 111년 역사상 최고기온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1일 기록된 서울의 기온은 39.6도. 가히 살인적인 불볕더위다.

시골은 아무리 무더워도 숲이나 정자나무가 만들어 주는 그늘아래 가만히 앉아있으면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잊을 수 있지만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로 이루어진 도시의 폭염은 숲이 있는 공원이나 에어컨이 있는 건물 속 아니면 피할 곳이 없다.

인간이 편리하기 위해 만든 도시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극단적 이기주의 속에서 점점 더 삭막한 곳이 되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원과 학원을 오가며 공부에 시달리고 많은 청소년들이 스마트폰과 게임에 빠져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 배고프고 가난한 시기를 살았지만 또래 친구들과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메뚜기랑 물고기를 잡고 우정을 쌓고 소박한 꿈을 키우면서 자랐다. 자연은 재미있는 놀이터였고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하는 훌륭한 선생님이었으며 좋은 교과서였다.

자연체험은 어린이들의 정서, 지능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린이들은 자연 속에서 다양한 생명들을 만나고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를 알게 된다. 그리고 새와 곤충, 풀과 나무들을 친구처럼 대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인식하고 배려하게 되며 감정조절과 충동억제 능력을 키우게 된다. 미국의 환경심리학자인 테일러 교수는 “녹지가 많은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일수록 집중력이 높고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라고 하였다.

영국,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는 숲과 자연체험이 어린이들 인성교육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오래전부터 학교에 숲을 조성하고 산림 곳곳에서 숲 유치원을 운영하여왔다.

숲을 한자로 쓰면 삼림(森林)이다. 나무 3그루, 2그루가 모여 숲을 이룬다는 뜻이다. 숲을 꾸미는데 반드시 넓은 면적만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다. 충분한 햇빛이 있는 환경여건에 교목, 준교목, 관목, 초본류, 지피식물이 어우러지게 다층구조로 조성하면 소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비오톱;biotope)가 만들어진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도입하는 식물은 가급적 우리나라 자생식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몇 년 전 영국에서 자생하는 나무와 외국에서 도입된 나무에서 서식하는 곤충의 수를 비교 조사하는 실험을 한 결과, 자생수목에서 서식하는 곤충이 외래종 수목에 비해 그 종류가 다양하고 수도 월등히 많았다고 밝혀진 바가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도시농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뉴욕시는 1970년대부터 주택가 자투리땅에 이웃주민들이 모여 텃밭을 가꾸는 커뮤니티가든을 조성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옥상녹화하는 빌딩이 늘어나 옥상에 텃밭을 조성한 빌딩이 600개 이상 있다고 한다.

동경도는 오래 전부터 백화점 등 고층건물에 옥상정원과 텃밭을 꾸미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으며 옥상과 테라스에 정원을 조성하는 건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도 10여년 전부터 옥상정원을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각 구마다 주말농장이 활성화되고 도시농업박람회 등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도시에 꾸며진 건물 옥상의 정원이나 텃밭은 삭막한 사막 속의 녹색 오아시스와 같고, 꽃을 찾아 벌과 나비가 날아들고 작은 곤충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작은 생태계이다. 뿐만 아니라 광합성 작용을 통해 공기를 맑게 하고 태양열을 차단해서 에너지를 절감해준다.

또한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빠른 변화에 지친 도시사람들은 텃밭을 가꾸면서 건강과 여유를 되찾게 되고 특히 어린이들은 직접 씨를 뿌리고 싹이 나면 식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생명체의 소중함과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된다.

얼마 전 영등포구청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했는데 별관 옥상 텃밭에서 키운 것이라며 풋고추와 참외를 내놓아 깜짝 놀랐다. 거의 농촌에서 재배한 것과 다름없이 싱싱하고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자투리땅과 비어있는 건물 옥상이 많다. 조경하는 사람들이 녹색 전도사가 되어 곳곳에 숲과 텃밭을 디자인해서 이 답답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으면 어떨까?

영등포구청 옥상텃밭
영등포구청 옥상텃밭

 

박인규 객원 논설위원
박인규 객원 논설위원 skpik@naver.com 박인규 객원 논설위원님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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