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미술관 '뮤지엄 산'의 워터가든과 미술관 본관
쉼이 있는 미술관 '뮤지엄 산'의 워터가든과 미술관 본관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인공적이되 억지스럽지 않으며, 차가울 정도의 기하학적 선과 면이 역설적이게도 자연을 반추하게 하며 심층의 내면까지 들여다보게 하는 곳,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미술관 ‘뮤지엄 산’을 압축한 표현이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은 지난 2013년 개관, 한솔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총면적 661.157㎡에 달한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이 곳은 주변 자연경관을 차경해 미술관 이상의 예술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건축과 조경의 차분한 배치, 미로 같은 동선 등은 이 곳만의 매력이다. 미술관 내 기나긴 동선은 건물의 안팎을 온전히 탐험하게 한다. 최진 뮤지엄 산 연구원은 “건물은 좁고 긴 모양이다. 산 지형을 반영해 건물 내부도 슬로프가 있다”고 설명한다.

주변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아 마치 깊은 산 속에 있는 듯 하지만 미술관은 해발 275m 정도다. 무엇보다 ‘뮤지엄 산’은 공간 전체가 마치 수도원처럼 명상적 분위기에 가까워 침묵이 자연스럽다. 돌로 높이 쌓은 벽, 건축물과도 무관하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벽과 담의 재료는 파주‧서산‧원주에서 온 자연석으로 미술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뮤지엄 산'의 외부 공간.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다른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이 곳에서도 물은 중요한 요소다. 수 공간의 수평적 이미지는 수직적 이미지의 건물과 대조적이다.
'뮤지엄 산'의 외부 공간.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다른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이 곳에서도 물은 중요한 요소다. 수 공간의 수평적 이미지는 수직적 이미지의 건물과 대조적이다.

‘뮤지엄 산’은 전시관 외에도 크게 3개의 외부공간(플라워가든, 워터가든, 스톤가든)으로 나뉜다. 7월의 플라워가든에는 붉은 패랭이와 초록톤의 정원에 시청각적 이미지를 만드는 정크아트 조형물과 주변의 자연적 요소들이 조화롭다.

미술관을 감싸고 있는 약 5000㎡의 면적이 수공간일만큼 ‘뮤지엄 산’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물로, 워터가든을 비롯해 미술관을 동서로 둘러싸고 있다. 고요한 가운데 바람 따라 수면 위로 미동하는 물결은 수 공간의 백미다.

수직적 이미지와 수공간의 수평적 이미지, 날카로운 직선과 따뜻한 빛, 원색적인 정크아트 조형물과 생동하며 성장하는 식물체 등 ‘뮤지엄 산’은 전체적으로 이미지의 대조로 일관된다. 이는 공간적인 반전으로 연결되는데, 예컨대 다양한 공간분할로 쓰이는 콘크리트‧자연석 가벽을 도는 순간 시선을 사로잡는 워터가든은 가히 압도적이다. 아치웨이 조각물과 멀리 보이는 산 능선과 막힘없는 시원한 경관, 물 위로 비친 수국과 겹벚꽃은 뮤지엄 산의 가장 극적 장면 중 하나다.

방문자센터를 지나 관람객을 맞이하는 플라워가든. 7월의 정원에서 패랭이를 볼 수 있다.
방문자센터를 지나 관람객을 맞이하는 플라워가든. 7월이면 붉게 피는 패랭이를 볼 수 있다.

미술관 건물을 빠져나오면 ‘뮤지엄 산’의 마지막 공간인 경주 고분에 영감 받은 스톤가든에서 여유로운 산책을 만끽할 수 있다. 여름날 평화로운 쉼을 누리고 싶다면 뮤지엄 산을 추천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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