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왕섭 회장,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역 칸막이 없애고 공생해야
양경복 회장, 지급자재 비율 낮추는데 총력…기술경쟁력 확보 절실 

▲ 심왕섭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장

지난 11월 1일 임기를 시작한 제11대 심왕섭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장과 양경복 대한전문건설협회 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장을 만나 조경협의회가 안고 있는 현안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심왕섭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장은 “단기적으로 업역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장기적으로 환경, 산림, 조경분야가 장벽을 허물고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경의 비전을 만들어 가야한다.”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조경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최저가수주의 폐해를 최소하기 위해 전문업체의 자성과 수목하자기간 단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아울러, 조경에 자부심을 느낄수 있는 기반 마련에 중점을 둘 것을 강조했다. 이어 양경복 시물설치공사업협의회장은 “설계사무소와 시공을 함께하는 업체가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며,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라며 시공업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급자재 비율을 낮추고, 시설물유지관리비 확보 그리고 후배 조경인들이 시장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토대 마련 등을 역점 사업으로 제시했다.  <글 배석희 기자·사진 지재호 기자>

회장 임기를 시작한지 3개월이 되어간다. 소감 한마디 한다면?
심왕섭 회장(이하 심) - 건설경기의 장기적인 침체로 회원사 모두가 어려움에 처해있다.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후배세대를 위해 조경의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온다. 쉽지 않겠지만, 조경 1세대로서 조경의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자 한다. 특히,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조경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반과 기틀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양경복 회장(이하 양) - 제 작년에 대표회원이 됐지만 봉사라는 책무에 대해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내 업이 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회장 취임 후 3개월 동안 현안을 살펴보면서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현안이 시급하다는 거다. 이번 제11대 회장인 저나 심 회장님 모두 조경전공자인데,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서 의미도 크고 기대도 된다. 식재와 시설물로 공사업은 다르지만 조경이라는 관점에서 모든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대응해 가고자 한다.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
- 최근 조경계가 산림청에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환경부와의 관계도 그렇다. 산림청과 환경부의 도시숲, 나무의사, 복원업 등은 우리의 업역을 침탈하는 사례다. 기존에 식재공사업에서 다 해왔던 일인데, 이제는 기술자를 새로 채용하고, 자본금을 넣어서 면허를 등록해야 관련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업역에 대한 침탈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중요한 현안이다. 조경 일부에서는 산림청과 환경부의 업역 신설이 조경분야의 업역을 확대한다고 평가하지만, 우리 전문업체의 업역은 축소되고 있다. 이런 회원사의 불만에 귀 기울이고 대응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

- 개인적으로 설계를 오랫동안 했다. 예전에 설계할 때 관급자재를 반영하면서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시설물공사를 하면서 그동안 제가 한 일이 공정하지 못한 시장논리를 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부분이 지금 제 발등을 찍고 있다. 자급자재 비율이 너무 높다. 심각한 수준이 이르렀다. 그래서 임기 내 지급자재 비율을 줄여나가는 걸 가장 중요한 핵심과제로 삼았다. 또한 식재 후 유지관리비가 반영되는 것처럼 시설물 유지관리비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하자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며서 부담이 커졌다. 특히, 목재관련 하자, 철재 도장하자, 포장 침하 등 상당부분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하자처리는 우리의 몫으로 돌아온다. 적은 금액이겠지만, 하자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유지관리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 양경복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장

지급자재 문제는 수년째 반복되는 협의회의 숙원사업이다. 풀 수 있는 방안은 있나?
- 솔직히 말하면 조경협의회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지급자재 문제는 국토부, 기획재정부, 중소기업청, 조달청 등이 얽혀있다. 그래서 전문건설협회 서울시회와 중앙회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지급자재로 인한 전문업체의 피해를 정량화 시켜서 우리의 현실을 알리면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자 한다. 제도 자체를 없앨 수는 없겠지만, 사업비에 따라 적용비율을 달리하는 등 비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식재하자가 심각한 수준이다. 하자율이 높아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 살아있는 나무의 뿌리를 잘라 낮은 토심의 인공지반에 식재를 하면서 하자율이 낮길 바란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대형목의 경우 뿌리분이 바닥 슬라브에 닿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최악의 식재 여건에서 하자율 10%도 훌륭한 수준이다. 사실 조달청 수목단가는 뿌리돌림해서 1년이 지난 수목을 기준으로 적용하지만, 최저가로 수주하는 전문업체로서는 언감생심이다. 설령 나무를 제대로 잘 심었다 해도 기후온난화에 따른 이상기온으로 하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설상가상으로 하자보수 기간마저 늘어나고 있어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거다.

그러면 식재 하자를 낮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 하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포트 재배된 수목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공급의 문제, 비용의 문제 그리고 대형목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 하나 방법은 뿌리돌림해서 1년 이상 지난 수목을 식재하는 방법인데, 비용 차이가 많이 나서 이 것도 쉽지 않다. 최저가로 수주 하는 전문업체의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살아있는 생물인 나무를 다루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 해서 식재 하자보수 기간을 줄여야 한다. 특히나 기후온난화로 인해 불가항적 하자가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해서 하자기간은 줄이고 유지관리를 통해 수목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자를 줄일 수 있다.

