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지독하게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예전부터 오랫동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며 천고마비의 계절이자 남자의 계절로 불러왔다. 그만큼 좋은 계절이고 추석이 속해있는 결실의 계절이라 풍요롭고 각종 축제도 풍성하다. 그러던 가을에 몇 년 전부터 정원이 슬며시 찾아오더니 빠른 속도로 가을의 손님자리를 주빈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가을의 시작된 9월에 맨 먼저 전남 순천에서 ‘제4회 대한민국 한평정원 페스티벌’로 정원축제의 포문이 열렸다. ‘이미 가까운 정원’을 주제로 전문 작가부에서는 ‘내가 기억하는 전통정원’이란 소주제로, 학생부는 비오톱정원을 소재로 하고, 일반부는 베란다정원을 주제로 정원을 조성했다. 특이할만한 것은 생활 속 정원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읍면동 단위 테마정원을 페스티벌과 연계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특별시는 3년째 서울정원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2015년에 월드컵공원에서 ‘정원아 함께 살자’를 주제로 정원박람회를 시작했고, 이번에는 장소를 바꿔서 ‘너, 나, 우리의 정원’을 주제로 여의도공원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박람회 행사도 점차 발전하여 다채롭게 열렸다. 가든시네마 영화 ‘파크’ 상영과 가족화분만들기, 음악회, 정원에서 차린 식탁, 버스킹 공연 등의 공연과 행사가 열려서 정원과 더불어 문화 예술을 즐기게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정원! 마음을 담아가다’를 주제로 정원디자이너와 시민들이 함께하는 가든 토크쇼를 했으며, ‘서울로, 정원으로 가는 길’에서 서울로 7017을 재조명 해보았다. 공공 정원문화 확산방안에 대한 콘퍼런스를 진행하고, ‘나는 조경가다! 시즌 5’는 참여 시민의 정원을 디자인 해주는 다양한 행사가 됐다. 서울시는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행복한 ‘숲과 정원의 도시, 서울’ 그 아름다운 꿈을 향한 세 번째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평가를 하며 지속적이며 발전하는 서울정원박람회를 기약하고 있다.

이어서 정원박람회의 최고참인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개최를 대기하고 있다. 9월 29일부터 열리는 정원박람회는 노후된 도시공원의 리모델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생활 속 정원문화를 확산 시도한다는 취지의 연속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마을 정원 만들기’로 노후된 연립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주민이 참여하여 계획 설계 조성 과정을 함께 했다는 점이다. 마을정원만들기는 주민들 생활 속 정원문화 확산과 정원을 매개로 한 주거환경 개선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정원은 부잣집에나 존재한다는 생각을 가진 소시민들의 무관심을 꼬마정원사, 청소년정원사, 마을정원사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어 마을 커뮤니티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마을 인근에 세월호 피해 학생들이 다녔던 단원고등학교가 위치하고 있어서 위로와 치유의 마을정원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외에도 수도권 쓰레기매립지가 있던 인천 드림파크에 초등학생부터 일반에 이르기까지 정원만들기 교육을 통해 ‘아름다운 정원만들기’를 했으며 이후로 각 지자체에서 새로이 정원박람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제 정원은 혼자의 정원이 아닌 공동체의 정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정원은 잠시 동안만 느끼고 누리는 공간이 아니라 일상 내내 곁에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정원산업의 규모가 현재 약 1조3000억인데 앞으로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어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을 축제로 대세를 이루고 있는 정원박람회가 국민 행복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어서 반갑기 그지없다. 오늘 시민 한 분이 필자에게 물었다. “정원과 공원을 굳이 구분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 질문에 여지껏 두 단어를 구분하려 애쓴 것이 부질없는 생각이 든다. 가을이 정원의 계절이든 공원의 계절이든 무엇이면 어떠랴. 그저 꽃과 나무가 좋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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