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어반 고문
박인규 어반환경 고문

[Landscape Times]나는 서울시에서 82년부터 2008년까지 27년 동안 녹지직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는 동안 늘 관심은 “어떻게 하면 공원을 많이 만들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나무를 심을까?” 였다.

그러나 공직사회에서 실무자가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운 좋게도 공원녹지에 관심이 많으신 시장님들을 만나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근무하는 동안 만난 여러 시장 중 공원녹지분야를 가장 아끼고 중요하게 생각하신 분은 조순 시장과 고건 시장이 아닌가 싶다. 조순 시장 때 시행된 ‘공원녹지 확충 5개년 계획’과 고건 시장 때 추진된 ‘생명의 나무 천만그루 심기’ 사업은 당시 지자체 차원에서는 최초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수립된 공원 녹지 계획으로 우리나라 조경사에서 의미 있고 획기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초대 민선시장이던 조순 시장은 도시에서 공원녹지가 어떤 분야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분이다. 시장은 시유지를 타 용도로 매각하는 것을 아주 싫어 하셨고 아예 모든 사유지는 매각 하지 말고 공원으로 조성하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실제로 당시 재무과장이 사유지 매각 계획을 결재 올렸다가 시장에게 혼쭐이 나기도 했다. 이때 여의도 광장, 시립 영등포병원 부지, 경기도청사 부지와 많은 자투리 시유지가 공원녹지로 조성되었다.

또한 공원을 만드는 데 필요한 땅을 매입하는 데에도 예산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로 조성되려던 OB공장 이적지(1140억), 파이롯트공장 이적지(690억), 전매청 창고부지(190억)등을 매입하여 공원으로 조성 할 수 있었다. 20여 년 전의 화폐가치를 생각하면 엄청난 예산을 공원녹지 분야에 투입한 셈이다.

고건 시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내무부 새마을과장을 하면서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수립한 것과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공부한 것을 늘 자랑스러워 했고, 주변에는 가깝게 지내시던 임업분야의 지인들이 많았다.

고 시장은 나무 심는 것을 아주 좋아해서 나무심기 철에는 거의 매주 나무심기 행사에 참석할 정도였지만 나무를 베고 전지작업을 하는 것은 아주 싫어했다.

심지어는 차를 타고 가다가 가로수 전지한 것을 보면 빠짐없이 메모 한 후 경위를 알아보도록 지시 하기도 했다.

그래도 각 구청에서 가로수를 강전지하는 사례가 그치지 않자 각 구 공원녹지과장을 점심식사 자리에 소집하여 소주를 한 잔씩 따라주시면서 “제발 나무전지를 하지 말 것”을 지시할 정도였다.

그 당시에는 시장 선거철이 다가오면 녹지직 직원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면 추진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최신현, 정주현, 임상규, 김기성, 안계동, 이용훈, 성종상 교수 등이 단골로 자문해 주시며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다.

요즘 자치단체장 선거가 본격화 되고 있다. 서울시장은 여러 분야에 안목이 있고 능력이 뛰어난 후보가 되어야 하겠지만 미세먼지가 거의 일상화 될 정도로 환경오염이 심각한 요즘, 아파트 단지나 콘크리트 구조물 대신 푸른 숲과 아름다운 공원을 많이 조성할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나 혼자 만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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