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바야흐로 정원 르네상스 시대, 유구한 조경의 역사를 100개의 장면으로 아우른 책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가 출간됐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각 나라의 여러 정원이 “상호 무관해 보여도 족보를 찾아가다보면 과거 언젠가 같은 조상으로부터 출발했음을 알게 된다”며, 조경과 정원의 역사를 100개의 장면으로 나눠 현대정원의 맥락을 서술하고 있다.
책은 처음 두 장면과 마지막 두 장면을 제외하고는, 세 장면씩 묶어 소개하고 있다. 마치 끝말잇기처럼 하나의 장면이 다음 장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은이는 20세기 이후 “정원 개념의 인플레이션” 이라 언급하며, 정원과 조경을 통시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현대 정원을 살피기 위해 기원전 이집트 정원, 68혁명, 근대, 르네상스시대를 오가며 조경은 물론 건축, 미술, 문학, 미학, 신화, 자연 등 다양한 텍스트를 통한 무경계 사유로 인도함으로써 독서의 지루함을 덜어냈다.
읽는 행위 자체로 독자는 문득 지나간 시간의 단면 속에서 현대정원을 마닥뜨린다. 예컨대 시민의 품으로 되돌아온 ‘템펠호프 공원’ 대목에서는 공유지의 기업의 일방적 사유화 문제를 통해 시민권리가 박탈된 국내 공유지 개발문제들도 상기된다. 또한 모네의 정원을 예언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신문기사나 풍경화의 문턱에 막 들어선 프랑스 화가 푸생의 그림에 얽힌 뒤보스의 해석 등 예술 텍스트 간 교차된 정보들도 흥미롭다.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는 3년 동안 월간 ‘환경과 조경’에 연재한 기사를 묶은 책으로,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고정희 조경학 박사의 저서다.
지은이 소개
고정희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머니가 손수 가꾼 아름다운 정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느 순간 그 정원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유년의 경험이 인연이 되었는지 조경을 평생의 업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 ‘신의 정원, 나의 천국’, ‘고정희의 바로크 정원 이야기’, ‘고정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 등 네 권의 정원·식물 책을 펴냈고, 칼 푀르스터와 그의 외동딸 마리안네가 쓴 책을 동시에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베를린 공대 조경학과에서 ‘20세기 유럽 조경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베를린에 거주하며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조경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