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권리, 경작하는 농부에게로
씨앗의 권리, 경작하는 농부에게로
  • 이수정 기자
  • 승인 2018.02.27
  • 호수 4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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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씨앗지킴이 ‘토종씨드림’ 10주년 기념행사 및 씨앗나눔종자에 이어 묘(苗)까지, 씨앗 독점 쉬운 개정된 종자산업법 지적
▲ 토종씨드림 10주년 행사 '씨앗들의 향연'

조상 대대로 내려온 씨앗을 보존하며 토종씨앗 지도를 그려나가는 민간단체 ‘토종씨드림’(대표 변현단) 10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24일 서울시 금천구청에서 열렸다. 토종씨드림 주최, 도시농업시민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 전국의 농민은 물론 각 지역 토종씨앗 작목반 및 도시농업관련단체들이 한 데 모여 씨앗을 나눔하고 전시했다.

104종의 토종볍씨를 키우는 고양시 벽제 우보농장을 비롯해 도시농업의 선구자로 알려진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노원구도시농업네트워크, 토종씨앗으로 생산자 주도의 조례제정을 성취한 순천 지역 토종씨앗 모임 등이 참여해 토종씨앗을 이어가는 도시농업의 현장을 전했다.

▲ 토종씨드림 10주년 행사 '씨앗의 향연'에서 전국 농민 및 도시농업 관련자들이 씨앗나눔을 하고 있다.
▲ 토종씨드림 10주년 행사 '씨앗의 향연'에서 전국 농민 및 도시농업단체 관계자들이 씨앗나눔을 하고 있다.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는 행사를 열며 “지난 2008년 처음 전여농(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결성되면서(중략)전국을 돌아다니며 토종씨앗을 채종했다. 온라인 카페 활동으로 소통하며 재배‧보급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10년의 결실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기총회 및 도시농업 워크숍에 이어 토종씨앗과 관련한 현행법을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지난해 12월 28일 육묘업 등록제 시행이 발표된 바 있다. 육묘업도 종자업과 같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한 개정된 종자산업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육묘업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설과 규모를 갖추고 묘를 판매할 때는 용기나 포장에 작물명, 품종명, 파종일, 생산자명, 육묘업 등록번호를 표시해야 한다.

김은진 원광대 법학대학원 교수와 박지은(전남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씨가 진행한 토크쇼에서는 개정된 법의 종자법에 관한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박 씨는“최근 종자산업법이 개정되면서 종자(제2조에 따르면 ‘종자란 증식용 또는 재배용으로 쓰이는 씨앗, 버섯 종균(種菌), 묘목(苗木), 포자(胞子) 또는 영양체(營養體)인 잎·줄기·뿌리 등을 말한다’고 정의한다-편집자 주)에 묘가 더해졌다. 법인이나 기업처럼 적정 규모와 시설을 갖춰야 육묘업을 등록할 수 있다. 농사주체가 농민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규모의 육묘를 통해 고추모종 등을 재배 판매하는 소농들에게는 현실적으로는 악법임을 강조했다. “천 평 안팎의 소규모 육모업은 현재 1000여개가 넘는다. 비인가로 판매한 소규모업체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들에게도 적정시설이 요구돼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토종씨드림 10주년 행사
▲ 박지은 씨(전남대 사회학 박사과정)와 김은진 원광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씨앗과 묘에 관련된 현행법을 짚어보고 있다.

이어 김 교수는 종자산업법 중 식물신품종보호법의 불합리성에 대해 지적했다. “시설과 재배면적을 충족해야 씨앗으로 등록할 수 있다. 토종씨앗의 품종보호 출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동일한 씨앗의 유전형질과 특성이 다음 세대까지 유지돼야 식물을 품종보호권을 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씨앗이 고정됐는지 확인이 안 된다. 농민이 새로운 품종을 등록하기는 힘들다.” 이어 “씨앗의 농민 소유를 위해 분쟁 시 종자위원회가 아닌 시민사회의 의제를 통한 대안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토종씨앗 나눔에 그치지 말고 널리 일반인에게 알려 씨앗의 독점을 막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나고야의정서에 의하면 종자권이 충돌했을 때 기존의 알려진 전통지식에 의해 씨앗을 키우던 사람들이 종자권을 주장할 수 있는 도덕적 근거가 된다.  

 

▲ 고양시 벽제에 있는 우보농장에서 104개 종의 토종볍씨를 전시하고 있다.
▲ 토종씨드림 10주년 행사에서 토종씨앗으로 차려진 밥상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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