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주영 랜데코 지이아이 대표

누렇게 겨울옷을 입었던 잔디에 연두색 새싹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공원에도 봄소식이 불어온다. 산책을 하거나 공원에 조성된 체육시설을 즐기기 위해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최근 신도시에 새롭게 조성되는 공원은 공원녹지체계 수립을 통해 신도시의 녹색줄기가 되면, 법적인 기준과 이용자 프로그램을 고려해 공원시설을 도입하게 된다. 그러나 이용자의 니즈와 수요 예측 오류로 인해 이용자 간에 배타적인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지역이 있다. LH가 수도권 K 신도시에 조성한 E 근린공원인데, 전체 12만7000여㎡를 조성하면서 수목원, 조깅 트랙, 운동장, 야외무대, 파크골프장 등을 설치했고, 현재는 김포시가 인수해서 관리하고 있다. 이 중 9홀 짜리 파크골프장의 면적이 1만9242㎡로 전체 공원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비교적 시설이 우수한 E 근린공원 파크볼장에 시설이 낙후하거나 시설이 부족한 서울이나 인근지역에서 파크골퍼들이 몰리면서 파크골프 활동이 우세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입주세대에 비해 공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파크골프장에 대한 안전이나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음에 대한 기타 시설 이용자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달라는 의견이나 탄원운동을 SNS를 통해 전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크골프은 30만평의 면적에 조성되어 14개의 클럽을 사용해서 다양한 거리와 샷을 구사하는 레귤라 골프와는 달리 18홀 코스를 1만5000㎡이상, 9홀을 9000㎡이상(국민생활체육 전국파크골프 연합회 규정집)으로 소규모로 조성하여 하나의 클럽과 플라스틱 공으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다. 공원과 같은 작은 녹지에 골프게임요소의 일부분을 접목시켜 주민의 보건휴양 및 정서생활 향상에 기여를 목적으로 하며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3세대 가족, 장애인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전국 15개 지역협회가 운영 중인 대한체육회 정가맹 종목이며, 전국에는 160개 파크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 파크골프 동호인이 6만 명에 이를 정도로 중요한 생활체육종목의 하나가 되었다.

Home of Golf라 불리우는 스코틀랜드 수도인 에딘버러에는 녹색이 풍부한 공원들이 여러 곳이 있다. 이런 공원들은 당초 골프장으로 이용되었지만 골퍼들이 늘어남에 따라 정규골프장이 시 외곽에 조성되었고, 골퍼들도 신규로 조성된 골프장으로 이동하게 되자, 기존 골프장은 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이를 인수하게 된 에디버러 시에서는 공원 한쪽에 숏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번호표를 세워둔 홀컵을 설치하였다. 골퍼들은 다른 공원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수준에서 숏 게임을 즐기고 다른 공원이용자들 역시 그 옆에서 피크닉과 산책을 즐기고 여러 가지 공원이용 활동을 한다. 각기 다른 공원이용 활동을 하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고 공원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이 유사한 사례가 있는데, 노을공원은 당초 쓰레기매립장으로 활용하던 부지에 9홀 골프장을 조성했지만 한 번도 운영을 해보지 못한 체 소수의 골퍼들만의 사유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라 억새경관이 우세한 공원으로 탈바꿈되었다.

노을공원에는 기존 파5홀 한 개소에 18홀 파크골프장이 조성되었다. 이를 통해 외국에서처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파크골프, 캠핑장, 공원 산책 등 각자의 즐거움에 맞는 활동이 공존하고 있다.

공원은 누구나 각자의 필요에 따라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시설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어서도 안 된다. E 근린공원내 파크골프장은 9홀 조성으로 18홀을 조성할 수 있는 면적을 사용하고 있어, 골프장내 유휴녹지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러나 파크골프장 구역으로 정의되다 보니 타 공원이용자가 같이 이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의 파크볼장을 좀 더 적은 규모로 9홀을 앉히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도 있으며, 파크골퍼들은 그들만의 공원이 아닌 다른 이용자와 함께 활용하는 공원이라는 개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주변 공원이용자를 배려한 샷의 강약을 조절하고, 파크골프이용 시간외에는 다른 이용자들의 산책로로도 이용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파크골프는 엄마들도 애들 손을 잡고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생활체육 운동이다. 파크골퍼들만이 파크골프장을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이 아닌 파크골퍼가 될 수 있으며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공원이용에 편을 가를 이유가 없다. 즐거운 공원이용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공원이용활동 역시 배려하는 넓은 포용력을 가진 성숙한 사회로 가는 공원이용문화를 발전시킨다면 각자의 공원이용활동이 지금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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