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정원에서 깊이를 주는 몇 가지
[조경시대] 정원에서 깊이를 주는 몇 가지
  • 김봉찬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8.07.24
  • 호수 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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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찬 더가든 대표
김봉찬 더가든 대표

[Landscape Times] 정원을 계획하고 조성하다보면 다양한 제약을 경험하게 된다. 기후, 공간, 시간, 소재, 예산 등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도처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그러나 궁리하고 고심하다 보면 꾀 그럴싸한 해법을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 이 경험들은 분명 좀 더 단단하고 실력 있는 가드너가 되는데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여기서는 그 중 공간의 제약을 이겨내고 정원에 깊이를 주는 몇 가지 정도의 방법을 소개한다.

1. 한눈에 보여선 안 된다
정원 전체가 한눈에 보이지 않도록 계획한다. 정원이 작을수록 적절한 구획이 필요하다. 단, 지나치게 공간을 쪼개거나 벽을 이용해 차폐할 경우 오히려 답답하고 복잡해 보일 수 있으니 경계한다. 규모가 1,000㎡가 넘는 정원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성격이 다른 주제원을 조성하고 동선을 따라 변화감 있게 배치할 수 있다. 하나의 정원에서 그 다음 정원을 암시하되 적당히 시야를 차단해 호기심을 유발한다. 긴장감과 호기심은 정원을 훨씬 깊게 보이게 한다. 그러나 500㎡이하의 작은 정원의 경우는 정원의 규모만으로 다소 한계가 있다. 경계를 낮추거나 부분적으로 비워 외부 경관을 끌어들여 시야를 확장시키는 것이 좋고 동선과 지형의 변화를 통해 시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형을 조성할 때도 의도적으로 숨겨진 곳을 계획해야 한다.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더 크고 깊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연못이나 계류의 경우도 물과 접하는 면이 부분적으로 보이지 않으면 물이 더 크고 깊게 보인다. 특히 연못의 경우 수심을 다양하게 조성하면 얕은 물과 깊은 물(1m이상)의 물색이 다르게 비춰져 연못의 깊이가 훨씬 깊어 보인다.

뉴욕 911 메모리얼 공원의 경우 연못 내부에 단차를 두고 그 바닥면이 보이지 않게 하여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은 시도가 보는 사람들에게 무한한 깊이감과 먹먹함을 느끼게 한다. 그럴싸한 말로 포장된 억지 콘셉트나 개연성 없는 의미부여가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조형기술이 필요하다.

가로수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길에 반드시 가로수를 심어야 한다는 강박을 지니고 산다. 그러나 아파트 조경이나 경의선 숲길 같은 선형의 공원에서는 획일적인 가로수 식재를 피하는 것이 좋다. 가로수로 인해 공간이 좁아지고 경직된 느낌을 줄 수 있다. 만약 그늘이 필요하다면 적당한 위치를 선별해 구간별로 모아 심거나 숲정원(Woodland garden)을 연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경관에 따라 스케일도 변해야 한다
반대로 규모가 충분히 큰 공간인데도 규모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조경은 살아있는 생명을 다루고 시점에 따라 적용해야 하는 스케일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 디자인과 차이가 있다. 하이스케일이 필요한 곳은 반드시 하이스케일로 조성해야 규모감을 잃지 않는다.

최근 스케일 조절이 잘못된 안타까운 설계 사례를 많이 접한다. 규모가 큰 아파트 조경 또는 수 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식물원이 작은 단위로 경관을 조각내어 역으로 규모감을 잃어버린 경우다. 지나치게 기교를 부린 지형, 특별한 쓰임새나 의미 없이 기호처럼 반복되는 담장과 수벽, 좁고 작위적인 동선, 생태성을 상실한 선형의 실개천, 식물의 특성과 생육형이 반영되지 않은 단순 모아심기의 배식형태들이 모두 이에 속한다. 이는 경관과 도입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의 부족과 더불어 공간에 맞는 스케일 조절에 실패한 때문이다.

3. 중첩을 이용한다
지형이 조성 되고 난 후 정원의 중심 골격이 되어 주는 것은 수목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정원의 경우 수직적 요소인 수간의 중첩을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이때 수목은 가로수처럼 단간인 것 보다는 다간인 것이 좋고 같은 규격 보다는 수목 들 사이의 크기의 차이가 있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목은 시점과 가까운 쪽으로는 굵은 줄기의 비중을 높이고 뒤로 갈수록 가는 것을, 배경으로는 잡목을 배치하면 그 깊이감이 배가된다.

숲에서 나무의 줄기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선과 선사이의 공간 즉 여백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의 줄기는 종류, 나이, 환경 등에 따라 선형이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때문에 여백은 같아보여도 시점이 조금만 바뀌면 다르게 보인다. 고요하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낯설고 신비로운 여운이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여백의 묘미에서도 연유한다. 수간의 중첩을 잘 이용하면 형용하기 힘든 숲의 분위기를 끌어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 빛을 고려한다
배경을 어둡게 처리하면 정원은 깊어 보인다. 잎의 색이 짙고 광택이 있는 상록수를 후면으로 배치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동측과 서측을 개방해 빛이 산란하는 역광이 들어오게 하는 것도 깊이감을 주는 또 다른 방법이다. 아침저녁으로 역광을 받은 식물들은 각자의 수형, 잎의 조밀도, 빛의 투과도에 따라 명암을 달리하며 그 깊이감을 짐작할 수 없게 한다. 명암은 낙엽수 보다는 상록수, 상록수 중에서도 잎이 작고 조밀할수록 차이가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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