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해 가든디자이너
황지해 가든디자이너

[Landcape Times 배석희 기자] 전국에서 열리는 다양한 정원박람회는 정원문화를 확산시키고 정원산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지만, 박람회의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정원박람회가 더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의문으로 황지해 작가를 만났다. 2011년과 2012년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한국인 최초로 2년 연속 금상과 최고상을 받은 황 작가는 기반이 약한 정원문화의 초석을 다지는 과정이며, 정원문화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다며 박수를 보냈다. 다만, 박람회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정원디자이너 풀 확대와 정원을 집중조명하고 소개할 수 있는 언론마케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상파 방송에 정원프로그램 하나만 만들어져도 정원박람회의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황 작가로부터 정원박람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요즘 근황은 어떤가?
식물을 많이 아는 것 같으면서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 그래서 식물에 대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현장에서 식물을 공부하며 내공을 쌓고 있다. 내년이면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을 맞는다. 그 기념으로 과천관 옥상에 ‘숨쉬는 정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현재 설계가 진행 중이며 내년 봄에 만날 수 있다. 원형의 건물형태를 그대로 살려 식물의 물관에서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구상하고 있다.

몇 년 새 정원박람회가 많아졌다. 지역별로 개최할 정도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다양한 정원박람회가 개최된다는 건 우리나라의 정원문화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미약한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며, 정원문화를 활성화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가든디자이너에게 작품의 기회가 늘어나고, 시민들에겐 정원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만의 정원문화 정체성이 무엇인지 만들어갈 수 있도록 박람회가 기능과 역할을 하길 바란다.

정원박람회 중 관심 있게 보는 박람회가 있나? 이유는?
정원의 본질은 재생과 회복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역을 순회하며, 노후된 공원을 재생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측면이다. 아울러, 작품의 질적 수준, 가든디자이너에 대한 예우, 자율성 측면에서 더 나은 것 같다.

정원박람회에 대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정원박람회가 여러 곳에서 개최되지만, 출전하는 작가가 제한적이다. 작가의 풀이 적기 때문인데, 그러다보니 작품에 대한 신선함과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또, 노후화된 공원을 재생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은 좋지만, 대상지를 공원이라는 틀 안에 가두지 않았으면 한다. 노후화된 곳이나 소외된 땅 혹은 군부대이전지 등으로 지역의 재생 관점에서 대상지를 확대했으면 한다.

박람회별 작품의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제한된 주제가 원인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작품의 차별성이 없다는 건 주제의 문제도 있겠지만, 작가의 풀이 적다는 데 원인이 더 크다. 현재 박람회에 참여하는 작가들 대부분이 조경, 원예, 정원 등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정원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크지 않다보니 작품의 차별성도 떨어진다. 다양한 관점을 지난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가령 기후변화가 주제일 때 과학자와 가든디자이너가 함께 한다면 아마도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반면 같은 주제를 시인과 가든디자이너가 함께 한다면 분명 전혀 다른 감성적인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을 것으로 본다. 작품의 다양성과 질적 성장은 다양한 관점을 지닌 각 분야 전문과와 함께 할 때 가능하며, 그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도 필요하다.

해외박람회 중 우리가 비전을 가져야할 박람회는?
개인적으로 독일정원박람회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척박하고 소외된 땅을 정원으로 지역을 재생시키고 이를 관광가치로 승화시킨다. 자연의 재생과 생태적 관점에서 녹색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이야기를 가장 잘 전달한다. 특히, 지역재생을 위한 정원을 도시의 기반시설로 구축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점은 본받아야 한다.

박람회가 발전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나?
앞서 언급 듯이 다양한 참여 작가와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이 가장 중요하다. 정원의 궁극적인 지향 점은 정원예술이다. 때문에 조경, 정원, 원예는 물론, 미술, 조각, 문학인, 건축, 여행가 등 다양한 관점을 가진 전문가와 함께 할 때 작품의 질적 향상과 작품의 다양성이 확대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홍보마케팅이다. 박람회 개최를 알리는 홍보도 중요하지만 정원의 많은 것을 언론에 얼마나 노출시키느냐가 마케팅의 중요한 역할이다. 가령, 지상파 TV에서 프로그램을 신설해 정원의 조성과정에서 작가의 뒷이야기 등 정원의 다양한 모습을 방영한다면 기업의 관심이 달라질 것이다. 기업이 후원을 꺼리는 이유는 홍보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을 활용한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이 이뤄질 때 기업 후원도, 박람회 위상도, 정원문화의 가치도 높아 진다. 방송에 정원프로그램 하나만 만들어져도 정원박람회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뿐만아니라 정원은 완성된 작품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박람회에서는 그 과정이 전혀 보여지지 않는다. 작가가 대상지를 만나는 순간부터 식물을 구매하고 식재하는 등 시공 전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어 박람회 기간에 보여준다면 작가를 이해하고, 작품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이다. 이를 DVD로 제작해서 판매할 수도 있고, 작가에게 는 이보다 큰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앞으로 계획은?
이제 정원을 교육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며, 적어도 정서적인 자아가 형성되는 유아기부터 아이들을 정원에 노출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규교육시스템 안에서 유치원과 같은 개념의 ‘정원학교’를 만들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정원을 대 전제로 자연의 순환과정을 배우며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혼자의 힘으로 쉽지 않겠지만, ‘정원학교’가 정규교육에 편입될 수 있도록 미력한 힘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교도소, 정신병원, 요양원, 고아원 등의 공간에 있는 사회적 약자가 정원을 통해 정서적 정서적 결핍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다. 정원의 재생과 순환의 원리 속에 사회적 약자가 정서적 결핍을 해소 할 수 있도록 재미있고, 겸손하게 풀어낼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조경신문]

황지해 가든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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