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기사 필기시험 합격률이 낮다는 것은 조경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2016년도 조경기사 필기합격률이 17%다. 그나마 합격률이 소폭 증가한 수치지만, 2010년 이후 10% 초반 대에 머물다 2014년에는 6%라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인접분야와 비교하면 조경기사 합격률이 낮다는 걸 확인 할 수 있다. 2016년도 합격률로 비교하면 토목 28%, 건축 25%, 산림 30%, 자연생태복원 43%, 식물보호 34%, 종자 45% 등으로 조경기사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기사자격이 신설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누적 평균합격률을 보면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조경기사가 18.2%인 반면, 인접분야 합격률은 29~34%를 기록하며 10% 이상 차이로 벌어진다.

이렇듯 조경기사의 합격률 저조는 응시생 감소로 이어진다. 2010년 응시생이 1만 147명 최고점을 찍은 후 6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으며, 2016년에는 2010년 대비 58% 가량 감소한 4289명이 응시하는데 그쳤다.

그렇다면 조경기사 합격률이 낮은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조경계 내부에서 지목하는 첫 번째 이유로 ‘시험 과목수가 많다’는 점을 꼽는다. 2015년 김태경 강릉원주대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기술자격 107개 중 시험과목이 3~5개인 기술자격은 101개인 반면, 6개 시험과목을 채택하는 기술자격은 조경기사를 포함해 총 6개에 불과하다.

그래서 조경기사의 시험과목 수 조정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됐고, 산업인력공단 역시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조경계 내부의 이해관계로 인해 해법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도별 인접분야 기사 합격률 비고 <단위 %)
연도(년) 조경 토목 건축 산림 자연생태복원 식물보호 종자
2016 17.00 28.00 25.70 30.10 43.60 34.60 45.90
2015 16.40 23.80 31.10 19.60 46.40 23.30 33.80
2014 6.10 25.40 24.90 29.60 45.00 39.60 45.8
2013 10.80 27.10 25.50 32.80 39.10 32.50 44.20
2012 10.30 18.80 23.20 30.10 28.00 26.20 36.70
2011 13.00 21.50 23.40 34.40 36.00 38.70 36.40
2010 15.00 22.60 20.80 28.60 33.00 40.70 39.10
누적합계 18.20 29.40 29.00 29.20 34.60 31.50 33.60

2011년 과목 수 조정 시도…조경계 이해관계로 ‘실패’
2011년으로 돌아가보자.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조경기사 시험과목 수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조경사’ 과목의 흡수통폐합안에 대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는 수 년 전부터 조경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지적 한데다가 2009년도 조경기사 합격률이 8%를 기록했던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공단의 시도는 한국전통조경학회를 중심으로 ‘조경사’ 과목 존치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강한 반발에 부닥쳤고, 결국 조경계 내부의 이해관계를 풀지 못하고 점정 중단되고 말았다.

그리고 2015년 6월. 한국조경사회는 조경기사 시험과목 축소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조경기사 국가기술자격시험 개정을 위한 공청회’을 개최했다. 이는 전년도인 2014년 조경기사 필기합격률이 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자 조경계에서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자리로 마련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시험 과목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으며, 실무 위주 과목 중심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지만 거기까지였다. 어떤 과목을 어떻게 통폐합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는 2011년 벌어졌던 ‘조경사’ 통폐합 논의 이후 조경계 내부의 이해관계 속에 누구도 선 듯 특정 과목의 통폐합을 강하게 주장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였다. 다만, 조경인을 대상으로 한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실무적합도가 떨어지는 2개 과목을 제시했을 뿐이었다.

특히, 당시 공청회에서는 조경계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과목 수 조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기로 했지만, 2년 6개월이 지나는 동안 후속대책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조경기사 시험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응시생은 계속 감소했고, 2015년 말 원예, 산림기술자격을 취득한 후 조경업계에서 경력을 쌓으면 조경기술자격으로 인정해주는 국토부 기준이 고시되는 등 주변 여건도 조경기사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국가기술자격 시험과목 수
구분 국가기술자격 수 시험과목 수
필기합격률
(평균)
3과목 4과목 5과목 6과목
전체 107 3(2.8%) 26(24.3%) 72(67.3%) 6(5.6%) 36.20%
조경기사 6개 과목(조경사, 조경계획, 조경설계, 조경식재, 조경시공구조학, 조경관리론) 18.40%

민감한 사안이지만 적극적인 방안모색 필요
그럼에도 조경계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관계자는 “조경기사 시험과목 수 조정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논의 자체를 조심스러워 하는 게 사실이다.”라며 이에 대한 논의 계획을 잡지 못했다고 말한다.

반면, 조경기사 시험을 관리 감독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시험과목 수 조정의 필요성을 피력하며, 조경계의 소극적인 태도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공단 관계자는 “시험 과목 수 조정은 공단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조경계 내부적인 합의로 추진되어야 한다.”면서 “민감한 사안이기 하지만 조경계에서 더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하며, 조경기사는 6개 시험과목을 채택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경기사 합격률에 대한 불만이 크다. 그리고 그 원인 중 하나가 시험과목 수가 많다는 데 조경인 대부분이 공감한다. 또한 과목 수 조정시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차가 크다는 점도 인정해야할 현실이다. 그렇다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손 놓고 있기보다 미래의 조경인을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방안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인 듯 하다.

“조경계에서 협의만 되면 언제든지 과목 수를 조정할 수 있다.”는 공단 관계자의 말을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때다.

조경기사 필기시험 합격률       
연도 필기
응시 합격 합격률(%)
누적총계 130,940 23,884 18.20%
2016 4,289 727 17.00%
2015 5,078 831 16.40%
2014 6,449 396 6.10%
2013 7,418 801 10.80%
2012 8,340 855 10.30%
2011 9,839 1,278 13.00%
2010 10,147 1,524 15.00%
2009 8,453 675 8.00%
2008 6,618 1,010 15.30%
2007 5,801 999 17.20%
2006 5,892 872 14.80%
2005 4,204 889 21.10%
2004 3,595 654 18.20%
2003 3,173 708 22.30%
2002 3,155 538 17.10%
2001 2,827 716 25.30%
1977~2000 35,662 10,411 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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