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추석 연휴가 너무 길었나보다. 정부에서 10월 2일(월)을 임시공휴일로 선포하다보니 역대 최장의 황금연휴가 됐다. 여름휴가를 지낸지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이렇게 쉬어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연휴라서 일간 신문도 같이 쉬다보니 종이 신문 읽기가 버릇이 된 필자는 신문이 없는 따분한 10일 동안의 연휴를 보냈다.

그러던 와중에 10월 6일 한 공영 방송의 ‘카자흐스탄 정부 80주년’ 특집 프로그램을 접했다. 지금부터 80년 전인 1937년 9월부터 구 소련 스탈린 정부가 연해주에 살고 있던 한민족(이후 고려인으로 호칭)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시켰는데, 그동안 갖은 고생을 견디며 한민족 특유의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성실과 신뢰로 이룩해낸 성과를 위로하는 잔치와 활약상을 소개한 것이다.

1863년경 한반도에 기근이 들자 먹고 살기 위해서 연해주로 이주해서 자리를 잡고 살던 고려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영하 30도의 차디찬 동토의 땅으로 화물열차에 실려서 간 곳 중에 하나가 카자흐스탄의 우슈토베시였다. 집이 없어서 땅굴을 파서 살아남은 고려인들은 봄이 되자 맨손으로 수로를 만들고 나무를 심고 곡식을 일구었다. 고려인들이 정착에 성공하자 당시만 해도 주로 유목민 생활을 하던 카자흐스탄 현지인들의 생활방식이 정착민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됐다.

남한 면적의 27배(세계 9위 영토국가)나 되는 카자흐스탄은 100여 민족이 함께 사는 다민족 국가인데 국민의 1%도 안 되는 고려인 10만 명이 인종 차별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런 아픈 기억과 그리움이 서려있는 카자흐스탄에 ‘한국·카자흐스탄 우호의 숲’이 조성됐다. 우호의 숲은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아스타나시의 중심부인 아스타나공원 한 켠에 약 1.6ha 규모의 한국정원으로 꾸며졌다. 주위에 대통령궁과 정부청사가 자리하고 있어서 관심과 방문을 많이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정원이 해외에 조성된 것이 40개소가 약간 넘는 것을 생각하고 또한 오랜만의 실적이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카자흐스탄 한국정원은 서안알앤디 디자인(주)(대표:신현돈)에서 설계하고 (주)도남엘앤씨(대표:양동영)가 시공을 했는데 추석연휴동안 만나본 설계자와 시공자의 후문을 듣고 느낀 바를 서술해 본다.

첫째, 우리 정부(산림청)가 전액 지원해주는 사업이면 상대국의 협조는 최대한 얻어내는 협약이 필요하다. 현지 조경업체(Zelen Story)를 통하여 공사를 수행했는데 한국에서 가져가는 기와, 종, 수목, 초화류 등의 소재와 자재에 면세가 안 되고 세금(12%)이 부과되다보니 공사 충실도에 아쉬움을 겪었고 현지 관공서의 전력공급과 상하수도 인입 등에 대한 무지함과 나태함으로 공사기간이 늘어나서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애로사항이 많았다. 따라서 처음 약정 때부터 현지 지원과 혜택에 대한 확실한 규정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둘째, 약 20억 원의 비용이 투입된 한국정원은 규모나 시설 면에서 대한민국을 알리는 첨병이 되고 현지 고려인들에게는 마음의 안식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정원의 유지관리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기존의 해외에 존재하는 한국정원의 관리실태 보고서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연 상태의 산림도 정기적인 숲 가꾸기를 해주면 건강한 숲이 되듯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한국정원도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정원이 조성되어 있는 국가의 우리나라 대사관을 통해 정원현황을 파악해서 매년 3~5개소의 한국정원을 순회 정비하면 좋겠다. 사회적 기업이 나서주면 더 쉬울 것 같은 생각이다.

셋째, 앞으로 매년 1개씩 해외에 한국정원을 조성하면 좋겠다. 해외에 한국정원을 조성해주는 일은 대한민국 홍보의 선본장임을 확신한다. 일본은 400개가 넘는 일본정원을 해외에 조성했고, 중국도 많은 국가에 중국정원을 만들고 있다. 국력의 표현과 국격의 상징이 되는 해외의 한국정원은 대한민국의 문화와 산업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5번씩이나 방문할 정도의 지한파인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이번에 조성된 한국정원을 본다면 고려인에 대한 좋은 인식과 한국기업의 현지 진출 여건을 훨씬 좋게 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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