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순천대 정원문화산업학과 교수
김도균 순천대 정원문화산업학과 교수

[Landscape Times] 전남 영광군 백수읍 대신리 대초마을에는 아직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자생하는 모감주나무 군락이 있다.

모감주나무(Koelreuteria paniculata)는 무환자나무과에 속하며, 둥그런 씨로 염주를 만들기 때문에 ‘염주나무’라고 불렸는데 그동안 학계에서 원산지가 중국이라고 알려졌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모감주나무는 중국의 모감주나무 종자가 바닷물에 밀려와 우리나라 해안가에서 씨앗이 발아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그러나 필자는 모감주나무 원산지가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해안가와 내륙 많은 곳에 크고 작은 군락으로 출현하고 있는 모감주나무의 지형적 특이성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자생 모감주나무 군락은 전남 완도군 대문리, 충남 태안군의 안면도, 충북 제천시 송계리, 경북 포항시 동해면 발산리, 대구광역시 내곡동의 낙동강 강가, 안동시 송천동 등으로 보고돼있다. 이외에 필자가 발견한 국내 자생 모감주나무 군락은 전남 영광군 백수해안도로변, 여수시 화양면 장수리, 경남 남해군, 충남 당진군 등의 해안가들이다. 이들 모감주나무군락들은 해안가에서 대규모 또는 소규모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적이 드물었던 곳에도 많이 분포해 있다.

전남 영광군 백수읍 대신리 대초마을 해안가에 자생하는 모감주나무 군락은 특이하게도 암벽 급경사지에 순군락을 이루고 있다. 국내 다른 곳에 자생하는 모감주나무 군락들은 대부분 완만한 경사지에 분포하고 있으며, 급경사지에 자생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 대초마을에 자생하는 모감주나무 군락처럼 한반도에서 급경사지에서 순군락을 이루고 있는 경우 지형적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 이는 학계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중국 원산의 모감주나무 종자가 바닷물에 밀려와 한반도 해안가에 발아해 자생했다는 주장들을 반증할 수 있는 근거다.

전남 영광군 백수해안도로변의 모감주나무 군락
전남 영광군 백수해안도로변의 모감주나무 군락

대초마을 모감주나무 군락은 1970년 이전에 지역 주민들이 땔감으로 이용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땔감이 연탄이나 가스로 바뀌면서 지역주민들이 베어 가지 않다 그루터기에 잠자고 있던 맹아가 다시 나오면서 오늘날 나무 높이가 7m를 상회하고 밑동 지름이 20㎝를 웃도는 나무들로 형성됐다. 이곳의 모감주나무군락의 원형은 20여 년 전 백수해안도로가 개설되면서 많이 훼손됐다. 인근 주민들은 모감주나무를 정원, 마을길, 논밭 가장자리, 길가 등에 흩어 심어서 7·8월의 초록빛 숲속에서 황금빛 꽃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창출하기도 한다.

모감주나무는 동아시아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희귀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자생지가 드물기 때문에 산림청에서 희귀·멸종위기식물로 지정했고, 여러 곳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모감주나무 군락은 최근에 도로개설, 건축, 방파제건설, 리조트개발 등으로 급속하게 훼손되고 있다. 정부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모감주나무 경관의 우수성과 자연 유전자원으로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생하는 모감주나무 군락지 보전대책과 활용방안에 대하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모감주나무의 특징

모감주나무는 여러 갈래의 황금색 꽃들이 하나의 꽃대에 촘촘히 뭉쳐서 고깔처럼 원뿔모양으로 핀다. 이러한 모감주나무 꽃들이 일시적으로 온 나무에 만발하여 마치 “황금비가 쏟아지는 것 같다”고 하여 영어로 골든 레인 트리(Golden Rain Tree)이라고도 한다. 모감주나무 꽃은 난화(灓華)라고 하여 화려한 꽃이 고깔처럼 피우는데, 이러한 꽃을 보노라면 마치 자유로운 영혼이 세상만사 세속을 잊고 동화 속의 황금 궁전에서 평온을 누리고 있는 듯하다.

