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신문 이수정 기자] 인천시 동구 배다리 마을을 관통하는 산업도로(이하 배다리 관통도로) 사업에 주민들이 전면폐기 주장을 요구하고 있다. 마을의 역사와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관통도로에 대부분의 주민들은 반대한다. 10년간 개발이 지연돼 배다리 주민 스스로 마을 생태공원으로 가꿔오던 도로 부지는 현재 절반의 땅만으로 돌아왔다.

지난 23일 주민들이 뿌린 꽃씨가 봄을 재촉하는 배다리 마을에서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배다리위원회 위원)를 만났다. 그는 시민이 배제된 배다리 관통도로 폐기 필요성 및 공유지 사유화 방식, 획일적인 공원관리에 대해 문제 제기하며 주민이 직접 주도, 점유자 중심의 창의적 공간으로써 배다리 생태공원을 피력했다.   

▲ 배다리 마을 관통도로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공유지를 생태놀이터, 생태여름캠프, 정원으로써 자율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사진제공=민운기 대표)

배다리 마을을 관통하는 산업도로로 마을 공동체 동강   

약 10여 년 전 송도와 청라 신도시 개발붐이 말해주듯 산업도로는 인천시가 인천의 남북고속도로로서 인천항을 이용하는 수출입물동량의 원활한 수송체계를 구축하고 구 도심지 도로망 확충에 따른 교통 분산, 지역발전과 인근 주민들의 생활여건 개선을 목적으로 한 도로다.

이 중 배다리 관통도로는 인천시가 인천 중구 삼익아파트, 동구 동국제강까지 이르는 전체 산업도로 4구간 중 3구간(송림로~유동삼거리)에 해당하는데, 주민들은 이 배다리 관통도로의 전면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1년 계획된 산업도로 사업은 송현터널이 뚫린 후 인근 지역의 철거수순을 밟으며 시작됐다. 그러나 전체 산업도로 중 2010년 4구간만이 개통됐고, 나머지 도로구간은 안정성과 환경문제로 인한 주민반발에 의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특히 2006년 말부터 주민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탄원서를 제출한 3구간 배다리 관통도로의 경우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마을공동체 파괴라는 측면에서 논란의 정점에 있다.

▲ 배다리 마을의 생태공원은 배수로를 사이에 두고 절반은 구청 측에 의해, 절반은 주민들에 의해 분리 관리되고 있다.

주민 배제한 행정에 맞서 주민‧활동가 주도 배다리 지키기

시 측의 일방통행만큼 주민들의 의지 또한 강력했다. 2007년부터 스페임스 빔이 본격적으로 배다리 관통도로를 중심으로 도시유목이라는 공공프로젝트를 통해 공사현황을 알리고 지역주민이 배제된 공유지 점유의 문제점을 공유하면서 시민‧활동가들이 결합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반대 싸움이 시작되면서 주민 주도의 주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활동가들은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을 꾸렸다.

행정기관과 싸우는 과정에서 주민대책위원회가 감사청구를 한 결과, 철로 밑에 뚫어놓은 숭인지하차도가 높이 4.5m가 되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90cm가 미달해 차도를 사용하지 못하자 도로의 지하화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2010년 접어들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안상수 전 시장은 유화적인 제스처로써 도로 지하화를 발표했지만 지하화 구간에 대해서는 시와 주민 간에 의견차가 있었다. 이후 송영길 시장 재임 당시 주민설명회를 통해 충분히 수렴돼야 했지만 설명회로만 그치고 결국 도로의 절반만 지하화하는 기획안으로 마무리하려 했다.

시 재정난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태로 끌고 오다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100억 예산으로 일부 구간 개통됐지만 이곳은 여전히 해결이 안 된 상태다.

▲ 배다리 마을 곳곳에 보이는 ‘배다리 관통도로 전면폐기’ 문구는 배다리 마을을 보존하려는 민심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 배다리 마을 곳곳에 보이는 ‘배다리 관통도로 전면폐기’ 문구는 배다리 마을을 보존하려는 민심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제2외곽순환도로, 지하도로에다 지상도로까지 합쳐, 관통도로 전면폐기는 불가불

현재 시는 주민과의 협의도 없이 지하로 도로를 내되 지상에 양쪽 측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지하와 지상 모두 도로화함으로써 마을을 동강낼 심산이었다.

