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500호 특집 간담회에는 (좌측부터) 진승범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감사, 이승용 다인산업개발 대표, 임병을 더자이언트 대표, 배석희 본지 편집국장이 참석해 진행됐다.  [사진 지재호 기자]
지령 500호 특집 간담회에는 (좌측부터) 진승범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감사, 이승용 다인산업개발 대표, 임병을 더자이언트 대표, 배석희 본지 편집국장이 참석해 진행됐다. [사진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본지는 지난 5일 한국조경협회 사무국에서 배석희 본지 편집국장의 진행으로 진승범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감사를 비롯해 이승용 (주)다인산업개발 대표, 임병을 더자이언트(주) 대표와 지령 500호 특집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는 진행자가 지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순서와 관계없이 자유로운 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간담회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배석희 본지 편집국장 [사진 지재호 기자]
배석희 본지 편집국장

 

배석희 편집국장(이하 배 국장) : 이번 간담회 주제는 ‘조경알리기,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먼저 조경이 왜 문제인지 또한 기존 조경에 대한 잘못된 인식 등을 되돌아봐야 할 것 같은데 사례들을 말씀해 달라.

 

진승범 감사(이하 진 감사) : 가장 큰 문제는 기본적으로 조경이라고 하는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경이 태동하면서 학과도 생기고 기술분야와 업의 발전을 도모한 것에 대해 자부했지만 장단점을 모두 안고 있다. 장점은 자연과 인공을 다루는 종합과학예술로 풀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단점으로 본다면 ‘이도저도 아니다’라는 쪽으로 가면 복잡해진다. 태생적인 문제다.

조경분야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지식을 쌓지 못하고 등한시 한 부분이 있다. 여기에 70~80년대 조경과 교수들 중 건축을 배경으로 한 분들이 주류여서 식물분야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때문에 건축과 조경의 차별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문성 확보에 실패했고 대국민 홍보에 있어 조경의 포커스를 좁게 가지고 가지 않았나 판단된다.

 

이승용 대표(이하 이 대표) : 조경학과 4년제 43개, 전문대 12개, 대학원 43개 등 연 배출 인원이 1300명 정도다. 이중 20% 정도만이 조경업에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학생들과 얘기를 하면 조경은 건축의 뒤치다꺼리로만 보는 관점이 많다. 전체 R&D 중 5% 정도밖에 안 되는 규모지만 양보다는 질이라 본다. 질적인 면에서 보면 조경업은 아직까지도 할 일이 많다. 학생들에게 건축·토목과 경쟁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줘야 한다.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임병을 대표(이하 임 대표) : 공감한다. 나도 학교 다닐 때 조경에 입문했을 때 누군가 나무 심는 것을 말하면 “조경은 경관을 개선하는..”식으로 어필했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건설의 하나의 분야다 토목이 아닌 별도의 공종에 포함되고 있다고 했지만 일반적인 디자이너나 건축가보다 나은 것도 없고, 우리는 생물적 요소를 다룬다고 하는데 농업이나 임업에 비해 이제는 내세울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인식 측면에도 일반인이나 발주자들이 접하는 최종 제품의 형태는 녹지나 공간이다. 그런데 퀄리티나 가치면에서 건축과 토목보다 우수하게 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매우 미약했다고 본다. 태생적인 문제에서 시작해 그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식재는 여전히 원시적이고 한계에 있따. 조경은 어떠한 전문적이고 우수한 분야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것 같다. 탈 건설이 확산되고 조경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갖춰지지 않으면 조경알리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진승범 감사
진승범 감사

진 감사 : 정원을 만드는 분야는 조경이다. 정원을 만드는 학문 기술은 조경에 있다. 정립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만약 조경학회가 87년 사단법인 등록할 때 산림청에 했다면 현재의 위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당시 조경학과 교수들이 건축을 바탕으로 두고 있었기 때문에 건설부(현 국토부)에 하면서 닭 벼슬이 되지 못하고 용꼬리가 된 원인이 됐다.

국토부에 조경관련 국가예산도 부족하고 정부조직이면서도 국가 조경직도 없다. 건축·토목·도시계획만 있다 보니 조경정책에 신견도 안 쓰기 때문에 정책 부재는 당연한 것이다.