모감주나무 꽃 피는 시기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초마을 모감주나무 군락에서는 꽃이 드문 6월말~7월초에 찬란한 황금빛으로 장관을 이룬다. 이곳의 모감주나무는 꽃이 피기 직전 몽글몽글한 꽃의 움츠림과 꽃이 만개하였을 때 매우 화사함을 보인다.

모감주나무가 황금빛으로 만개할 때 꽃구경을 한다면 꿈속에서도 황금부자가 되어 세상만사 모든 시름을 다 떨치고 낙원에서 행복의 영화를 누리는 것 같다. 모감주나무는 근심 걱정과 우환을 없애 주는 무환수(無患樹)라 하여 사찰 주변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번잡한 현대의 일상사에서 일순간이라도 벗어나 하루쯤 모감주나무 꽃을 보는 것은 평화로운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하여 여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기(氣) 충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모감주나무는 나무껍질, 잎, 꽃, 열매, 뿌리 등을 하나도 버릴 것 없이 한방에서 특효약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중요한 한방재료이며, 관상가치가 높고, 귀신을는 상징성, 어부림 조성 등으로 중요한 자연자원이다. 모감주나무의 잎은 비타민C가 많고, 열매는 지방과 단백질 그리고 사핀도사이드(Sapindoside) 등이 많이 함유돼 있고, 나무줄기, 가지, 뿌리 등에 인간 생활에 유용한 물질이 있어 일상생활에 약재로서 중요한 자원이다.

열매는 목란자(木欒子)라고 하여 꽈리모양의 씨방 안에 검은색 열매가 있다. 이 열매는 중국에서 금강자(金剛子)라고 할 만큼 돌처럼 단단하고 만질수록 반질반질 해진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염주구슬을 만드는 재료 중에서 큰 스님의 염주를 만들 정도로 귀하게 사용됐고, 사찰에서는 비누로도 사용했다.

가지와 잎은 ‘남영시약물지(南寧市藥物志)’와 ‘광서중초약(廣西中草藥)’에 의하면 뱀의 독을 치료하는데 쓰이고, 잎과 꽃은 염료로 이용되기도 하며, 민간과 한방에서는 요도염, 장염, 치질, 인질 등의 특효약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모감주나무 뿌리는 감기로 인한 발열, 기침, 토혈 등의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하며, 꽃은 벌들이 많이 모이는 밀원식물로도 중요하다.

경남 남해군에서는 “바닷물고기들이 바닷물에 비치는 꽃을 따라 온다”고 하여 “해안가의 꽃 피는 나무들은 물고기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여 어부림으로서 중요하다”고 한다. 이곳 대초마을 앞의 칠산바다에는 영광 특산의 조기, 농어, 서대, 노랑가오리, 갑오징어, 꽃게, 중화 등의 많은 바닷물고기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백수해안가 대초마을의 모감주나무들이 화사한 황금물결의 꽃을 피우면 칠산바다 물에 투영되어 길라잡이가 돼 바닷물고기들이 몰려와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며, 큰 물고기로 성장하여 풍부한 황금어장을 만들어 왔는지도 모른다.

모감주나무의 나무를 태우면 독특한 향이 나서 귀신을 쫒아 낸다고 하여 고급 목침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고, 나무의 자태와 꽃 그리고 가을철 단풍이 아름답고, 염분과 병해충 그리고 공해에 강하기 때문에 정원수, 공원수, 도시녹지, 해안방풍림조성, 생태복원, 가로수, 사찰정원 등에 많이 식재하고 있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개발한 기능성 신품종을 식재하고 있는데 자생지인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수요에 맞춰 공급할 수 있는 신품종을 개발해 자원화할 필요가 있다. 

글‧사진 김도균 순천대 정원문화산업학과 교수·농학박사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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