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돈의문박물관마을이라는 단어를 언뜻 들으면 마을로 만든 박물관인가 하고 떠올린다. 묘한 단어의 조합이다.

‘박물관마을’은 박물관과 마을을 합친 고유어일 것이다. 박물관이 박제로 재구성된 공간이라면 마을은 인간이라는 유기체로 조직된 살아있는 공간이다. 이 모순되며 동떨어진 두 개의 단어 사이에 사실 박물관이라는 과거와 마을이라는 현재가 공존함을 읽을 수 있다. 또한 이것은 ‘도시재생’으로써 다시 시민의 삶 속으로 회귀함을 의미한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마을 단위의 도시재생 사업임을 강조하며 올해 4월 개관한 돈의문박물관마을은 도시재생이라는 키워드로 부활하며 그나마 사라질 뻔한 서울의 흔적을 보존하게 됐다. 그러나 실제로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느낀 것은 죽어 있는 무기물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분주하던 식당들과 사람들로 붐비던 좁은 골목이 활기찼을 텐데 이들이 떠난 지금은 한산하다. 뜨거운 햇볕에 달아오른 콘크리트 열기 가득 내뿜는 이곳에 어쩐지 생동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이 떠난 빈자리가 쓸쓸한 이곳을 도시재생이라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종로구와 서울시 간 소유권 분쟁 또한 도마 위에 올라가 있다. 소유권이 확정되지 않으니 본격적으로 입주할 운영단체나 상업시설 또한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무상으로 임시 입주한 작가들이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아직 방문자수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 속에 지지부진함을 보이며 무엇보다 지역주민과 만나야 할 이 곳이 그저 프로그램을 통해 소극적으로 시민과 만나는 형태다.

실제로 평일에 방문한 돈의문박물관마을에는 근처 직장인들 말고 관람객이 거의 없었고, 돈의문박물관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생각보다 많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예견된 결과일 것이다. 물론 홍보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사라진 돈의문 일대 100년의 시간을 지닌 작은 마을을 건축사적, 문화사적 보존가치를 지켜나간다는 측면에서 소중한 공간이다. 아파트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이 수 십 년 동안 개발논리로 도시민의 생활사를 한 번에 무너뜨렸다. 피맛골이나 인근 교남동 한옥마을도 행정이 지켜내지 못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을 도시재생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주변 주민들이나 시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접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문해본다. 이 접점은 시민 주도로 만들어져야 하며 그로 인해 형성된 공동체가 바로 도시재생의 견인차가 될 것이다.

개관한지 얼마 안됐고 향후 관리담당 주체가 바뀌어 새로운 도시재생 풍경을 그린다고 하니 지켜볼 문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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