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호 기자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토목은 흙토(土), 나무목(木)이다. 땅위에 나무를 세운다는 뜻이다. 사전적의미로 정의를 풀어보자면 ‘목재나 철재, 토석 등을 써서 도로나 교량, 항만, 제방, 댐, 철도, 건물, 상하수도 등을 건설하는 공사의 총칭’한다고 나온다.

그 어디에도 조경을 할 수 있다고, 또는 전문가라고 기록돼 있는 곳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토목이 조경을 하고 감리까지 한다. 어느 건설사 과장은 “나도 상하수도나 공부해서 토목 일까지 해야 겠다”라며 웃픈 얘기를 한 게 생각난다. 그냥저냥 웃으며 넘겼지만 현실을 마주하는 당사자는 손톱 속으로 파고드는 가시에 아픔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1276세대 서초동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를 보자. 토목공사 13개 공종 중 조경공사비도 포함됐으며 감리대상도 79억4천여만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법이라는 비상식적 졸법 때문에 토목이 1타쌍피로 가져갔다. 그렇다고 토목이 조경을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조경에게 하청을 주게 되고 토목은 적당한 선에서 수수료만 떼 간다.

결과적으로 그곳의 조경은 토목이 아닌 조경업체가 조성한다는 뜻이다. 하자가 발생해도 조경계가 욕을 먹는 이유가 있다.

저가수주로 당장 주머니에 차는 것도 없으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한다. 이러한 구조는 지긋지긋해도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의 굴레처럼 반복되고 있다. 무엇이 조경을 어렵게 만들었고, 토목과 건축에 종속돼 허우적거리는 것일까.

기원전 2500년 경 움마와 라가시라는 인접 도시국가 사이에 세계 최초로 기록된 물의 전쟁이 있었다. 움마가 먼저 라가시의 신경을 건드렸고 물을 빼앗긴 라가시는 선전포고를 해 승리를 했다. 그러나 움마는 세력을 키워 다시 라가시를 공격해 결국 승리를 거머쥔다.

하지만 라가시 또한 와신상담하며 세력을 키웠고 움마를 공격하며 승리를 쟁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움마가 다시 세력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 아예 멸족을 시켜 버린 것이다. 라가시가 승리를 한 결정적 키워드는 군사력과 싸움의 기술에 있다. 기술은 곧 차별화, 특화된 경쟁력을 뜻하고 있다.

단순히 토목 때문에 조경이 힘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방심이 고난의 시간을 만든 것이다.

“조경은 원래 금수저로 태어났었다. 그런데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오만함이 현재의 흙수저를 만들었다.”

지난 1973년 조경이 한국에 처음 등장했을 때 출발점은 청와대였다는 사실이 금수저의 태동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조경업은 아직까지도 할 일이 많다. 학생들에게 건축·토목과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줘야 한다.”

말로는 위안이 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필요하다면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는 어떤 조경인의 말을 빌어 “토목이 조경을 알아? 조경은 대지를 깨우는 일을 하고 있다”는 프라이드(Pride)를 가져보면 어떨까.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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