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희 기자
배석희 기자

[Landscape Times 배석희 기자] 얼마 전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체험을 위해 방문하는 ‘서울상상나라’를 간적이 있다. 상상나라는 놀이를 통한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위한 공간으로 유아부터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그 중 모형 타워크레인을 작동하고, 벽돌을 쌓는 등 건축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사인물에 ‘건축 현장에는 누가 일할까요?’라는 질문과 함께 건축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목수, 도장공, 미장공, 비계공, 용접공, 크레인 운전기사, 그리고 정원사가 적혀있었다.

건축현장에 조경가가 아닌 정원사가 적혀있는 것도 당황스러웠지만, 정원사를 ‘landscaper’로 표기된 걸 보면서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들의 체험과 학습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서울상상나라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4월 중에 교체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어쩌면 일반 국민이 바라보는 조경의 눈높이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1월 10일.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은 ‘조경인 신년교례회’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조경 알리기 운동’을 전개해 조경을 홍보하고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4월이 지나가는 지금까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경알리기 운동’은 아직 추진되지 않고 있다. 혹여 올 가을에 계획하는 ‘대한민국 조경문화제’를 통해 국민들과 소통하며 조경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는 유효했다.

얼마 전 ‘대한민국 조경문화제’ 초안이 나왔다. 마포비축기지에서 10일 동안 열리는 조경문화제는 조경관련 단체에서 기존에 추진하던 행사를 그 기간에 모아서 하는 조경분야 중심의 행사로 구성됐다. 그러나 어디에도 일반 국민이 참여해서 조경을 알리고, 경험할 수 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눈에 띠질 않았다.

물론, 조경정책 국회토론회 개최와 조경문화제 기간에 열리는 전시, 심포지엄 등을 통해 조경을 알리고 홍보하는 기회라고 항변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조경분야 중심의 토론회와 전시에 일반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는 건 쉽지 않은 부분이다. 중요한 건 일반 국민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느끼고, 경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해 열린 ‘서울건축문화제’를 보자, 시민참여 행사 카테고리에 중‧고생 대상 건축가 대담, 건축사무소를 개방하는 오픈 오피스, 열린 강좌, 도슨트 투어, 건축영화 상영, 한국건축상상전, 공개토론회, 건축문화투어, 자연재료 건축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일반시민의 신청을 받아서 진행했다.

건축문화제와 조경문화제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조경알리기 측면에서 조경문화제를 고려한다면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함께하는 ‘어린이조경학교’는 해를 거듭하면서 예약이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또한, ‘시민조경아카데미’ 역시 수년을 추진하면서 일반 시민들로부터 많은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다. 두 행사는 어린이 그리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조경이 무엇인지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는 좋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조경과 국민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커 보인다.

조경에 대한 일반 국민들 인식이 서울상상나라의 사인물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생활 속에 퍼져있는 조경의 오류를 잡고, 조경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국민곁으로 한 발 더 다가서야 할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