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상상어린이공원 탄생의 주역들. 서울시 공원디자인팀. 오른쪽부터 장상규 팀장, 김봉선, 최영숙, 강인호, 황서현 담당자


서울시 푸른도시국(국장 안승일)이 탄생시킨 상상어린이공원 사업의 산파 역할을 한 공원조성과 공원디자인팀을 찾아 그동안 경과와 사업의 배경과 목적, 주민의견 수렴과정, 애로사항과 그들의 철학을 들어보았다.

서울시 푸른도시국 공원디자인팀 강인호 주임은 ‘시민고객 맞춤형 상상어린이공원 조성사업’은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상상어린이공원의 주인인 동네 어린이들과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테마공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왜 상상어린이공원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나?
서울시에는 곳곳에 산재해 있는 1200여개의 어린이공원은 주민들이 쉽게 방문할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낡고 시설이 단조롭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공원 주변 어린이들과 주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원을 만들자는 취지로 접근했다.

어린이공원의 이용자 분석를 분석해 보니까, 오전에는 엄마가 유아를 데리고 놀이터에 방문하고, 아침저녁은 주민들이 산책하며, 어린이들은 방과 후 학원가기 전에 들르거나, 학교나 학원을 마치고 모이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상상어린이공원은 ‘첫째, 어린이들에게 꿈과 상상력, 창의력을 키워주자. 둘째, 엄마와 유아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자. 셋째, 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자’라는 3가지 목적으로 탄생됐다.

이렇게 공원을 실제 이용하는 대상을 위해 상상어린이공원은 쾌적한 휴식 쉼터공간이 되어야 겠고, 아주머니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 즉 동네 발전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공간이며, 방과 후 어린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펼치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주민 의견 수렴해 함께 만든 시민고객 맞춤형 공원

강인호 주임은 의견수렴과정은 매우 중요해 1년 정도 의견수렴만 해서 사용자들과 설계자 간의 참여와 합의에 따른 그림이 완벽하게 그려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애착을 가지고 조성한 공원을 두고 두고 관리하며 민원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의견 수렴, 이렇게 했다

먼저 어린이가 있는 학교에 찾아갔다. 어린이에게는 ‘내가 만들고 싶은 어린이공원’ ‘내가 상상하는 그림’을 그려 오라고 했고 학부모들을 동행케 해 의견을 물었다.

아이들의 그림을 종합해 본 결과 ‘미끄럼틀을 길게하고, 그네 많게 해 주세요’, ‘만화 캐릭터, 둘리공원 만들어 주세요’, ‘수영장을 만들어 주세요’ 등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아이들이나 학부모의 경우엔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하 법률’에 따라야 하는 기준(건폐율, 녹지율, 시설율, 산책로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쪽에서 초안을 그려 다시 어린이들 그림과 조율하면서 1차 초안을 만들었다.

그 다음엔 어린이공원 현장에 나가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주민들은 의자 좀 우리 집 앞에서 치워주세요, 담배연기가 들어와요, 녹지대를 늘려주세요, 조명이 밝아서 밤에 방으로 빛이 들어오니 위치를 옮겨주세요 등을 이야기 했으며 이를 설계에 반영했다.

한편,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공원 한 켠에 타일로 보존해 전시해 놓았다. 아이들이 어머니와 친구들에게 두고두고 자랑하며 참여를 유도하게끔 했다.

아이들의 가장 좋은 놀이환경, 모래놀이터

가장 민감하며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부분으로 아이들 공원에 모래를 쓰지 말아달라는 주부나 공원 주변 거주인들의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데, 아이들의 창의력 및 지적발달, 역할놀이 등을 통한 사회성 발달에 모래놀이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일부에서 강아지가 모래에 배변해 기생충이 있어 몸에 해롭다, 모래가 날리고 아이들이 옷에 모래를 뭍혀 들어와 청소해 놓은 방이 지저분해 진다는 등의 이유로 주민들의 반대가 있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풀어야 할 오해이며 아이들의 바른 성장을 위해 지켜주어야 할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모래로 할 수 있는 놀이가 20가지 정도 된다. 모래라고 하는 소재는 정형화 된 게 아니다.

그릇에 모래를 넣고, 근처 음수대에서 떠온 물 뿌리고 탁 바닥에 내려 놓으며 각종 모양을 만든다던가, 주위에서 모래로 쌀밥을 짓고 나뭇잎을 찧어서 소꿉장난을 하며 엄마아빠 역할놀이를 하며 상상력을 배우는 것이다. 옆 친구가 놀이 도구를 빌려오며 빌려주는 과정에서 소유의 개념을 배우는 등, 정신적 신체적 발달에 있어 모래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번은 강남구 엄마들도 가장 보내고 싶어하는 곳으로 소문 난 Y대학교 내에 위치한 어느 유치원을 방문했더니, 전부 모래와 목재로만 놀이시설물이 꾸며져 있더라. 유일하게 미끄럼틀만 스텐레스를 썼다. 교육 프로그램도 모래밭에서 놀기, 펌프수도질 하기, 찰흙놀이, 숲에 올라가 나무 안아보기, 나무에 귀 대어보기, 나무이름 알기, 새소리 듣기 등 이런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맞다 이거다, 부유하게 살지 못하는 우리 대다수의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한다. 있는 아이들은 별장가고 별 보고 풀 만져보고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다. 아이들에게 최소한 모래놀이 만큼이라도 하게 하자’고 다짐했다.

앞으로 모래놀이 가르쳐 줄 전문인력을 투입해 주민공원지킴이에게 놀이교육을 시키고, 공원지킴이가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쳐주게 될 것이다.

모래는 관리를 잘해주면 된다

그 유치원에 모래 관리법을 물었다. 요점은 햇빛소독이었다. 햇볕이 좋을 때 모래를 소독하고, 비오거나 할 때 과일세정제를 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래가 날리는 것과 관련해, 관리를 하지 않으면 모래가 다져져 무거운 건 아래로 가고 가볍고 가는 모래가 위로 올라오게 되는데, 구청에 인력이 없어서 방치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 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공원지킴이를 이용한 관리로 가고있다. 또한 가능한 1~3mm의 굵은 모래를 쓰라고 지시했다.



탄성포장은 마모 분진에 제일 큰 문제

어린이놀이터안전관리법에는 모래나 탄성포장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는데, 탄성포장의 가장 큰 단점은 분진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결부위가 잘 파손되고 뜯겨져 나가는데 특히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마모된 분진이 폐에 들어가면 좋지 않다.

탄성포장이 깔끔하고 예뻐 보여서 주민들이 선호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아이들 건강이다.



유아전용모래놀이터엔 항균모래를 썼다

유아들이 사용할 모래놀이터에는 은나노 항균모래를 썼다. 해당 항균모래를 연구소에 보내 항균모래와 포도상구균, 대중균을 섞어 보았더니 99% 이상 죽는 것을 확인했다. 아기들을 위한 공간에는 항균모래를 적용했다.



앞으로 근린공원도 테마화 될 것

앞으로 근린공원들도 상상어린이공원처럼 천편일률적인 부분에서 탈피해서 테마화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근린공원에 가면 늘 파고라와 어른들 운동기구만 있는데, 어느 공원은 판소리공원으로 조성한다든지, 어느 공원은 디카공원으로 조성한다든지 등등 다양한 형태로 공원이 진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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