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얼 커크우드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 조경학과장이 고려대 환경생태연구소가 주최한 'Ecological Urbanism'이라는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조경가는 리더로서 사회적·환경적·문화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접목시켜 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 조경학과장인 니얼 커크우드(Niall Kirkwood) 교수가 지난 6일 고려대 환경생태연구소(소장 심우경)가 주관한 ‘생태적 도시주의(Ecological Urbanism)’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 기조발표를 통해 한국의 조경가들에게 던진 화두다.

커크우드 교수는 “생태적 도시주의는 도시환경이 인간의 삶과 전통적인 관습 그리고 자연적인 조건 및 지속가능한 과정들 사이의 차별성과 복잡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조경공간과 건축공간이 도시 내에서 서로 상호작용하고 이분화되지 않으며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 도시화 연구에 사회학적으로 접근해 선구적인 역할을 한 패트릭 게데스(Patric Geddes)의 사례를 들며 “식물학과 자연과학, 사회학, 도시디자인, 역사, 철학 등 모든 분야를 결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크우드 교수는 “조경설계에 있어서 실습, 연구 및 표현의 현대적인 이슈는 모든 수준의 생태학과 전통적인 문화에 직면한다. 예를 들면 만지기와 같은 도시 환경에 있는 생태학의 경제가치 - 도시에 있는 인프라스트럭쳐 역할을 제공하는 도시 생태학을 위한 생태계 서비스와 잠재력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치를 제시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이날 통역은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전진형 교수가 맡았다.

니얼 커크우드 교수는 영국 맨체스터대와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93년부터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에서 조경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3년 심우경 교수의 초청으로 한국조경과 인연을 맺은 뒤 이번이 12번째 방한이다. 지난 해에는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설계 공모전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으며, 내년에는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와서 고려대 디자인대학원 원장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발표하고 있는 커크우드 교수.


지난 6일 고려대 생명과학대 오정강당에서 열린 ‘생태적 도시주의(Ecological Urbanism)’라는 주제의 국제학술회의는 고려대 환경생태연구소(소장 심우경) 주관으로 열렸다.

심우경 소장은 인사말에서 “바쁜 와중에도 초대에 응해주신 커크우드 교수에게 감사한다”며 “삭막해지고 있는 도시환경이 좀 더 슬기롭게 해결 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전 서울시 디자인총괄본부장)는 “도시관리의 세계적인 추세는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바탕위에 도시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서울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도시지만, 무분별한 건설, 자원과 기술의 이기적인 이용 등으로 생태계를 훼손하고 환경 엔트로피를 무한히 증가 시켰다”고 말했다. “앞으로 커크우드 교수의 발표를 듣고 서울시가 건강한 생태도시, 아름다운 세계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조세환 (사)한국조경학회장의 축사와 함께 노래하는 환경운동가인 이기영 호서대 교육대학원장의 노래와 조스린 클락(Jocelyn Clark, 한국명 조세린) 배재대 교수의 가야금 연주로 분위기를 가볍게 했다.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 니얼 커크우드 교수의 기조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외국의 사례를 우리의 문화, 역사 그리고 현실에 맞게 접목시켜야 하며, 조경가의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학부과정에서 인접 학문을 추가하는 등 커리큘럼의 변화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음은 토론회 주요내용이다.

 

 

 

 

▲ 니얼 커크우드 교수의 기조발표 이후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심우경 소장이 좌장을 맡았며,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영수((사)녹색건물청색도시시민디자인연대 회장)
생태환경은 이제 논란의 문제가 아닌 결단의 문제만 남았다. 화학연료 대신 생태에너지로, 도시의 인프라를 녹색기술로 바꿔서 이제는 녹색시대, 생태시대로 가기 위한 이론과 목적을 정리해야 한다. 또 조경의 학문적 사명감과 인류사적 책임감이 더욱 명료하고 분명해진 만큼, 생태시대를 위한 이론과 실천방법을 총동원할 때이다.

김홍규(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조경가의 역할은 모든 마스터플랜 중 공원계획의 분야만 담당하는게 아니라 초기단계부터 직접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파트 현상설계시 조경가의 배치계획이 우선되고 건물이 나중에 들어가는 형태가 될 수 있도록 조경가로서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학부과정에서 건축과 도시계획 등 인접 분야 과목이 추가되어야 한다.
생태도시론이 대두되면서 조경가의 시대가 도래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조경설계사는 있지만, 조경가는 없는 것 같다. 함께 되짚어봐야 할 문제다.

김성환(군산대 철학과 교수)
새만금이 토목사업에서 생태·문화적 요소가 가미되고 있고, 관광도시는 친생태적·친환경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산업단지도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치를 다는 등 '생태'는 이제 현대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도시는 더 이상 건축과 도시설계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특히 철학이 없는 도시는 도시로서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결국 생태도시론은 근대적 도시문명에 대한 반성, 도시를 바라보는 도시전문 기술의 한계에 대한 성찰, 21세기 인류정신사의 철학적 전환에 따라 새롭게 정의하고 설계되어야 한다.

이경돈(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 기획관)
도시디자인은 자연, 역사,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되어야 하며, 특히 교통, 문화, 예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참여가 필요하다. 또 도시디자인은 도시의 외관을 아름답게 하는 것 뿐만아니라, 시민들이 이를 통해 즐겁고, 편리하고,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외국 사례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지만 우리문화와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조경진(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
서구의 도시이론과 한국적 현실 사이에는 간격이 존재하지만, 그 간격을 가장 좁힌 이론이 ‘생태적 도시주의’이다. 역사적으로 도시환경의 문제가 대두되면 조경가들은 리더쉽을 발휘해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 왔던 것 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현시점에서 생태적 도시주의라는 이론과 실천전략으로 환경문제에 실천적 해답을 얻는 데 기여해야 할 시점이다.

김세용(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커크우드 교수가 에너지절감 도시로 제시한 아부다비의 마스다와 캐나다의 토론토의 사례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외국사례로서 참고사항 일 뿐 우리의 문화와 사회에 적합하게 접목시켜 우리나라의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탄소배출권을 사고 파는 시대에 에너지절감 도시에 대한 선진국의 기술력을 후진국에게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곽영훈((주)사람과환경그룹 회장)
3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우리 역사․문화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고 우리 내부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생태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이다. 셋째, 정경유착의 문화 속에서는 리더가 없다. 조경가가 앞장서 주길 바라며, 나아가 건축가를 위한 조경이 아닌 사용자를 위한 조경설계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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