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희 기자
배석희 기자

[Landscape Times 배석희 기자] 종로구의 20여 년 된 모 아파트 단지에는 수십 년 자란 큰키나무(교목)들이 단지 외곽 중심으로 형성되어 짙은 녹음을 주민에게 제공해줬다. 그런데 올해 초 하루아침에 강한 가지치기(강전지)로 인해 보기에도 안쓰러운 모습으로 변했다. 태풍으로 인해 쓰러질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도로변 가로수에서도 이 같은 강전지는 종종 목격된다. 수십 년 지난 가로수는 뜨거운 여름 인도를 걷는 시민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는 고마움의 대상이지만, 다소 무식해 보일 정도의 강전지를 피해갈 수는 없다. 특히 상가 주변 가로수는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에서 강전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얼마 전 끝난 지자체 선거에서 이재준 고양시장 당선인은 지구온난화에 대비하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전국 최초로 ‘나무에 대한 권리선언’을 선포겠다는 공약을 해서 주목을 받았다.

‘나무관리 선언’은 공공 수목의 벌목과 조경을 엄격한 기준하에서 관리‧보호하고, 가지치기 개선과 가로수 식재 후 효율적 관리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이 당선인은 나무의 권리가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고, 공공 수목관리 기본이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로수의 가지치기는 통행불편과 위험 제거 등에 국한해서 시행하고, 30년 이상 된 나무는 벌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한다. 또한, 도시에 나무터널을 조성하고, 택지개발지구에는 반드시 2열 식재를 의무화해 수목이 울창한 자연도시 고양을 조성한다는 내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서울시 마포구청은 도심 속 큰키나무를 공유자산으로 인식하고, 임의적인 강전지를 금지시켰다. 구는 ‘녹화보전 및 녹화지원에 관한 조례’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켜 시행 중에 있으며, 4m이상 큰키나무가 대상이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이 식재한 수목은 물론 폭 20m이상 도로 경계에 인접한 민간소유의 큰키나무 등도 제거, 이식, 강전지 등을 할 경우 구와 사전 협의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근 도시는 기후온난화에 따른 열섬현상과 미세먼지는 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와 동시에 식물(나무)과 숲이 도시열섬 완화와 미세먼지 저감에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기관의 연구발표가 잇따르면서 나무와 숲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때마침 고양시장 당선인이 기존 수목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정책을 공약을 제시했다. 새로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수목의 관리도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마련된 해당 정책에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

나아가 도시열섬 완화와 미세먼지 저감에 나무와 숲의 역할이 크다는 걸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고양시의 수목보호 정책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 지자체로 확대되길 기대해본다. 그래서 다시는 도로변 가로수가 처참하게 휑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없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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