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혜우 작가

[한국조경신문 이수정 기자]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로 불리는 신혜우 작가는 대학원에서 식물분류학을 전공하는 생물학도다. 식물의 과학적 정보를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 보태니컬 일러스트레이션을 시작한 그는 지난 2013‧2014년 연속 영국 왕립원예학회가 주관한 보태니컬 아트 쇼에서 최고상을 수상할 정도로 국내외 몇 안 되는 공인된 보태니컬 일러스트레이터다.

 

-전시 동기는?

지금까지는 그림이 쌓이면서 전시를 열어왔다. 일반인이 보기에 내 그림이 보통의 꽃그림과 다른 것으로 설명하지 못한 채였다.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의 배경을 풀어내고 일반인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소요 작가와 기획하면서 알게 됐다. 전시도 학술적인 용어에서 벗어나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려는 텍스트로 접근하려 노력했다.

 

-전시된 그림에 텍스트가 많다. 전시관람 포인트는?

논문용 글밖에 쓰지 않았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개인적인 일을 써보았다. 개인적인 일이라도 식물학자가 겪게 되는 객관적 사건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먼저 읽어 달라. 논문은 오브제 정도로 생각해도 좋다. 자료를 수집해서 완성하기까지 그 시작과 끝, 그리고 과정이 그림을 통해 어떻게 나오는지 봐 달라.

 

-그림은 언제부터 그리게 됐나

원래 김해 ‘깡촌’ 출신이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곧잘 그리는 아이였다. 아버지와 산에 많이 다니며 식물에 익숙해졌고 어머니가 사준 식물도감을 보면서 여섯 살 때부터 식물학자의 꿈을 키웠다.

학부 때부터 채집하러 다니면서 기록 차원에서 그림을 그렸다. 13년 전만 해도 보태니컬 아트나 식물세밀화 용어 자체가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때였다

내 그림은 계속 쌓여가는 데 마땅히 평가받을만한 곳이 한국에는 없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남겨두고 영국으로 출발했다. 영국의 아트스쿨 단기 세미나를 거쳐 3년을 준비한 끝에 2013년 영국 왕립협회가 주관한 보태니컬 아트 쇼에서 상을 받았다. 어쩌면 운이 좋아서 그랬나 싶어 다음 해 다시 도전했다. 사실 순전히 내 실력만은 아니었다. 기생식물 시리즈를 그렸는데 채집할 때 농부나 교수님 등 주변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분들의 조력 때문에 수상했고 그림을 출품할 때 그 분들 명단도 빼놓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과학적인 정보가 충분한 그림이었기에 높은 점수를 줬다. 17~18세기 식물학자들이 형태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그림을 많이 그렸다. 요즘은 DNA나 분자생물학을 함께 연구하기에 나처럼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는 거의 없다.

-보태니컬 일러스트레이션은 왜 필요한가

논문규정에 도해를 그려서 내게 돼 있다. 논문용‧도감용 그림은 공부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하다. 전문적으로 그리는 사람이 줄고 있다. 대안으로 미술전공자에게 부탁했는데 갈등이 많다. 미술전공자는 미세한 비율 등 디테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 학자들 입장에서는 정확한 구조로 종을 표현했는가가 중요하다.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유려함 보다는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식물을 알고 학문적인 관점으로 그려야 하는데 실제로 이 분야 전문가가 부족하다. 교육기관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레슨을 열게 됐다.

 

-그동안 다른 생물 분야에서 세밀화가 시도된 적 없는가?

식물 세밀화는 한국에는 없는 분야였다. 분류를 목적으로 그린 그림은 없었다. 그런데 최초의 동물학자이자 곤충학자인 조복성이라는 학자가 일제강점기 때 나비그림을 기록해 전시한 적 있다. 일본인 학자들도 감탄했다. 전시된 도판은 1934년에 1쇄가 출간(‘원색 조선의 접류’)됐고 그 책을 우연히 일본 고서점에서 어렵게 구했다. 그 정도로 천재적인 그림이다.

 

-앞으로 계획은?

미국 연구소에서 일할 수도 있다. 식물공부를 계속 할 것이다. 오랫동안 그림에 집중할 수 없을 거 같아서 이번 전시가 특별하다. 보태니컬 일러스트레이션이 자리잡아갈 수 있도록 관련 활동을 지속해나갈 것이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