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신문 지재호 기자]

설계적 개념이 실재가 될까?
- 이호영 HLD 소장

2005년 때 조경가로 산다는 것에 대해 한 말이 있다. “다들 공간에 대한 개념과 전략을 제시하지만, 실제로 설계는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논리적 비약이나 화려한 스케치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설계소장이나 시니어디자이너들이 처음에 회의를 할 때 거창한 개념을 얘기하는데 디벨롭(Develop)시키지 못하고 ‘잠깐만 있어봐 하루 밤만 새면 나와’라고 하면서 하룻밤 만에 엄청난 논리의 비약을 통해 화려한 스케치로 마스터플랜이 나오는 것을 너무 많이 봤다.

2005년 때 정말 비전이 없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게 10여 년 동안 내 발목을 잡았고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중간 이론이라든지 논리적 비약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13년을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사실은 개념과 실재는 엄청나게 큰 간극이 존재한다. 개념을 잡았을 때 100% 공간으로 구현되는 사례는 전무하다. 예산이나 행정, 시공 상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행정적, 예산적, 시공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럼 설계적으로 ‘개념’이 100% ‘실재’가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너무 어렵다.

콘셉트를 정하고 기본계획, 실시설계, 시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간극이 존재하고 디자이너들은 논리적 비약이 일어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콘셉트 공간으로 만들어졌을 때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설계를 하다보면 콘셉트에서 마스터플랜이 정해지고 동선개념도, 포장개념도, 식재개념도도 만들어가게 된다. 실시설계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사실은 이 과정은 예산안의 영향을 받지 않고 디자이너의 논리적 비약에 의해서 차이가 나는 경우일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치밀하게 디벨롭을 하면 오차는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실시설계가 정해지면 시공으로 넘어가게 된다. 여기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여기서 ‘내가 설계한 게 맞나?’라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게 된다.

우리는 설계를 디테일하게 해서 현장에서 설계도면만 보면 제대로 시공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DEVIL IS IN THE DETAIL(DESTAIL)’ 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개념이 좋아도 문제는 구체적인 곳에서 발생된다는 말이다. 설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개념으로 시작해도 디테일이 좋지 않으면 그 공간은 좋게 느껴질 수 없다.

항상 나는 공부나 디자인을 하는 학생들이 디테일에 대해서 개념만큼 심각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개념’과 ‘실재’보다 ‘다양성’에 무게
-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

설계는 무엇이냐 할 때 ‘개념’과 ‘실재’ 머릿속에 있는 어떤 구상을 실재화 하는 것까지가 설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개념에 대해 강조를 했는데 학생들은 알 것이다. 쓸데없다는 것을. 결국에 학기 3주까지는 중요했는데 갈수록 기억도 없고 그렇게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현실에서는 어떠냐. 실재에 대한 담론이 대세다.

공모전을 보면 조경도 그렇지만 건축에 대한 담론을 보면 개념에 대한 얘기가 없어지고 있다. 20년 전까지 개념이 대세였다. 하지만 건축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포트스 크리티칼리티(Post Criticality) 논쟁이라 하는데 이전까지는 건축가의 역할은 사회적 이유가 있었다.

이를 위해 사회적 이론도 알아야하고 어려운 철학적 개념도 써야 하는데 렘 콜하스(Rem Koolhaas) 라는 건축가가 나타나서 산산조각을 낸다. 오히려 그런 거 설계하는데 방해만 되더라.

그러면서 이론 자체의 담론을 상당히 깨뜨려 버린다. 개념을 중시했던 사람과 반대 입장에 있던 포스트 크리티칼리티... 크리티컬한 사고 자체가 무용지물이라는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건축계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실재’가 대세가 된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럼 개념은 뭐냐. 설계를 위해서 하는 첫 단추냐. 버려야할 디딤돌이냐. 그럴 수도 있다.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개념’이 중요하냐 ‘실재’가 중요하냐 하는 것보다 ‘다양성’의 측면이다.

실재 방점을 찍은 설계가 필요한 것도 있고 동시에 개념의 방점을 찍은 설계도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에 우리는 어떻게 보면 ‘개념’이 ‘실재’를 끌어내기 위한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개념이 없어도 좋은 공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개념 없어도 된다. 다만 개념만 있는 설계는 좋은 공간을 못 만든다. 그 공간은 경험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생각에는 개인적으로 경험을 통해 얻은 것 때문이기도 하다.

실재가 개념을 위한 실재, 개념의 방점을 찍은 설계가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여러분들이 하는 게 ‘페이퍼’다. 알브랑스 건축가는 ‘페이퍼 아키텍트만이 아키텍트다’ 현실성을 배제한 건축적 사고만이 진정한 건축가로 부를 수 있다고 했다.

동의를 하든 안 하든. 건축의 본질은 개념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페이퍼 아키텍트를 부정적으로 얘기를 하는데 어떻게 보면 개념에 방점을 찍은 설계.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호영 소장의 고민과 이런 것들이 우리는 다양하게 공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하고 우리가 계속 추진하려고 하는 대립적인 구도다.

젊은 조경가들이 나누는 담론이 어떻게 보면 서로 ‘동의하자’가 아니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담론을 ‘만들자’ 또는 설계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내자’는 것이라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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