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조경은 태연자약할 수 있는가
[조경시대] 조경은 태연자약할 수 있는가
  • 임병을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8.01.30
  • 호수 4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임병을 더자이언트(주) 대표

태연자약(泰然自若)
마음에 충동을 받아도 동요하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일컫는 말이다. 철학가이자 교수인 최진석의 저서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그는 자신의 철학이 갖춰지고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된다면 외부의 영향에도 흔들림없는 ‘태연자약’한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사람 개인이든 단체든 혹은 국가든 그 본연의 모습을 굳건히 가지면 태연자약의 상태에 이르는 ‘탁월함’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조경은 과연, 지금 태연자약한가?
한번은 한국조경신문을 비롯한 조경관련 온라인 매체에서 ‘조경 위기’를 키워드로 검색한 적이 있다. 적어도 1997년도부터 조경계의 위기라는 표현을 볼 수 있었는데, 최근까지 무려 20여 년 동안 거의 매년 빠짐없이 ‘조경계는 위기’라며 우리 스스로 말해왔음이 확인되었다. 강산이 두 번 변할 세월동안 조경계는 위기를 겪으면서 버텨온 놀라운 생존력을 가졌지만, 그 세월동안 위기를 타파하지 못하고 계속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제 자리에 가만히 있는데 주변에서 자꾸 조경계를 들쑤셨다. 아니, 사실은 제 자리에 가만히 있었기에 도태될 수도 있는 위기를 자초했던 것은 아닐까?

조경계는 과감히 전진하지 못했으며 태연자약의 탁월함이 부족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조경’이라는 성(城)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도 않고 강력해 보이지도 않았던 것일 수 있다는 말이며, 우리 스스로는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즉각 흥분하면서 방어태세를 갖출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 우리를 자극하더라도 탁월한 우위가 있다면 흔들릴 이유가 없으니 오히려 그들은 품을 수도 있는 여유가 생길 텐데, 아마도 우리 조경계는 그럴 여유가 없이 열심히 살아왔던 까닭일 것이다.

결코, 과거가 혹은 지금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해왔기에 이만큼의 지위에도 올랐음은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이미 20여 년 위기를 겪었으니 다른 방식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유사성을 가진 인접분야, 업역에서도 계속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우리는 이미 수년전부터 목도해왔다. 그렇다면 우리도 안주하고 있어선 안되는 것은 물론이며, 그 방식을 바꿔보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위기감 조성을 통한 구성원의 동기부여가 일부 효과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위기감을 이용한 동기부여는 간헐적으로 사용되어야하며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해야만 구성원들이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움직이게 된다. 아울러 그 성과에 따른 적정수준의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은 필수적 요소이다. 그런데, 조경계는 이미 너무 긴 시간동안 위기를 말해왔고 반복된 위기 속에서 구성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명확한 실행전략이 제시되거나 그 결과물이 나타난 경우는 적었던 것 같다. 결국 ‘조경 위기설’에 대한 피로도만 높인 상황이 된 것 같다. 위기감 조성이라는 자극제를 사용하기에는 피로도가 너무 높아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며, 조경계가 하나의 기업이나 하나의 단체도 아니기에 공통된 위기감 인식이나 성과 보상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니 이제 위기라는 말은 접어두자. 위기여서 변할 필요는 없다. 4차산업 혁명을 필두로 한 새로운 시대가 기회라고 인식하며 새로운 조경시대를 이끄는 데 생각을 모으자. 기존의 조경업(건설 및 엔지니어링으로 규정되는)의 틀에 갇혀있지 말고 IT와 지식서비스 등 더 폭 넓은 영역을 조경이 품어야 한다. 건축이나 산림분야가 조경의 업역을 침해한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가 그들을 품을 수 있어야 하며, 적어도 타 분야에서 감히 엄두를 낼 수 없을만한 조경계만의 명확한 경쟁우위와 탁월함을 갖추어야 한다.

여러 견해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강력한 핵심소재는 조경 시설물과 식재이다. 완벽한 품질의 제공과 책임관리로부터 시작하여 향후에 더 확장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중 시설물은 사실 상당히 표준화되었고 품질의 문제도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기에 안정화되어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식재부분은 가장 논란이 많고 말썽도 많은 불안정한 부분이다. 조경의 핵심 중 한 축이 불안정하니 조경계 전체가 이로 인해 흔들리게 될 수밖에 없다. 여기가 우리 조경의 제약자원인 것이다. 즉 산업의 병목현상 또는 누수가 발생하는 지점이 바로 식재라는 것이다. 경영학적 관점의 제약자원이론(Theory Of Constraints; TOC)을 토대로 여기부터 개선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럼 개선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논설에서 좀 더 기술적인 얘기는 다루기로 하고, 그 전에 가장 중요한 전제를 제안코자 한다. 어떻게든 조경진흥법에 의거한 조경지원센터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정말 어렵다면 한국조경신문이나 기타 특정 업역에 치우치지 않는 기관이나 사업체 같은 곳에 공신력을 부여하고 조경을 거시적, 외부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는 컨설팅전문가팀을 구성하여 조경의 총체적인 진단과 개선방안을 노골적으로 추려볼 필요가 있다. 조경계 내에 속한, 특히 건설 및 엔지니어링으로 대표되는 조경계에서 벗어나 조경과 관련 있으나 해당업계에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전문가와 경영 및 조직 등에 대한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전문가적인 시각의 개선책을 수립하고, 조경계의 직접 당사자들은 이 개선책에서 제시한 결과를 달성하기 위하여 각자의 기술과 지식으로 협력하여 혁신해나가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잠시 내려둘 필요도 있을 것이다.

조경은 태연자약할 수 있는가? 진정한 조경시대를 리드할 수 있을지 함께 반문해볼 때이다

 

임병을 객원논설위원
임병을 객원논설위원 leader@theziant.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