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월이면 스페인은 꽃으로 물든다. 문화유산과 더불어 진화한 지로나의 ‘꽃 축제’(Temps de Flors)와 코르도바 ‘파티오 축제(Fiesta of the patios)’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정원축제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두 곳의 축제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기나긴 여정의 정원 프로젝트다. 지중해의 햇살과 강가, 옛 건축물 가운데 단연 빛나는 꽃과 정원은 지역민의 삶과 시간이 그대로 묻어나기에 더욱 값진 풍경이 되었다.

지난 해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서 주목받은 안산 고잔동 마을정원에서도 볼 수 있듯 한국에서도 도시의 마을정원은 최대의 화두다. 시민주도와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한 스페인의 마을정원 사례는 지속가능한 가드닝 문화를 안착시킨 성공적인 모델이다.

 

▲ 2017 스페인 지로나 꽃 축제는 소도시 지로나에 사는 몇몇 여성들에 의해 시작된 작은 이벤트에서 시작됐다. 지로나 꽃 축제는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아래 시민주도로 꾸려지는 대표적인 마을정원사례로 올해로 벌써 63회를 맞는다.

시민이 조직하고 이끄는 지역축제

자원봉사, 공공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체계

‘지로나 꽃 축제(Temps de Flors)’

지로나는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강력하게 요구할 만큼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독자적인 카탈루냐 지방에 속한다. 매년 5월 ‘꽃 축제’가 열리는 지로나는 바르셀로나 주의 북동쪽에 위치, 인구 10만(2015년 기준)의 중소도시지만 스페인어 외에도 카탈루냐어를 사용할 정도로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지역이다.

중세 수도원과 고딕 양식의 성당, 잦은 침입의 역사를 반증하는 요새 등을 비롯해 오나르 강을 차경한 소박한 거주지까지 역사의 과거와 오늘이 조화롭게 남아있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지로나의 문화유산은 ‘꽃 축제’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축제는 곳곳의 상징적이고 기념비적인 공간이나 거리, 상업 공간, 공공 공간, 개인 주거 공간 등 도시 전체에서 진행된다. 이처럼 크고 작은 전시 이외에도 창문 장식 및 실내장식 콘테스트나 꽃꽂이 콘테스트, 단편영화 콘테스트, 인테리어 디자인 공모전 등 꽃을 매개로 한 다양한 문화행사도 펼쳐진다. 민간인, 비영리 단체 및 기관은 전시 프로젝트 및 어셈블리 디자인을 만들며 자신들의 창의적 실현을 위해 축제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수천 명의 지로나 시민과 연합단체, 시의회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다.

▲ 2017 스페인 지로나 꽃 축제(사진출처 지로나 시의회)

지로나 ‘꽃 축제’의 처음은 분명 지금의 스케일은 아니었다. 축제의 기원은 1954년 시립극장의 타운 홀에서 열린 작은 이벤트에서 시작되었다. 그 중심에는 여성들의 힘이 컸다. 작은 꽃 전시회를 처음 조직한 마리아 코바르시(Maria Cobarsí) 대의원을 비롯한 여성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규모도 커졌고 호응도나 참여도도 높아갔으며, 점차 공공도서관을 거쳐, 수녀원과 수도원에서 전시되면서 확장되었다. 이후 심사위원 광장, 대성당 광장, 수선화 회랑 등 다양한 안마당과 구시가지 정원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현재 축제의 기획과 운영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축제 조직위원회를 통해서 이뤄지며, 시청‧시의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 올해로 63회를 맞는 지로나 ‘꽃 축제’는 5월 12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아흐레의 축제기간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 2017 스페인 지로나 꽃 축제(사진출처 지로나 시의회)

지로나 시(Ajuntament de Girona) 관광국에서 축제를 담당하고 있는 마크 클라파롤스(Marc Claparols)는 “개인정원 소유자의 사심 없는 참여와 ‘지로나 사회(the Girona society)’ 구성원의 참여로 지금까지 차별화된 가치를 가능하게 하면서 지역사회 꽃 축제로 자리 잡았다.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는 ‘꽃 축제’는 도시와 꽃을 위해 수백 시간을 들여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공간을 창조하게 됐다”며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지로나 사회 구성원의 협력체계다”고 강조했다.

 

 

주거양식의 보존, 정원문화로 이어지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중해의 정원파티

코르도바의 ‘파티오 축제(Fiesta of the patios)’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안달루시아 지방의 코르도바에서도 매년 5월 정원을 개방하는 ‘파티오 축제’가 열린다.

파티오 축제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파티오’라는 코르도바의 독특한 건축양식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덥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로 메소포타미아 시대부터 출현한 코르도바의 파티오 양식은 조명과 통풍을 위해 지어진 옥외 공간으로 이웃과 공유하는 공동의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의 안뜰이나 중정에 비유되는 파티오는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한 이슬람교도들이 침공을 피하기 위해 더욱 안쪽으로 향하는 구조로 발달했고, 장미와 제라늄이 심긴 다양한 화분과 바닥재로 장식되면서 이웃과 만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돼왔다. 파티오라는 전통 주택양식은 이처럼 코르도바 사람들의 정원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 코르도바 파티오 축제(사진출처 코르도바 시의회). 우리의 중정과 유사한 '파티오'는 이슬람 영향의 주택양식으로 코르도바 사람들의 정원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도심 외곽의 사라져가는 파티오를 보존하고 공동체 문화를 지속하는 데 가치를 둔 파티오 축제는 2012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코르도바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파티오 축제’는 현재 진행형의 공동체 문화의 산물이다. 코르도바 시민들의 일상 풍경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방식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2012년 유네스코는 코르도바의 파티오 축제를 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켰다.

파티오 축제는 1918년 코르도바에서 첫 번째 열린 이후 현재 시 후원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서 순항 중이다. 축제를 통해 시민들은 그들만의 정원문화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축제 기간 동안 아름다운 정원을 공모하는 ‘파티오 콘테스트’에서 열띤 경쟁을 치른다.

개인정원은 축제 기간에 한정해 1년에 한 번 개방되므로 방문객은 이 시기에만 파티오의 아름다운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정원관람료는 무료다. 축제는 오는 5월 1일부터 13일까지 열리며 축제 기간 동안 파티오의 주인은 방문객을 위해 가이드로 활동하며 방문객들과 자유롭게 대화한다. 이 또한 정원주와 방문객의 즐거움이다. 단, 스페인 사람들의 낮잠‘시에스타’ 시간은 피한다.

코르도바의 ‘파티오 축제’는 개인공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파티오 정원의 정수이자 파티오 박물관이라 알려진 14세기 건축물 비아나 팰리스가 12개의 파티오를 개방하며 그밖에 코퍼스 크리스티 및 산 페드로 같은 수많은 기념물 및 수녀원 파티오를 둘러볼 수 있다.

스페인의 지로나 ‘꽃 축제’와 코르도바 ‘파티오 축제’는 (주)한국조경신문이 주최하는 ‘해외로 가는 뚜벅이’ 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다.

▲ 코르도바 파티오 축제는 1918년 처음 열린 이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지속적인 마을정원 축제로 자리잡았다. (사진출처 코르도바 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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