- 하자의 원인 중 하나가 대형목 식재에 있다. 예전에 모 아파트브랜드가 런칭하면서 특화설계 명목으로 대형목을 식재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 20점 정도 하던 대형목이 40~50점대로 커졌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 오고 있다. 문제는 인공지반이라는 열악한 생육환경에서 대형목 일수록 하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말 하면 식재업체로부터 원성을 듣겠지만 하자를 줄이려면 대형목 대신 작은 남무를 심어야 한다. 그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관을 완성해 가는 조경의 의미를 살리는 방법이면서 식재하자를 줄이는 방법이다.

- 대형목 식재가 문제가 된다는 점은 공감한다. 하지만, 식재업체로서는 대형목 식재를 포기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최저가로 수주하는 업체들은 설계변경을 통해 수익을 보전 받으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수목의 규격이 커진다. 대형목 식재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조경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럼에도 발주처, 시공업체, 입주자 등 각자의 이익 때문에 대형목 식재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인공지반으로 수목 생육조건은 최악이지만, 대형목을 더 많이 식재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건설사에서도 대형목 식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줄이고 있다고 말하곤 하는데, 현장에서는 어떤가?
-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업체들 때문도 있겠지만, 아파트 브랜드 간 경쟁이 대형목 식재를 부추긴다. 또 입주자의 경우 작은 나무를 심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원하기보다 완성형 조경을 원하기 때문에 대형목 식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 대학 3학년 때 건설사에 실습을 간적이 있다. 당시 모 현장에 8점짜리 나무를 심었다고 큰 나무로 바꿔달라는 요구에 건설사 직원(현. 안계동 동심원 대표)은 “지금은 작지만 3년만 기다려보세요 수형이 잘 잡히면서 전체적인 경관도 좋아집니다.”라고 설득하는 통화 내용을 듣고 이게 바로 조경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조경인 모두가 함께 생각해 봐야할 일이다.

최저가 입찰은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지적된다. 현안 중 하나 일 것으로 보여지는 데 풀 수 있는 방안은 없나?
-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저가입찰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발주처 입장에서보면 예산절감과 이익창출을 위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반면, 전문업체는 살기 위해 저가수주를 하는 것이며, 이는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설계변경을 하지 않으면 적자가 예상되는 수준으로 공사를 수주하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지만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각성해야 한다. 우리의 생존권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도의를 지키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해야 한다. 협의회에서도 최저가낙찰제의 폐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도록 하겠다.

조경식재공사업의 비전은 무엇인가?
- 며칠 전에 조경계 원로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원로들 말씀 중에 장기침체에 빠진 건설에서의 조경을 고집하지 말고, 환경과 산림 속에서 거듭날 수 있도록 제로베이스에서 조경을 생각해보라는 말에 공감이 됐다. 조경이 도입한 후 서울대에 환경대학원을 설립했고 그 안에 조경학과를 신설했다. 환경대학원의 핵심이 조경이었다. 이는 조경의 태생이 건설이 아닌 환경에서 출발했다는 걸 의미한다. 정리하면, 우리의 진입장벽을 고집하지 말고, 모든 걸 내려놓고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하나의 면허로 환경과 산림 모두의 영역에서 함께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우리가 먼저 벽을 허물고, 환경, 산림과 함께 할 때 사업의 다양화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경의 비전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조경시설물공사업의 비전은?
- 개인적으로 우리 회사는 설계, 시공(식재, 시설물)을 함께 한다. 설계 출신으로 설계사무소를 차리려다보니 설계 시장의 한계를 느꼈고, 어쩔 수 없이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시공업체를 함께 운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설계와 시공의 결합이 시장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부실한 기존 설계를 우리가 특화 설계로 보완·제안해서 수익도 발생하고 품질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최근 긍정적인 평가 속에 건설사 직원들은 설계사무소와 시공업체의 통합을 예견하고 있다. 실제로 설계와 시공을 묶어서 발주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제 융·복합을 통한 사업의 다변화만이 위축된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일 수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다.

회원사 또는 조경인에게 조언한마디 한다면?
- 조경업에 처음 도전하려는 젊은 친구들은 어려움이 많다. 그 친구들엔 시장의 벽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규모의 시장은 1~2인 기업을 운영하는 후배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큰 시장에서 규모 있는 기존 업체들이 경쟁하길 바란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지급자재 문제는 비율을 축소하는 방안으로 추진할 계획인데, 회원사 여러분의 많은 관심 당부드린다. 아울러,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가져야 한다. 시설물의 역할은 식재의 베이스를 만드는 일임에도 우리 스스로가 등한시 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식재가 감성적인 디자인을 한다면, 시설물은 정량적인 디자인을 해야 한다. 치수에 대한 개념을 갖고 공학적 기술력만 가져도 원가절감과 품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전문업체가 설계, 식재, 시설물을 모두 갖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각각 1인 기업으로 구성된 설계, 시공, 관리업체를 컨소시엄을 구성해 끌고 가는 방법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이는 소규모 업체가 살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면서 세분화된 시장에서 전문 업체가 더 발전 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아울러, 건설경기가 안 좋다는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려운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협의회는 회원사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애로사항을 받아 안고, 큰 틀에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 마지막으로 협의회에 대한 회원사 여러분의 참여와 관심 당부드린다.

▲ 심왕섭 회장, 양경복 회장 인터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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