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칼럼] 사병이 대장을 눌렀다
[김부식칼럼] 사병이 대장을 눌렀다
  • 김부식 본사 회장
  • 승인 2018.07.05
  • 호수 4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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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유쾌한 반란이 일어났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경기 예선 F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한국과 독일의 시합에서 예기치 않은 대한민국의 2:0 승리가 세계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은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축구의 우승자이자 세계랭킹 1위 국가이고, 우리나라는 아시아 지역예선을 천신만고 끝에 통과한 팀이자 세계랭킹 57위(2018년 6월 현재)의 축구 약소국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눈에 비친 독일 선수 유니폼은 역대 올림픽 4회 우승의 상징인 별이 4개가 붙어 있어서 군인의 계급 중 최고인 대장 계급장으로 보였고, 대한민국 선수는 태극기의 건곤감리 4괘가 마치 우리 국군의 사병 계급장으로 보여 그야말로 사병이 대장을 이겼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의 전율을 느꼈다.

독일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개최국인 브라질을 7:1로 완파하는 기염을 토해서 역대 월드컵의 최대 이변으로 선정됐지만 이번 한국전 패배가 두 번째 ‘역대 월드컵의 충격적인 순간’으로 선정되는 바람에 명예와 불명예를 동시에 안게 됐다.

아직 월드컵 축구경기가 진행되는 과정이지만 국가별, 선수별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북대서양의 섬나라이자 얼음동화의 나라인 아이슬랜드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축구 감독은 치과의사가 직업이고 골키퍼는 영화감독이라는 또 다른 직업이다. 아르헨티나 메시를 꼼짝 못하게 한 수비수는 소금 포장 공장 일꾼이며 대표 선수 대부분 투잡을 가지고 있다. 인구 33만 명으로 서울시 도봉구 인구(34만 명)보다 작은 인구라서 아이슬랜드에는 프로 축구 리그도 없다. 그렇지만 5부 리그까지 축구팀이 있는 두터운 축구사랑이 아이슬랜드를 훌륭하고 멋진 축구 강국으로 등장하게 했다. 대한민국 축구가 리그 운영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으라고 말하고 싶다.

선수 중에는 비록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여러 방면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마음에 들어온다. 축구공을 다루는 모습도 뛰어나지만 기부와 선행을 많이 하는 모습이 더 좋다. 그는 대한민국 5천만 명이 한 해 동안 기부하는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기부한다고 한다. 다른 선수들 몸에는 문신이 가득하지만 그는 헌혈에 문제가 될까봐 문신을 절대 하지 않는 멋진 사나이다. 16강 경기에서 자기 팀 골문에 두 골이나 넣어서 포르투갈을 탈락하게 만든 우루과이의 카바나 선수가 부상을 당하여 다리를 절뚝거리며 교체되는 순간 다가가서 어깨동무로 부축하며 같이 걸어가는 모습은 월드컵 축구가 국가 간의 대결이기는 하지만 지구촌 축구 축제의 의미를 더 크게 확인해 준 것이다. 이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이번 월드컵의 진정한 MVP로 꼽아주고 싶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조경의 현실과 비유해봤다. 대한민국이 독일을 이긴 것처럼 조경이 거대한 몸집의 타 분야와 비교하여 커다란 반전을 만든 것이 있다. 수원 영흥공원 민간개발 조성사업 심사의 기술 점수 500점 가운데 공원시설 조성계획(조경)의 배점이 350점, 비공원시설 조성계획(건축 등)의 배점이 150점으로 행해졌다. 그동안 조경은 건축, 토목의 대세에 눌려 빛이 가려졌으나 수원 영흥공원 민간개발 조성사업은 조경의 점수 비중이 타 분야보다 점수 배정이 2배 이상 커져버리는 초유의 일이 생긴 것이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축구가 독일축구를 이겼듯이 말이다.

아이슬랜드 축구팀은 조경이 가야하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소수이지만 아이슬랜드의 축구인구 저변확대의 성과처럼 조경의 가치창출과 빛을 발휘할 조경 예찬론자가 많도록 국가정책과 조경전문가들의 준비와 수고가 필요하다. 조경문화제가 중단된 지 4년 만에 재개한다니 기대를 해본다.

마지막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 같은 통 큰 기부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조경분야에도 필요하다. SK그룹의 고 최종현 회장이 1997년에 울산대공원 조성을 위하여 1000억 원이란 거금을 쾌척한 사례가 있지만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국민의 녹색복지를 위한 녹색인프라 구축에 더이상 키다리 아저씨는 안 나오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불우 이웃 성금은 당연히 유지돼야 하지만 녹색복지를 위한 기부도 지속적으로 반복돼야 한다.

한국축구가 독일축구를 이겼듯이 녹색인프라 구축을 위한 유쾌한 반란을 기대한다.

김부식 본사 회장
김부식 본사 회장 kbs3942@latimes.kr 김부식 본사 회장님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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