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설계는 소모품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체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의 정원은 하나의 신드롬처럼 부상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홍보 효과가 크고 성과가 필요 없는 정원을 일종의 소모품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 대해 조경설계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진 지재호 기자]
[사진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지난 2월 제3대 조경설계업협의회(이하 조설협) 회장으로 취임한 최원만 신화컨설팅 대표는 요즘 고민이 많다. 무엇보다 조경설계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부분을 비롯해 3D 업종 평가 극복 방안, 조경설계의 복합적 변화 대응 등 산적해있는 사안을 풀어갈 수 있는 묘수 찾기는 쉽지 않기만 하다.

특히나 요즘 들어 정원이 하나의 산업으로 부각되면서 규모와 관심도가 커지고 있다. 마치 하나의 신드롬처럼 붐이 일었고 설계 또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 중 하나 설계단가 기준 마련이 추진되다가 성과 없이 뒤로 물러났지만 지속적으로 전개의 필요성은 언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수요와 공급이 맞아야 지속적으로 전개가 되는데... 공급이 많다보니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깊은 한 숨만 내쉰다.

“지난 4-5년 전 조경설계사무소의 분리와 축소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보다 큰 원인은 설계가 정원으로 넘어가면서 시공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원, 도시재생, 산림 등 적은 인력으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접근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설계와 시공, 거기에 최근 들어 몇몇 기업들은 시설까지 맡아하면서 복합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곧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최 회장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다만 여러 일을 하다보면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고 질적인 설계 부분, 시공의 질적부분 등이 보장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설계와 시공을 같이 하는 부분에 있어 소비자는 매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다만 조경은 설계를 통해서 질적인 부분이 낮아질 수 있다. 정원은 설계 보다는 경험이 우선되는 부분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과 같다. 색을 배합할 때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그 색을 찾아낸다.”

이어 최 회장은 “설계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시공을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정원하는 사람들도 처음에는 정말 고생했을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조경설계 하는 사람들이 안주하고 있다가 대응을 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며 “우리는 전문적인 설계에 있다 보니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경설계는 엔지니어가 아니다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는 여타의 조경설계사무소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타성에 젖어서도 아니다. 바쁜 시대를 보내고 보니 현재의 시대에 당도했을 뿐이다. 때문에 조설협의 리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 조설협이 출범할 때 100명의 대표단체가 시작했다. 조설협이 약해보일 수 있지만 잠재된 에너지는 여느 단체와 비교해 볼 때 전혀 밀리는 양상은 아니다. 다만 조경설계 하는 사람들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최 회장은 “한 가지 생각으로 통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때문에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업체가 모이다보니 치밀한 면보다는 느슨하게 접근하고 모일 수밖에 없다”고 대변한다.

이어 “창의적인 조직들이다보니 세력을 응집시키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공동의 과제를 하기 보다는 만남을 통해 담론을 나누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의 방향으로 집대성해서 간다면 조경설계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최원만 회장의 말을 정리해 보면 결국 창의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생산을 하기 때문에 자율적인 성향이 단합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된다고 풀이될 수 있겠다.

“조경설계 하는 사람들은 창만 있지 방패가 없다. 시공하는 사람들은 전문건설이라는 막강한 단체와 법이 방패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법이 생기기 이전부터 맨 앞에서 뛰었지만 우리를 위한 방패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조경의 개념이 포괄적인 측면에서 정원과 도시숲 등 세밀화 되는 과정을 지나며 변화를 인지하지 못했고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보호막도 만들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정원이나 도시숲은 완성품이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조경설계는 완성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적산이나 품셈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엔지니어들이 하는 인허가 문제도 풀어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회구조가 조금 밑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조경설계가 자꾸만 엔지니어가 되는 느낌”이라며 개탄했다.

더욱이 정원을 하는 사람들은 가든 디자이너로 불러주고 있지만 조경하는 사람들은 디자이너라 부르지 않는 것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설계와 시공, 융·복합시스템 적용필요

최근 몇몇의 조경설계업체들이 설계와 시공을 넘어서 시설에까지 접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장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모색된 자구책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그게 방법일 수 있다고 본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근무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내다본다면 회사끼리 연합해서 시작해 나중에 합병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라며 “현 실정으로만 볼 때 설계사무소만으로는 조경설계업계에 비전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직원들은 시공도 하고 싶어 하고, 현장에도 가 보고 싶어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편으로는 근무자들에게 메리트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도 제공할 수 있다는 복안이 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했다.

“정원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작가 또는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반면에 우리 직원들은 대리나 과장으로 불리고 있다. 그들과 나이 차이는 별로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구성원적인 측면에서 보면 대우를 받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으로 구분돼 상대적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경설계업에도 책임 디자이너와 같은 조직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최 회장은 강조한다.

최원만 회장은 제3대 조설협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조경설계의 고유가치를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설계하는 사람들은 설계가로서 우리들만의 언어가 있고 생각과 시각, 눈에 보이는 비주얼이 중심이 되는 정원가가 아닌 땅을 움직이는 사람들만의 정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조경을 기술로 배우게 된다. 정원이나 공공디자인 등은 기술이 아닌 문화를 배워 접목해 나간다. 때문에 3-4학년 때 조경설계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관련 기업들과의 매칭을 통해 본격적인 설계학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최 회장은 주장한다.

실무적인 내용을 기업을 통해 1-2년 정도 배우고 난 후 취업 후 문화를 이해하고 접목하는 과정을 진행한다면 조경설계를 함에 있어 훨씬 더 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논리다.

여기에 기업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학생은 기업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Win-Win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논리는 IT업계에서는 당연한 수순처럼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기에 새롭거나 신선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조설협이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진단을 해 볼 수 있기에 최 회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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