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겨울정원’을 출간한 김장훈 정원사가 지난 26일 서울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출간기념 행사로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이날 정원사의 다양한 현장경험과 정원여행을 통해 겨울정원의 숨은 매력이 공개됐다.

남한의 최북단 수목원인 겨울이 긴 평강식물원에서 ‘식물원을 어떻게 조성할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는 김장훈 정원사는 롱우드가든이나 영국의 윈터가든을 오랫동안 관찰하며 겨울정원을 향한 열망을 키워갔다. 현재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에서 수목원 전문가로 근무하는 김장훈 정원사를 만나 겨울정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김장훈 정원사

책은 어떻게 기획되었는가?

정원사인 내게는 ‘좋은 정원에는 그 계절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오롯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겨울정원이라 하면 눈 쌓인 풍경을 떠올리기 쉽다. 우리가 겨울정원을 진지하게 관찰한 적이 있었던가라는 질문에서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

스스로 ‘정원을 안내하는 사람이다’고 말하는데, 책을 엮으면서 내내 ‘좋은 정원은 어떤 정원인가’라는 질문을 놓지 않았다. 자연과 관계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마음으로 통한다. 레이첼 카슨은 ‘센스 오브 원더’에서 정원사란 자연을 닮은 사람이라 표현했다. 자연으로부터 감동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좋은 정원사의 자격조건이다.

 

사진이 훌륭하다. 기술이 뛰어난가, 정원이 뛰어난가?

평소 정원과 식물의 기록에 충실하기 위해 사진 촬영에 힘쓴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사진으로 촬영해왔다. 사진기술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정원을 기록하는 습관 때문에 식물의 아름다운 단면을 찾아낸 결과다.

아는 선생의 사진 중 잘 찍지 못했지만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식물을 충분히 감상하고 관찰하고 감동받을 줄 아는 마음으로 발견하고 촬영한 것이다.

 

국내 겨울정원의 경우, 우리나라 기후대와 관련해 활용할 수 있는 식물소재도 다르다. 추천하는 식물 있다면?

소엽맥문동(애란)을 말채나무와 대비시켜도 좋고, 밀사초, 울릉도 섬바디, 암대극 등 영국정원의 푸른 잔디처럼 겨울에도 상록의 풀을 찾아 심어도 좋다. 겨울정원이 어떤 모습으로 유지되는지 고민하며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겨울정원은 소재도 제한적이며 섬세한 가드닝을 요구한다. 같은 소재라도 겨울모습을 고려하지 않고 관리하지 않으면 지저분하게 된다. 배식관계를 고려해 형태를 유지하고, 마른 요소의 식물 외에도 다른 식물소재와 어우러져야한다. 겨울정원 요소는 색상과 형태, 질감이 약하기 때문에 다른 요소와 종합적으로 잘 연출해줘야 한다.

 

잡초처럼 보이는 마른풀, 아름다우려면 어떻게 디자인되어야 하는가?

정원의 마른 풀들이 아름다우려면 갈색의 농담을 고려해 짙고 밝은 농담이 있는 스펙트럼이 나와야 한다. 예를 들면 벼과식물의 밝은 갈색, 에키네시아, 배초향 같은 식물은 후면에 있는 짙은 갈색 식물을 통해 실루엣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꽃만 아니라 계절의 아름다운 요소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흰색을 띠는 대상화, 산수국의 마른 꽃받침 등 겨울정원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다.

 

미국 하이라인 파크는 브라운 컬러의 식물로 새로운 경관을 창조했다. 우리의 서울로 7017 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어떠한가?

하이라인 파크를 처음 방문했을 때가 12월 초였다. 브라운 컬러의 마른풀들 너머로 건물이 사이사이 보이면서 새로운 경관이 만들어졌다. 겨울에는 서울로 7017에 가보지 않았지만 겨울경관 수종이 별로 없어 보여 아쉽다.

 

▲ 천리포수목원의 겨울정원

한국의 겨울정원 중 가볼만한 곳 추천한다면?

천리포수목원은 겨울경관을 감상하기 좋은 정원이 많다. 수도권 내에는 겨울정원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책을 참고해 특정 식물이나 공간을 즐기는 것도 좋다. 한택식물원의 풍년화나 제이드가든의 말채나무도 추천하며, 오색별빛정원전으로 유명한 아침고요수목원을 낮에 가서 다양한 식물소재를 관찰해보아도 좋다.

 

현재 수원시에서 2020년 완공되는 수원수목원(가칭)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들었다.

지금은 인허가 등 행정업무를 맡고 있으며, 올해 실시설계 하게 된다. 수목원 전문가로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반영될 실질적인 업무로 올해는 바쁠 것 같다. 장미정원을 장식정원으로 만들어도 좋을 거 같은데 다른 숙근 초화류와 함께 심어 돋보이는 정원은 아직 없다. 겨울정원 콘셉트도 당연히 고려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원애호가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차 모임이나 서점 등 다양한 공간에서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만큼 식물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다. 사람들이 겨울정원 모습 그대로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꼭 멀리 갈 필요 없다. 가까운 곳에서 발견하라고 말하고 싶다. 동네의 작은 화단이나 가까운 공원, 골목의 작은 풀 등 가드닝은 관찰하며 감동하는 작은 행복에서 출발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주변 식물들의 겨울모습부터 일단 감상하고 숲을 많이 보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겨울숲을 응용해서 정원에 끌어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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