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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포트폴리오] 어릴 적 꿈꾼 수목원, 강산이 세 번 바뀌며 이루다
경기도 용인 여만구 구민숙 부부의 산 아래 정원
[0호] 2017년 12월 08일 (금) 17:13:28 이수정 기자 grass999@latimes.kr
   
 

[월간가드닝 = 2017년 12 월호] 

여만구 구민숙 부부의 정원을 찾은 가을, 늦게 여무는 옥수수와 때 이른 서리로 축 처진 고추들 사이로 배추, 파, 무, 갓 같은 김장채소가 텃밭을 차지하고 있다. 부부의 정원은 산 아래 자리하고 있어 가을이면 노을처럼 불타는 단풍과 황금빛으로 빛나는 은행나무 길이 장관이다.

붉은 물감을 뿌린 듯 수목이 아름다운 가을정원

붉게 물든 수목의 경관이 빼어난 정원에 들어서면 노랗게 깔린 은행잎 위로 파란 하늘이 서늘하다. 겨울이 채 오지 않았지만 벌써 찬 기운이 도는 오후였다. 주변보다 기온이 5℃나 낮다는 부부의 말이 실감났다.

겨울철 유난히 혹한이 계속돼 월동식물을 주로 심었고, 산속 지형을 고려해 수목으로 정원을 조성했다. 사계절 풍요로운 정원에는 열매가 많아 벌새가 자주 찾고 야생화가 부르는 호랑나비도 자주 날아든다. 수원에 본가를 두고 생활해왔지만 지금은 이곳에 머물기 위해 따로 임시거처를 마련했다.

부부가 산 부지는 임야까지 합쳐 26000㎡ 땅으로, 골짜기를 사이로 양 옆에 산을 낀 형국이다. 대문을 열면 오른쪽에 물이 흐르고 이마 위로 높은 산이 걸쳐 있다. 부인은 매발톱과 산괴불주머니 같은 토종야생화가 계절마다 피는 산책로에 꽃이 보이지 않아 아쉬워했지만, 이 시기에만 잠시 선보이는 은행나무 아래 단풍 든 용머리와 화살나무 잎, 노란 탱자열매, 나부끼는 억새가 가을정원을 충분히 만끽하게 해주었다. 꿀풀과의 숙근초인 용머리는 건조에 강하고 수명이 길어 화단 가장자리에 지피식물로 심었다. 여름 내내 자주색으로 피어 길을 장식한다는 용머리를 부부는 유난히 사랑한다. 

 

   
남편이 직접 놓은 돌계단 너머 붉고 노란 가을 낙엽수들이 보인다.

 

묘목으로 정성스레 키워 더욱 애착하다

부부가 이곳으로 온 지 벌써 30년이 훨씬 넘었다. 처음 터를 잡을 때 근처 양지면이 남편의 고향인 것도 좋았지만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 산 속 정원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부부가 가꾼 대부분의 정원수는 묘목으로 심었다. 나무전지나 시비 등 정원수 관리는 남편 몫이다. 수형을 만들기 위해 소나무 가지에 매단 돌이 재미나다.

낙엽이 담긴 포대자루가 가는 곳마다 눈에 띄었다. 퇴비장에서 자연부산물과 깻묵, 가축분을 섞어 발효시키는 자가퇴비 재료였다. 호두나무 아래 은행열매도 수북하다. 올해 수확이 형편없었던 호두나무처럼 열매가 시원찮고 병도 많지만 부부는 일체의 화학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쓰지 않는다. 물론 벌레 때문에 화학농약 유혹도 있었으나 환경에 해롭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까지 자연농약과 퇴비만 사용하고 있다.

넓은 잔디정원도 남편이 손수 산림조합에서 구입해 심은 토종잔디로 조성됐다. “흙을 고른 뒤 네모반듯하게 모래와 섞어 잔디 씨앗을 뿌렸다. 롤러로 다진 다음 비닐을 입히고 양쪽 끝을 고정시키고, 잔디가 5㎜ 정도 자라면 바로 비닐을 벗긴다. 요소비료를 주니 더 잘 자랐다.” 이처럼 힘들게 키운 식물들이기에 정원에 대한 마음이 애틋하다.

   
노랗게 익은 탱자나무와 단풍나무, 은행나무가 있는 산책길

 

개와 흑염소의 찰떡궁합

동물농장을 방불케 하는 정원에는 다양한 가축이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텃밭을 지나면 청계수탉을 비롯해 20마리가 넘는 닭, 오리, 거위가 살고 있는 우리가 보인다. 한때 칠면조도 키웠으나 산 밑이라 삵 같은 산짐승 피해가 커 살아남은 가축 수가 많이 줄었다.

또 하나 부부의 정원에 소문난 명물을 빼놓을 수 없다. 산 아래라 염소 키우기 적합한 정원에서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종을 초월해 각별한 정을 나누는 개와 흑염소가 그것이다. 무리에서 약하게 태어난 흑염소 새끼를 수원 본가로 데려가 정성껏 돌보았는데 키우는 개도 부부의 마음을 아는지 어리고 약한 흑염소를 보살펴주었다고 한다. 지금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흑염소가 부부에게 큰 기쁨이다. 그래서인지 산에서 풀 뜯고 있는 흑염소 떼를 꽹과리로 부르는 남편의 손놀림에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부부가 키우는 오미자와 블루베리 밭을 가려면 억새를 지나야 한다. 바람에 몸을 맡긴 억새풀을 따라 걷는 가을정취가 일품이다.

 

먹을거리, 정원에서 보답받다

꽃이 지고 씨앗이 여물어가는 텃밭에서 부부는 8월초 모종으로 심으면 늦게까지 먹을 있다는 늦옥수수를 벌써 두 번이나 수확했다. 공산품을 빼면 먹을 것 대부분을 부부는 정원에서 공급한다. 붉게 물든 화살나무 옆 텃밭에는 달래, 당귀, 부추가, 도라지, 취나물, 곤드레, 초석잠, 비비추, 돌미나리, 까마중 등 다양한 야생먹을거리가 심겨있다. 붉게 익어가는 왕보리수 옆 비닐하우스에도 호박, 치커리, 고추, 고들빼기, 오이, 냉이를 키워 겨울철 채소를 공급한다.

텃밭의 고랑과 이랑 그 어디에도 제초용 비닐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수목처럼 텃밭의 작물에도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부부는 이것이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자연에 대한 예의이자 책임이라고 말한다.

   

부부는 주로 낙엽과 흑염소나 닭 분뇨, 깻묵을 발표시킨 자가퇴비를 만들어 정원수나 텃밭작물에 사용한다.

부부의 부단한 노력에 자연은 질병에 약이라는 ‘옻물’로 화답했다. 소중한 물과 청정한 공기는 이 정원의 최고 자랑이다. 물론 이 또한 훼손될 뻔했었다. 몇 년 전 용인시에서 정원을 지나는 길을 뚫는다고 해 남편이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분명 정원과 주변 산 모두 파괴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시 담당자와 싸운 끝에 도로 계획은 결국 변경되었다.

제 땅에서 난 것을 제 자리로 돌려보내는 순환하는 자연섭리를 정원에서 실천하는 이 부부는 벌써 일흔 살을 앞두고 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고 정직한 부부의 나무 사랑,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의에 마음속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정원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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