건축은 디자인이나 현상설계 등 판넬을 화려하게 만든다. 디자인이나 컨셉트를 이길 수 없다. 구조도 토목구조에게 이기지 못한다. 교량 등 구조계산을 하는데 ‘조경은 못하지?’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수목이다.

땅을 모르고는 나무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때문에 학교에서 토양과 식물 생태도 전문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조경과를 나오면 땅을 보고 토양에 따른 조언을 확실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건축이나 토목은 절대 모른다. 그런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나는 토양비료학을 배웠다. 지금은 없고 중요성도 모른다. 조경하는 사람들이 토양비료학을 왜 해야 하는지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한다.

건축이나 토목이 한다고해서 똑같은 종목으로 대항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잘하는 주특기로 상대해야 한다. 현재 그렇지 않고 건축·토목이 하는 것을 따라하고 기술로 삼으려다보니 우왕좌왕하고 있다. 우리만의 경쟁력을 지금이라도 키워나가야 한다.

 

이 대표 : 현장에서 보면 포크레인 기사가 조경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자연스럽게 설치하고 나무 심고 하니까 그들이 면허를 내서 하더라. 비전문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경쟁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 없이 사회에서 배운 것으로 하다 보니 하자도 많고 이런 것들을 간과하는 것도 문제다.

면허 자격을 강화하고 스스로 지켰어야 하는데 너무 오픈한 것도 있다. 조경이 경쟁력이 생긴다면 자연히 이런 사람들은 사라질 것이라 본다.

아울러 조경 1세대들이 돈만 생각했던 것도 있다. 조경이 사회에 성장하면서 국민들과 소통하고 알렸어야 했는데 안주하고 자기 것만 지키려다보니 현재까지 온 것 같다. 우리 세대에서 바꿔야 한다.

 

배 국장 : 총연합에서 조경알리기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반기에 조경문화제를 계기로 과제를 풀어갈 것 같은데 진행 상황은 어떤가.

 

진 감사 : 조경에 대해 일반인들의 인식이 부족하다. 우리 잘못도 있다. 국민이 중요성을 모르다보니 정부도 마찬가지가 됐다. 조경문화제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원래 있었지만 이어가지 못했다. 과거를 보면 조경계에서 하고 있는 세미나, 행사들을 한 장소에서 모아서 했을 뿐이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면서 스폰서도 떨어지고 동력을 잃으며 중단됐다.

이제 총연합 발족으로 다시 문화제를 복원키로 하고 오는 10월에 개최된다. 조경인들의 친목이나 단합의 개념으로 사기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경알리기에 있다.

사회에 대두되고 있는 미세먼지, 지구온난화 등 관심이 많은데 이러한 문제에 조경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본다.

국민들이 참여를 통해 즐거우면서 조경에 대해 바로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공원산책 프로그램을 통해 이슈화된 공원들을 시민들과 같이 답사하면서 현장을 설계한 조경디자이너가 직접 해설해 준다면 감동과 공원에 대해 더 잘 이해할 것이다.

건축은 유명한 디자이너가 했다는 것을 건축하지 않은 사람도 알고 있을 정도다.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경은 조경업계에 맡겨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

‘공간’과 ‘생물’은 조경이 가장 잘 하고 알고 있는 산업분야

 

이승용 대표
이승용 대표

이 대표 : 조경문화제는 조경알리기에 매우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다만 일반인들이 모르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울산 태화강정원박람회는 광고를 많이 하더라. 울산은 그런 비용을 쓸 수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 해야 하니 비교하기는 어렵다. 서울시와 접촉해 지상파를 비롯한 여러 미디어를 통해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임 대표 : 두 가지 측면에서 말하고 싶다. 요즘에는 SNS, 모바일을 활용한 스템프 투어 등을 농업 행사에서 많이 한다. 우리도 SNS는 돈이 많이 안 드는 만큼 젊은 층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소통 방식을 취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는 정원박람회나 조경문화제 모두 좋은 발상이지만 ‘그래서 뭐?’라고 말하고 싶다.

