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푸른도시국이 1년 넘게 준비한 상상어린이공원 사업은 어린이날 1단계 오픈을 하면서 그 성과가 확인되고 있다. 누구보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내년까지 조성될 300곳 가운데 이제 50곳이 문 열었으니 아직 갈 길도 멀지만, 여러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로, 서울시가 앞장 서 추진한 놀이터 리모델링 사업(상상어린이공원)은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지만, 누구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일’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해 1월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이 시행되면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전국의 수많은 놀이시설물들은 리모델링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유예기간을 적용하더라도 이제 2년 8개월 안에는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놀이시설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기초자치단체들은 사업접근에 소극적이라고 하는데, 그 배경은 바로 ‘어린이에게는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란다. 민선 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원들은 유효표만 쫓아 다녀서 어린이공원 사업비는 특히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단일 생활권 내에 있는 서울시의 경우 만약 25개 자치구마다 직접 시행에 나선다면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와 사업취지의 일관성 유지나 어린이공원이 줄 수 있는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어렵다는 우려에서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가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두번째로, 상상어린이공원 사업이 주는 교훈은 ‘공원의 주인인 시민고객에게 충실했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공원의 주 이용지역은 근접 동네이며, 주 이용자층 또한 근접 동네에 사는 아이들과 주민들이라고 판단한 서울시는 공동체 활성화에 주력했다.

주민들은 처음 계획부터 참여해서 내가 만들고 싶은 공원을 이야기하였고, 시청과 구청, 설계사와 시공사 모두는 그런 소통을 중시하면서 이뤄낸 결과물이 상상어린이공원이다. 서울시는 동네 300곳에 만들어서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문화를 선물하고 있다.

세번째로, 서울시는 무엇보다 친환경소재를 우선 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일부 매체가 어린이놀이터 모래에 기생충이 많다고 선정적인 보도를 하는 바람에 모래놀이가 아이들에게 주는 많은 장점은 묻혀왔고, 그 자리에 당장 보기 좋고 탄력 있는 고무칩 탄성포장재가 빠르게 대체해 왔다. 거기에는 많은 조경가들도 ‘유행’이라면서 가세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아이들에게 자연만큼 좋은 소재는 없으며, 모래놀이가 정서적 안정성과 창의력 향상에 더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고집스럽게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설득한 끝에 많은 공원에서 모래바닥재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역마다 사정이 달라 서울시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상상어린이공원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작지 않다. 근린공원을 비롯한 다른 도시공원 조성사업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에서도 '공원소비자운동'의 태동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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