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애증의 대상인 아파트…조경에서 새로운 답을 찾다
[조경시대] 애증의 대상인 아파트…조경에서 새로운 답을 찾다
  • 강연주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8.02.20
  • 호수 4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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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주 (주)우리엔디자인펌 대표

2월도 이제 한 주간만 남기고 있다. 동계올림픽으로 뜨거운 나날이지만 ‘봄’을 향한 일상의 소소한 변화는 꾸준히 이어진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끌어 모아 새싹을 준비하는 나무들 같이, 우리도 주변 환경을 정돈하며 진정한(?) 새해를 위한 다짐을 새로이 한다.

집도 깔끔하게 단장한다. 대청소도 하고 새 학기를 맞아 이사를 가기도 한다. 여기서의 집이란 대부분 아파트를 의미할 것이다. 2018년 현재, 주거 유형 중 아파트의 보급률은 60%를 넘어섰다. 아파트는 삶의 변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일상의 삶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또한 아파트는 다수의 중년 이상 세대들의 전 재산이기도 하다. 이들은 아파트를 위해 평생을 바치며 아파트를 기반으로 자식들을 교육시킨다. 삶의 큰 부분이 되는 재산(돈)으로의 기능을 충실히 해온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삶의 다른 가치들(웰빙, 욜로 등)보다 아파트를 더욱 사랑하는 이유다.

돈을 위해 아파트 투기는 필수이며, 지저분하고 허름한 골방도 마다않는다. 이러한 가치에서 젊은 세대를 포함한 우리 대부분은 자유롭지 못하다. 돈이 없어 직접 실행하지 못했을지언정 마음으로는 항상 돈이 되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싶다. 아파트는 돈(money)과 삶(life)을 분리시켜온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는 봄처럼 서서히 찾아온다.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의 가격 상승률이 가파르다. 전원주택이나 땅콩주택, 협소주택 등이 뜬다. 아파트도 개인의 스타일을 존중하며 변화하고 있다. 테라스하우스, 연립주택단지가 고급주택으로 분양되며, 1층 세대와 상층부 펜트하우스 세대 또한 인기몰이 중이다.

획일적으로 만들어 매매 상품으로의 편리성과 환금성의 가치만을 중시하던 시대가 지나고 있다. 아파트의 재산적 가치는 사랑하지만, 이에 대한 집착으로 변질되어 버리기도 했던 아파트, 그래서 한때 애증의 대상이었던 아파트가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삶의 스타일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 만큼 사회 분위기가 바뀐 것일까? 아파트는 이제 ‘돈’과 ‘삶’의 이분법적인 애증의 관계를 넘어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 아파트 조경의 현재 위상은 무엇인가? 아파트의 상업주의, 물량주의에 대응하며 상품성, 차별성 등에만 주목해 온 아파트 조경. 아파트 건물의 차가운 수직성과 노후화를 가리기 위한 녹색 화장술로의 아파트 조경. 아파트 각 세대들의 품질 향상을 무마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된 가성비 좋은 아파트 조경.

그러나 이렇듯 상품화된 조경에서 꽃이 핀다. 나무가 자란다. 휴게소에서, 놀이터에서, 길거리에서,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시간이 흐를수록 건물은 늙고 병들어 썩어간다. 사람도 늙고 조경도 늙어간다. 그러나 아파트의 조경은 나이를 먹을수록 아름다운, 우리의 인생을 닮아 있다.

물론 아파트 조경에는 너무 웃자라 심하게 훼손되고, 그래서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메타세콰이어나 플라타너스 가로수도 있다. 처음에는 그럴싸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흉물이 되어 버린 정자나 분수 시설 등도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길을 걸으며, 놀이터에 들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아파트 조경은 획일화, 정형화의 물량주의에서 친환경적, 생태적 이미지와 개별 공간의 의미를 존중하는 차별화의 전략을 구축해왔다. 이 곳에서 사람들은 자연을 느끼고 남과 다른 무언가를 경험한다. 이러한 방향이 자신들의 주거 공간에 대한 애착과 행복한 삶을 중시하는 변화의 시대에 일조했음은 분명하다.

조경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속성상,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사랑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아파트 조경은 세상의 가치에 변화를 주었다. 변화하는 가치의 방향과 조경의 가치가 일치한 것인지도 모른다. 조경의 저변을 확산하고 주거 발전을 위해 공헌해 온 아파트 조경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선도해야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이미 주변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편리한 것은 필수 항목이다. 이 곳에서 자연과 일상의 변화를 직접 체험하고 경험한다. 환경의 변화에 따른 가변적이고 복합적인 대응이 이루어진다. 차별화를 넘어선 개인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까운 주변에서 도시로 확장하는, 지역 차원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바로 이 곳이 아파트이다. 아파트 조경이다. 우리의 대부분이 사는 이 곳은, 당연히 살기 좋고 아름다운 곳이어야 한다. 변화하는 아파트 조경을 위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소소하지만 다양한 노력들에 대해 필자는 다음의 일련의 칼럼들에서 하나씩 정리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주민들이 직접 경험하고 참여하며 함께 나누는 녹지와 길, 공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소프트웨어 부분인 참여와 관리 프로그램, 거시적 차원의 아파트 조경 등에 대해서 하나하나 점검하고자 한다. 또한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할 다양한 문제들도 다루고자 한다. 7번의 연재를 마칠 때쯤에는 한겨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파트는 더 이상 애증의 대상이 아니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아파트 조경을 통해, 돈을 쫓기보다 적은 돈이라도 스스로 따라오게 하자. 아파트 조경이 한순간의 소비만을 위한 상품으로 전락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생산과 진정한 소비의 가치를 되살려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은 늘 새로운 상품을 대하듯, 자연의 무궁한 가치를 일상의 주거에서 구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장소이다.

봄날과 같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아파트 조경의 시대를 꿈꾸며...

강연주 객원 논설위원
강연주 객원 논설위원 urien0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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