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헴스테드' 스틸 컷
'영화 '햄스테드', 조엘 홉킨스 연출, 드라마, 영국, 102분, 2018년 7월 5일 개봉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자동차가 없어 탄소 1g도 내뿜지 않고 쓰레기 한 줌도 버리지 않으며 숲에서 자급자족하는 ‘자연인’들의 관계맺음을 그린 영화 ‘햄스테드’,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현대를 살았으면 이랬을까.

17년간 숲에서 평화롭게 살아오다 재개발로 숲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남자가 시를 상대로 소유권을 쟁취하게 되는 이야기는 놀랍게도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실화에 바탕을 둔 것이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전혀 다른 조건의 인간이 만나 이해하며 성장하는 보편적인 사랑을 발화하지만, 영화의 얼개는 전 세계에서 반복되는 젠트리피케이션과 인류의 화두인 생태와 환경, 그리고 욕망에 충실한 자연인으로의 회귀 담론으로 교차돼있다.

주인공 에밀리는 남편이 진 빚으로 당장 주거와 생계를 걱정하지만 중산층의 허위의식에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그녀의 지리멸렬한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망원경으로 우연히 숲 속 연못에서 수영하는 도널드를 발견하면서부터다. 망원경 속 그는 칼 마르크스가 묻힌 하이게이트 묘지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낚시로 단백질을 보충하며 정원에서 텃밭과 꽃을 가꾸며 산다. 필요한 물품은 물물교환으로 조달하며 돈으로 거래하지 않는다. 에밀리는 사용가치가 돈에 밀려 내동댕이쳐진 자본주의 경제와 타협하지 않는 그의 삶을 바라보며 과감히 일상탈출을 강행하게 된다.

영화 '햄스테드' 포스터
영화 '햄스테드' 포스터

급진적 생태주의자이며 타협과 거리가 먼 ‘불통’의 도널드도 에밀리와의 관계 속에서 긍정의 변화를 맞는다. 도널드는 고급주택가 근처 평온한 숲에서 자발적 고립을 선택했지만 부지 개발에 밀려 강제 퇴거명령을 받게 된다. 가택침입과 폭력에도 불구하고 에밀리와 환경단체 도움으로 법정에서 승리하며 마침내 숲에서 사는 것은 물론 소유권도 받아낸다. 타인과의 소통 고리를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두 사람의 미래를 쉽사리 긍정적으로 봉합하지 않는다. 숲 속 토지소유를 인정받으며 갑부가 된 도널드는 전원주택에서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에밀리와 헤어진다. 에밀리를 다시 찾지만 그의 삶의 철학은 여전하다. 어느 것도 요구하지 않은 채 유유히 흐르는 강과 한결같은 숲처럼 있는 그대로 서로를 인정하며 재회한다. 토지매매를 거부하고 살던 집과 물물교환한 낡은 배를 타고 방문한 도널드와 그를 환영하는 에밀리는 어느새 한걸음 성장한 모습이다.

편견과 사회적 지위를 걷어낸 ‘자연인’들의 노년 로맨스를 다룬 ‘햄스테드’는 각자의 삶을 고양하되 소유하지 않는 관계를 아름다운 햄스테드 히스 숲을 통해 잔잔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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