결국 주민들은 관통도로의 전면폐기 쪽으로 나서게 됐다. 도로에 의한 마을 차단, 온갖 매연과 소음에 주민들이 피해가 커질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작년 초 남북을 잇는 인천~김포 간 제2외곽순환도로가 도로와의 중복성 문제도 있다. 굳이 산업도로가 필요한가라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민 대표는 “외곽순환도로 진출입로를 가보니 매연이 너무 심했다. 이 모든 환경의 피해자는 이 곳 배다리마을 사람들의 몫이다. 그래서 전면폐기를 주장하게 됐다. 지난해 9월 13일부터 관통도로 전면폐기 주민행동을 시작한 이후 아침마다 집회를 갖는다”며 오는 31일이면 200일이 된다고 덧붙였다.

배다리 관통도로는 지하화로 구체적 가닥이 잡히면서 동구청이 구간을 둘러싼 정비작업을 시작했다. 동구청이 관리하면서 전체 전반의 부지에 철쭉도 심고 양쪽을 잇는 사잇길을 냈다. 민 대표는 마음대로 땅을 갈아엎고 일회적이고 일률적으로 식재하는 구청의 관리행태를 비판했다. 몇 년 전 배다리 마을 관통도로 부지는 텃밭을 부치고, 빗물저금통, 정자, 생태놀이터를 만들고 생태여름캠프도 운영하며 주민이 자율적으로 가꾸던 공간이었다. 민 대표는 “다시 공원을 생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 공동체 거점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행정기관은 자연을 대하는 그들의 방식을 주민들에게 강요한다. 그런데 작년부터 구청이 다시 이 땅에 눈독 들였다. 주민들 동의 없이 텃밭을 불법으로 몰아갔고 거기에 양귀비를 뿌렸다. 주민들과의 갈등도 심화됐다”며 공분했다. 이어 “그 사이 주민들이 만든 놀이터도 철거됐다. 코스모스 말고는 남아있는 모든 풀은 다 뽑아낸다. 이것은 자연을 대상화시키는 행위다”고 말했다.

▲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 배다리 마을 관통도로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공유지를 생태놀이터, 생태여름캠프, 정원으로써 자율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사진제공=민운기 대표)

마을 안 지속가능한 도시숲을 향해

배다리 마을 생태공원은 배수로를 가운데 두고 구청 측에서 관리하는 코스모스 정원이, 한쪽에는 주민들이 쓰레기 치우며꽃씨 뿌린 정원이 대조적으로 펼쳐져 있다.

작년 말부터 배다리위원회가 운영되면서 구청 관리 하 지속가능성이 부재함을 구청 측에 전달, 도로부지를 도시숲으로 남겨야 한다는 결론에 닿았다. 이 문제에 대한 주민의 의견차가 있었지만 반쪽은 주민이 돌보고 나머지 반쪽은 구에서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민 대표는 “중요한 것은 배다리 주민이 회의를 통해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며 “공유지는 공유재산이다.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공공부지는 행정 지자체의 소유로 생각해왔다. 소유권은 시민과 주민에게 있다. 행정은 그것을 잘 관리하도록 위탁받은 기관일 뿐이다. 이 싸움이 중요한 것은 공유지에 대한 기존의 사고의 전환을 바꿔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70년 역사 속에 책이 거래된 곳이다. 우리의 족적을 무시하면 우리가 디딜 땅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아닌가. 배다리운동은 이런 면에서 일몫을 하고 있다.” 배다리 마을에서 만난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의 메시지다. 십 수 년의 지난한 싸움 속에서 주민이 지킨 배다리의 풍경은 마을의 가치와 역사를 담는 사람들 속에서 계속 움트며 변화 중이다. 

▲ 배다리 마을을 지키며 관통도로를 전면폐기를 주장하는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
▲ 곽현숙 대표는 아벨서점 2층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해 배다리의 정체성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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