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구 울산광역시 녹지공원과장
이상구 울산광역시 녹지공원과장

올해는 ‘2018 태화강 정원박람회’를 시작으로 ‘제7회 태화강 봄꽃대향연’, ‘제12회 울산대공원 장미축제’가 잇따라 열리면서 행사 준비로 그 어느 해 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꽃들의 춤, 대숲의 바람이라는 주제로 펼쳐진 ‘제7회 태화강 봄꽃대향연’에서는 꽃양귀비, 수레국화, 안개꽃, 금영화, 작약 등 수십여 종의 봄꽃 5천만 송이가 만개하여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어 ‘제12회 울산대공원 장미축제’에서는 265종 5만7000여 본의 장미는 물론 다양하고 수준 높은 공연,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유료 입장에도 불구하고 입장객 63% 이상이 타 지역에서 방문했다.

사오월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꽃과 수목의 화려한 향연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쳐지지 않는 울산만의 정원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 중 ‘2018 태화강 정원박람회’는 처음 개최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태화강의 역사․문화․생태를 주제로 다양하고 수준 높은 정원을 조성하여 방문객은 물론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들을 수 있었다. 9일간의 박람회 기간 동안 당초 목표를 훨씬 상회하는 55만 3000여명이 방문했다. 표본조사 결과에서 부산‧경남지역 16.8%, 대구‧경북지역 10.8%, 서울‧경기지역 6.2%, 기타지역 5.2%를 차지하여 전체 관람객의 39%가 타 지역에서 방문하여 정원문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를 체감했다.

정원 중심의 박람회를 표방하여 수준 높은 정원 전시에 초점을 맞춰 해외작가 4팀과 국내 쇼가든‧메시지가든 20팀, 시민‧학생정원 43팀을 유치하여 총 67개소의 훌륭한 정원을 조성했다. 어느 정원박람회보다 수준 높고 다양한 정원을 선보일 수 있었다. 거기에 보태어 정원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산업전을 마련하여 정원용품과 시설물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또한 시민과 함께하는 박람회로서 우리가족화분만들기, 스탬프투어, 대나무자르기체험, 대나무비누만들기, 화전놀이, 에코마켓 등 체험행사도 운영했다. 뿐만 아니라 정원을 학습하는 박람회로서 해외초청작가 토크쇼, 국내작가 가든토크쇼, 녹색포럼 심포지엄, 한국정원디자인학회 컨퍼런스, 정원 활성화를 위한 원탁회 등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시민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플라워바디쇼, 태화강그린콘서트, 울산록페스티벌, 어린이인형극, 꽃밭버스킹 등 날마다 차별화된 공연도 선보였다.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2018 태화강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는 행사의 중추적인 역할로서 기본방향 설정, 박람회 시설계획, 정원작품 유치, 시민참여 및 활성화, 프로그램 개발, 홍보 등 행사 전반에 대해 자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행사기간 527명이 참여한 자원봉사자는 교통통제, 주차안내, 행사장 안내 및 통제, 응급센터 운영, 서명운동, 정원해설사, 스탬프투어 등 다방면에서 헌신해줬다. 한국조경사회 울산시회, 울산학춤보전회, 울산무용협회, 한국문화환경예술협회 등 재능기부를 통한 자원봉사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행사장 안전을 위해 경찰‧소방 등 8개 기관이 합동으로 집중 지도‧점검하여 사고 없는 행사로 진행할 수 있었다. 아울러, 중앙‧지방정부 관계자, 학계, 정원전문가, 학생 등 다양한 계층에서도 방문하여 행사를 빛내줬다.

시민들이 보여준 관심과 박람회에 함께하신 분들의 열정을 통해 앞으로 울산의 정원문화 확산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였으나, 한편으로는 여러 면에서 미비점과 해결 과제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첫째, 박람회장 시설에 관한 사항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의 호수정원과 같은 랜드마크의 부재로 전반적으로 밋밋하여 박람회를 상징할 수 있는 대형 조형물 또는 시설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등 영유아 방문객이 예상보다 많았으나, 눈높이에 맞는 시설 및 프로그램이 부족하여 일부 정원의 수경시설이 물놀이 시설로 전락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전반적으로 수목 및 시설물의 양생기간이 부족했다. 충분한 준비기간의 확보는 정원 품질관리에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뿐만 아니라 행사 후 각 정원이 작가가 의도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작가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유지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행사 운영에 관한 사항이다. 우선 정원중심의 박람회로 진행되면서 정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볼거리, 체험거리,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잘 만들어진 정원을 단순히 관람하는 수준을 넘어 식물 한포기라도 직접 심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과 쉼터, 포토존 등의 편의시설의 제공은 정원박람회의 대중화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보여진다. 정원 관람방식에 대한 신중한 고려도 필요하다. 기존의 공원시설에 비해 편의성보다는 예술성이 가미되는 정원은 무분별한 이용자의 행태로 인해 훼손될 수 있는 확률이 더 많은 것을 경험했다. 따라서 정원의 특성에 맞게 통제 또는 작가와 함께 관람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어야한다. 또한 주최측과 행사진행 보조사업자간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대내외적으로 업무혼선을 초래하는 것을 물론 대외적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사전협의를 통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밖에 박람회장 인근의 십리대숲, 전망대, 태화루, 무궁화정원, 남산 등 태화강이 간직하고 있는 숨은 명소와 연계하여 탐방할 수 있는 안내시설 및 트레일 프로그램의 부재도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셋째, 시민참여 기회 제공에 관한 사항이다. 이번 정원박람회는 방문객들에게 작가주의 정원작품을 보여주는 데 급급해 정작 시민들 스스로 만들고 가꾸는 간접체험 기회가 너무 적었다. 물론 시민단체들이 체험부스를 운영하긴 했으나 준비수량이 턱없이 부족했고 현장에 전시된 각종 화초와 부자재에 대한 관심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마켓이 부족했다. 정원문화가 자연스럽게 생활 속으로 스며들도록 연결하지 못했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현대 주거문화에 맞는 정원모델의 제시와 함께 정원산업디자인전과 같이 시민들이 생활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다채로운 정원문화 행사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을 앞두고 열린 이번 정원박람회는 다양한 문제점을 찾아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한다는 의미에서 소중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박람회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준 정원작가, 조직위원회, 심사위원회, 전문가, 자원봉사자, 참여기업, 그리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신 울산시민 모두에게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태화강이 도심 속 명품 정원으로 다시 태어났고, 머지않아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또 한 번 우뚝 서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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