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몽국제정원페스티벌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르와르 강변의 지방 정부가 새로운 공공 문화기구를 설립해 이 지역의 보존과 홍보를 위해 지난 1992년부터 해마다 개최하고 있는 정원축제다. 국제정원페스티벌에 더해 2009년부터 전 세계 작가들을 초청하여 현대미술의 자연 전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쇼몽성의 역사공원의 넒은 초원에 자연을 소재로 만든 빈센트 바레의 ‘카오스’. 6개의 철제 주조 작품으로 작품사이를 지나며 그 사이로 보이는 풍경들을 즐길 수 있게 배치했다.
쇼몽성의 역사공원의 넒은 초원에 자연을 소재로 만든 빈센트 바레의 ‘카오스’. 6개의 철제 주조 작품으로 작품사이를 지나며 그 사이로 보이는 풍경들을 즐길 수 있게 배치했다. (사진 김원희)

자연과 정원, 현대미술이 만나는 곳

필자가 쇼몽을 찾은 7월 초 바캉스 시즌이 시작된 유럽은 어디를 가든지 사람이 많았지만 더운 날씨에 쇼몽의 정원을 찾는 사람들도 역시 많았다. 학생들이 소규모 단위로 현장학습 하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우리에게 정원축제로만 알려져 있는 쇼몽국제정원페스티벌은 쇼몽 쉬르 루아르지역의 자연과 역사, 정원 그리고 현대미술이 만나서 하나의 큰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예술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다. 축제는 올해로 벌써 27번째 문턱을 넘고 있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발자크나 로댕 등 예술가들이 작품의 영감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쇼몽국제정원페스티벌은 아름다운 고성을 중심으로 튤립 모양으로 전개되는 정원 설치와 자연을 소재로 한 설치작품, 사진, 그림 등이 쇼몽성, 마구간, 드넓은 역사공원 등에 전시되는 아트 행사로 구성된다.

올해 전시되고 있는 25개 작가정원은 꽃과 나무가 가득한 스타일에서부터, 계단 스타일, 알파벳을 꽃으로 형상화되거나 유명한 시로써 표현되기도 했다. 예술작품이 있는 쇼몽성과 넓은 역사공원에서는 민들레 꽃씨, 천, 양모실, 나무껍질이나 줄기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 풍경과 어우러져 마치 자연 속에서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으로 넓은 지역을 끊임없이 돌아보게 된다. 이날 하루 동안 걸은 거리는 자그마치 12km나 됐다.

김영준 가든디자이너의 ‘사색의 끈’. 조선시대 유배지에서 낚시를 통해 자유에 대한 갈망과 외부세계로의 희망을 꿈꾸는 것을 정원으로 형상화시킨 정원이다.(사진 김원희)
김영준 가든디자이너의 ‘사색의 끈’. 조선시대 유배지에서 낚시를 통해 자유에 대한 갈망과 외부세계로의 희망을 꿈꾸는 것을 정원으로 형상화시킨 정원이다.(사진 김원희)

올해 정원축제 테마 ‘생각의 정원’

올해의 쇼몽국제정원페스티벌의 테마는 프랑스어로 ‘Pensee’, 즉 ‘생각‘의 정원이다. 주제에 따라 매년 심사위원장도 바뀌는데 올해는 ’생각의 정원‘이라는 심오한 주제에 맞게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 쟝 에슈노즈(Jean Echenoz)가 맡고 그 외 식물 및 조경관련, 작가 및 예술가20여명이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진행됐다.

1992년부터 매년 정해진 테마에 따라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들이 정원을 만들게 되는 쇼몽국제정원페스티벌에 올해 매우 다양하고 철학적이며 예술적인 정원들이 설치됐다.

심각한 상황에 이른 지구 환경의 변화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정원으로, 울리 헥크만의 ‘그게 가능할까요?’.
심각한 상황에 이른 지구 환경의 변화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정원. 울리 헥크만의 ‘그게 가능할까요?’.

작년 ‘꽃의 힘’(Flower Power)을 주제로 열린 페스티벌에 박성혜 가든디자이너가 ‘마녀의 힘’을 출품한 데 이어 올해도 국내 가든디자이너가 참가하며 열정을 토했다. 김영준 가든디자이너는 ‘사색의 끈’(Spring of Thought)이라는 주제의 정원을 조성했는데, 조선시대 유배지에서 낚시하는 모습에서 착안해 ‘사색의 끈’을 낚싯줄로 공간에 선을 그리는 설치물과 함께 코르텐강 소재의 높낮이를 달리한 낮은 벽과 드라이가든은 유배지의 환경을 정원 속에서 표현하는 하고 있다. 낚싯대, 즉 사색의 끈을 통해 단절된 공간에서 사색의 확장성과 시공을 초월하는 의미라 전한다.

정원전체에 시를 써내려가면서 모음 부분을 꽃으로 표현했다. 지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해석한 정원은 Oulipo(문학워크숍 모임)의 '모음의 정원'이다. (사진 김원희)
정원 전체를 시를 쓰듯 모음 부분을 꽃으로 표현했다. 지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해석한 정원은 Oulipo(문학워크숍 모임)의 '모음의 정원'이다. (사진 김원희)

 

매년 개성 있는 주제로 뚝심 있게 전개

작년에는 현대미술 작품들을 전시한 공간을 다 보지 못한 탓에 온전하게 느끼지 못했지만 올해 페스티벌을 보며 정원페스티벌이 홀로 존재감을 가지고 매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느꼈다. 이곳처럼 경관과 역사와 예술이 함께 함으로써 각각의 분야가 시너지를 내고, 그로 인해 정원의 존재도 새롭게 인식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시되고 혹은 잠시 진행이 멈추고 있는 각 정원박람회들도 이제는 어떤 방향성과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진행돼야 하는데 사실 그 동력을 찾기란 쉽지 않는 일인 듯하다. 정원박람회로써 정원이 시민의 삶에 좀 더 가까이 다가온 것은 긍정적 결실이나 앞으로의 숙제는 여전한 듯하다.

아름다운 고성을 배경으로 넓은 초원을 두고 핑크, 화이트의 긴 베드를 여럿 배치해 연출했다.
아름다운 고성을 배경으로 넓은 초원을 두고 핑크, 화이트의 긴 베드를 여럿 배치해 연출했다. (사진 김원희)

첼시플라워쇼가 상업적인 면이 강조된 트렌드 지향성의 정원박람회라면, 쇼몽국제정원페스티벌은 지역과 연계되고 예술 등의 분야와 소통하며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는 정원축제다. 쇼몽국제정원페스티벌을 경험하며 국내정원박람회가 좀 더 연구하고 그 속에서 발전 모델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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