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도시숲(골목길) 가꾸기 사업이 가능한 골목길은 어디인가?
[조경시대] 도시숲(골목길) 가꾸기 사업이 가능한 골목길은 어디인가?
  • 백주영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8.01.16
  • 호수 4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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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주영 랜데코 지이아이 대표

“교수님 골목길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전문가로 참여해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봄 강의실 밖에서 서성이던 K대학교 조경연구회 회장의 갑작스런 요청이 있었다. 조경에 대한 열정이 깊었던 친구였기에 실망을 안겨줄 수는 없었다.

2013년 첫 번째 골목길사업(현재 동네숲(골목길) 가꾸기 사업)에 여성 조경인들과 함께 참여했었기에 학생들로서는 버거울 수밖에 없는 사업임을 예견했었다. 전체 사업의 방향을 아무리 설명해도 내가 귀찮으면 하기 싫다는 주민들, 워낙 골목길이 좁아 녹지조성이 어렵고, 세입자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자발적인 주민 참여라기보다는 통장이나 몇몇 집주인들 위주로 방향이 정해지고, 의견 수렴이라는 과정 자체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수차례 주민설명회를 통해 결정된 내용도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리는 노인들의 변화무쌍한 변심, 사후정산에 필요한 전문성, 주민과 관 사이에 끼어서 의견조율을 하기에는 아직은 버거운 학생들....

본 사업은 조성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하거나 각 구청에서 사전에 확인한 골목길을 대상으로 주민 의견을 반영한 안으로 공모신청을 하고, 공모에 선정된 비영리 민간단체(법인)가 진행을 하고 있다. 자발적 신청이 아닌 골목길은 공모 당시에 제안된 사업 내용의 동일한 진행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공모당시 의견 수렴이 급하게 이루어 지다보니 주민설명회를 통해 설명된 사업내용을 처음 접하게 되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사업내용을 불신하거나 회의적 견해를 쏟아낸다. 수차례에 걸친 주민 의견 수렴에도 불구하고 공사하면서까지, 심한 경우에는 공사 후에도 털어내라는 의견을 내놓는 주민도 생기기도 한다. 또한 마을 골목길 및 자투리 공간에 화단조성, 화분설치, 벽화그리기, 쉼터 조성 등이 발주당시 사업내용으로 정해져 있지만 ‘동네숲(골목길) 가꾸기 사업’으로 사업명이 변경되면서 벽화그리기나 쉼터 조성을 위한 시설물 설치는 녹화위주의 사업과 성격이 달라 소규모 도입으로 권고 받는다. 그러나 좁은 골목길 녹화는 입면녹화나 좁은 화단 등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면적 녹지 확대를 목표로 자투리 공간에 화단이나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소규모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골목길 주민들 동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뒷골목 우범화를 더 우려하고 있다.

숲개념을 골목길에 도입한다는 의도는 좋지만 골목길의 물리적인 한계, 주민들의 심리적 동의결여라는 한계 속에서는 숲이나 녹지를 우선하기 보다는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골목길 조성에 목표를 두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또한 주민들과 같이 조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지만 주민들의 연령층이 노인 위주로 되어 있는 골목에서는 시공과정에 주민참여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수반한다. 따라서 골목길 사업은 열린 디자인을 통해 가능한 많은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패스트 트랙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설계용역 완료 후 이를 근거로 한 물량과 내역을 통해 발주한 공사와는 다른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공사 후 정산절차 간소화 및 특수사항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K대학교 조경연구회 학생들은 이론수업에 그쳤던 조경프로젝트를 공모안 작성부터 디자인 개발, 수차례에 걸친 주민설명회, 주민과 함께 하는 꽃심기 및 기타 주민환경교육, 벽화 그리기, 기존 화단 철거와 같은 여러 가지 공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때로는 학생들을 시공업자로 여기며 심한 말로 눈물을 흘리게 한 주민도 있었고, 손주 같은 애들을 집에 불러 밥을 먹이시고 새참을 챙겨주셨던 따스한 어른들도 계셨다. 약 1년 동안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은 경험이라는 무형의 지식을 안았다. 하지만 한 달을 준비해 도심재생공모전에 당선한 친구들은 거금의 당선금을 챙겼다고 한다. 힘들고 돈도 안되는 조경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조경 꿈나무들을 조경이라는 업역에 계속 남아있게 하기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백주영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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