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언제일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 아마도 계절의 여왕인 5월이 아닐까하는 답이 나올듯하지만 그 말은 정답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꽃이 많이 피고 계절이 아름답다고 해도 정원은 5월만이 아니라 매일 매일 다른 모습으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최근 정원 관련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는데 봄에 열리는 코리아가든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을에 열리고 있다. 이미 이 가을에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서울정원박람회, 드림파크 ‘아름다운 정원만들기 컨테스트’ 등의 행사가 성황리에 열린바가 있다.

그리고 부산에서 커다란 정원 잔치가 또 열렸다. 부산의 조경전문가들이 주축이 돼서 조경인이 만드는 녹색 세상을 연출했다. 특히 정원 작가와 자치구가 함께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부산의 조경정책과 녹색환경 조성은 타 지자체의 모습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번 2017부산정원박람회만 하더라도 행정적인 지원은 물론이거니와 개막식 행사장에 부산광역시장, 부산광역시교육청장, 각 구청장 등이 참석하여 정원 예찬론을 쏟아냈다. 아직은 작은 목소리지만 정원을 향한 열정이 타 시·도에 퍼져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7 부산정원박람회를 보면서 앞으로 부산의 조경과 정원의 방향성을 생각해본다. 부산과 경상남도의 정원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민과 관이 힘을 합치는 일도 좋지만 지금의 형태는 지역조경문화 형성의 마중물 역할로 만족을 하고 시민단체의 몫으로 발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조경전문가도 시민단체에 소속해서 전문지식을 펼쳤으면 한다. 지금의 형식처럼 지자체의 자그마한 예산 위에 조경전문가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행사를 한다면 부산정원박람회의 지속가능성은 떨어진다. 참고로 유명한 영국의 첼시플라워쇼는 왕립원예협회에서 주최를 하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민단체가 함께한다면 조경·정원전문가만의 행사가 아닌 국민복지로 연결이 되고 예산확보도 유연해질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다면 힘을 얻을 수 있고, 정치권에서 선거공약을 내세울 때에 유권자의 요구로 녹색정책이 많이 제기될 것이다.

다음으로 요구되는 것은 정원관리에 대한 배려다. 화려하게 정원행사를 시작을 해놓고 지속적인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로 볼 수밖에 없다. 정원박람회의 효시 격인 경기정원문화박람회 개최 지역 일부가 관리부족으로 폐허로 만든 것을 봐온 터라 더욱 그렇다. 여러 단체장들이 2017 부산정원박람회 개막식에서 정원을 문화소통의 공간, 도시 품격의 잣대, 삶의 만족도, 시민행복지수, 도시 경쟁력, 생태환경교육 등의 장소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그런데 뒷일을 감당해주지 않는다면 자식을 낳아놓고 기르지 않는 책임 없는 부모와 같게 된다.

또 다른 형태의 정원이 탄생됐다. 이번에는 공기업인 LH공사가 조성한 경기도 동탄신도시에 공공작가정원을 만든 것이다. 내년 2월에 개장 예정인 여울공원(30만387㎡)에 9명의 공공작가가 각 150㎡의 면적을 할애 받아서 동탄 지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표현하는 정원 작품 9개를 조성했다. 이달 말에 열리는 개막식에는 지역주민을 초청하여 정원문화를 공유할 예정이다.

정원문화에 대한 행사가 확산되고 있다. 2015 경기정원문화 대상 ‘정원뽐내기’에 참여한 시민이 주위사람을 초청하는 오픈가든 행사와 음악회를 열어서 정원에서의 만남, 소통, 교감, 행복을 공유하는 멋진 시간을 가졌다. 파주시는 지난해에 이어 ‘2017 정원투어링’ 행사로 관내의 아름다운정원 68개 정원을 참여시켜서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충청북도 옥천, 증평, 음성에서도 정원을 조성한다고 한다.

정원박람회가 시작된 지 7년 만에 우리나라 국민은 정원문화의 심연(深淵)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정부에서도 심도 있는 정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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