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모든 식물은 고유한 이름을 지니고 저마다 다른 생육특징을 갖는다. 정원사는 이러한 식물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각기 다른 옷, 그러나 조화를 해치지 않는 정원으로 관리한다. 개인정원을 가보아도 마찬가지다. 작은 화단 하나에도 집 주인의 손길이 그래도 녹아있다. 동일한 식물이더라도 어느 정원에서 마주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해마다 봄가을이면 정원박람회로 대한민국은 꽃 세상이 된다. 그 기간만큼은 아름다운 정원과 식물을 도심 속에서도 즐길 수 있다.

자신의 정원에서 반복적인 실험을 거치며 정원을 가꿔온 정원애호가들에게는 박람회는 그야말로 신세계다. 현재 국내에서 개최되는 정원박람회는 국내 최초 정원박람회인 경기정원문화박람회를 필두로 코리아가든쇼, 서울정원박람회, 대한민국 한평정원페스티벌, LH 가든쇼, 태화강정원박람회 등 수년 만에 대한민국은 정원세상이 됐다. 환경과 연대한 지속가능한 시대의 자연스러운 요구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박람회를 찾는 이들이나 조경‧정원 분야 종사자들 목소리에 볼멘소리가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수년 동안 정원박람회를 지켜보면서 동일한 정원박람회 주제, 경관을 무시한 무소불위의 정원들, 엉클어진 동선 등 박람회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불만으로 커갔다.

올해 상반기에 발표된 박람회 주제를 보면 올 가을에 열리는 서울정원박람회의 경우 ‘서울피크닉’, 대한민국 한평정원 페스티벌은 ‘내 마음에 가득한 정원’,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집으로 가는 길’이다. 문장만 다를 뿐 치유나 쉼, 고향 등 비슷한 주제와 정서의 카테고리다. 지역적 정체성이 부재한 주제 속에서 정원의 상상력도 빈곤해질 것이다. 특색 없이 병렬된 행사부스도 축제의 동일성을 부추긴다.

경관과 공간에 대한 해석 또한 절실한데 정원의 아름다움이야말로 개최되는 대상지 환경과 경관 속에서 탄생한다. 무엇보다 박람회를 준비하는 지자체 공무원의 전문가적 식견 부재도 아쉬운 점이다. 정리해보니 왜 정원박람회장에서 문제적 정원을 볼 수 없었는지 이 부분들부터 반추해봐야하지 않나 자문해본다.

정원과 식물, 그리고 인간의 삶을 바탕으로 한 정원박람회는 분명 도시에 색깔을 반영해야 하고 거꾸로 도시로부터 정체성을 부여받아야 한다. 박람회의 외연이 정원을 통해 재구성되고, 나아가 지역적 가치가 살아있는 박람회로의 상승을 기대해본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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