선유도가 건축의 결과물인 것처럼 방송된 적이 있다. 무척이나 화가 났었다. 하지만 만약에 일반인들이 ‘선유도를 만든 게 건축이다’ 라고 하더라도 의미는 없다고 본다. 조경은 건축의 데코레이션 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정원박람회나 조경문화제를 조경이 한다’ 라고 알게 되는 것이지 조경가가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

건축은 부동산이나 사업, 내 재산과 직결되기에 관심이 많지만 조경은 그런 부분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건축·토목에 들어가도 ‘조경은 조경계에 맡겨야 한다’ 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진 감사 : 조경의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토목이나 건축의 마이너리티로 출발했다. 건축을 압도하거나 토목을 위협하지 않는다. 조경은 항상 마이너리티다. 다만 그 마이너리티로 있는 그 안에서라도 정체성을 못 찾고 휘둘리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타 분야에서 건드릴 수 없는 전문성을 구축해야 한다. 토목이 주도해서 정원이나 공원을 만들기보다는 조경가의 손길이 미치니까 퀄리티 높은 공간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조경가가 했다고 해서 국민들이 조경가를 키우자고 나서는 일은 없다. 건축에서 설계하면 조경이 나무만 심는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많다. 그것부터 하나하나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배 국장 : 조경문화제 기간에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 외에도 시민들이 참여해 진행할 수 있는 행사들을 단체별로 매월 진행하는 방법은 어떤지 생각해 봤다.

예를 들어 시민조경아카데미, 어린이 조경학교와 같은 프로그램들처럼 말이다.

 

진 감사 : 연중으로 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앞에 말한 것처럼 조경문화제를 통해 계기를 마련하고 장소에 국한하지 않고 공원산책과 같은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국민도 중요하지만 조경인들도 나서서 같이 동참해야 한다. 몇 사람 오지도 않고 참여를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조경계에서 하고 있는 행사들에 대해 조경인들도 관심을 가져주고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실정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 대표 : 공감한다. 우리들만의 리그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본다.

진 감사 : 건축에서는 요즘 ‘숲에서 사세요’, ‘숲세권’, ‘축구장 4배 면적의 조경’이라며 아파트 광고를 하고 있다. 마치 건축이 다 하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도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조경인들이 힘들더라도 동참해서 함께 해야 한다.

 

배 국장 : 일반인들이나 인접분야에도 조경은 이런 것이다하는 것도 알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의견을 제시한다면 말해 달라.

 

임병을 대표
임병을 대표

임 대표 : 내부적으로 조경의 고도화를 말하고 싶다. 어느 날 포크레인 기사가 산에 있는 소나무를 퍼 다가 기사가 아무렇지 않게 이식해 준 적이 있는데 탈 없이 잘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조경인과 무슨 차이가 있나하는 것이다.

조경의 고도화는 식재에 있어서 건축이나 토목에서 하는 것처럼 구조 계산을 하는 것처럼 조경도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식재도 명확한 계산에 의해서 나온다는 개념이 구축됐으면 한다.

토목이나 건축에서 조경계에서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얼마전 LH에서 하자 데이터 조사를 하겠다는 기사를 봤는데 기관에서 할 게 아니라 조경계가 나서서 빅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서울시나 경기도처럼 도시농업, 정원, 조경 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좋다. 실내 조경이라고 하는 화분작업이나 그린인테리어를 거의 원예에서 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조경이 흡수하고 이를 통한 이미지 광고, 감성적인 광고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돈이 되는 사업이 많은 조경, 생활 밀착형 창업교육, 조경 체험교육도 많이 보급돼야 한다.

 

이 대표 : 국토부에서 건살사 발전방향에 대해 발표를 했는데 관련 로드맵이 오는 9월에 나올 예정이다. 조경이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자면 국민들이 조경을 인식해야 한다.

미세먼지 저감 방안에서 데이터를 근거로 나무를 얼마나 심어야 하는지에 대해 조경에서 제시해 주는 정도는 돼야 한다.

물론 조경을 끌고 갈 수 있는 정부 부처가 없는 것도 무척이나 아쉬운 대목이다.

 

진 감사 : 조경에서도 건축과 같이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 건축문화도 건축가들이 조성한 것이다. 때문에 조경알리기는 우리가 역량을 강화해서 국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조경계가 이 부분이 약하기는 하지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식으로 접근하기보다 대외적으로 스타 조경가를 키워나가는데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지령 500호 기념 특집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지재호 기자]
지령 500호 기념 특집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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