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서울정원박람회 일환으로 진행된 작가토크쇼에 참석한 정원애호가들

“개인의 공간, 함께 사는 공간, 분리된 듯 함께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생각이 정원으로 체현된거죠.”

“투박한듯 섬세한 아빠의 정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모두에게 평등한 정원을 만들고 싶었어요. 시각장애인도, 시력이 아주 좋은 사람도 말이죠.” 

지난 23일 서울시가 주최한 서울박람회 일환으로 진행된 작가토크쇼에서 12팀의 작가들이 자신들 작품을 설명하면서 한 얘기다. 해당 토크쇼는 작가의 작품해설을 무대에서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진행하는 구성방식을 취했고 서로 호흡하면서 알게 되는 지식을 바탕으로 ‘도전, 정원벨’코너를 추가해 진정한 ‘정원 축제’를 만들었다. 

이 날 서울정원 박람회는 이원영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과 과장과 박명권 환경과 조경 발행인 환영사로 개막했다.  

▲ 작가토크쇼에 참석해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고대웅작가, 윤호준작가, 정은주작가, 원종호작가
▲ 작가토크쇼에 참석해 작품 설명을 진행하고 있는 박건작가, 김지환작가, 조성희작가

이날 무대에 오른 고대웅, 윤호준 작가들은 작품 ‘아빠와 나, 험한 세상 버팀목’에 대해 디테일한 설명을 진행했다. 공간과 구조에 주력했다고 밝히면서 소재를 새롭게 구현하고 싶은 마음을 계기로 생각한 정원이고 오히려 정원을 조성하는 과정에 많은 일을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윤호준 작가는 개인 주제강연에서 구조의 새로움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는 현재 여의도에서 30~40대 남자들의 유동인구 점유율이 높은 점에 포착하여 가족과 사회의 구조에서 아빠들이 담당하는 역할을 설명하면서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위로와 안위의 구조 및 공간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너를 담다’를 조성한 정은주작가도 공간에 대해 자신만의 철학을 밝혔다. 깊이 있는 공간과 외적 공간의 조화를 담고 싶었고 타인과 포용을 주제로 타인을 더욱 잘 이해함으로 포용의 공간이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 작품설명 및 토론을 진행하는 김미진작가, 김민지작가, 차용준작가, 황신예작가, 조윤철작가, 김지윤작가

이어 진행된 TED 자유주제의 발표자로 황신예작가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작가와 정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의제를 관객들에게 던졌다. 윤호준작가, 김지환작가 등이 토론에 가담했고 조윤철 작가는 “많은 정원은 각자 자유로 제작하고 공간에 제한 없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만들면 그것이 최고의 정원”이라며 “작가정원이란 단지 작가가 만든 정원일 뿐 큰 의미는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토크쇼가 마무리되고  정원을 직접 돌아다니며 관람할 수 있는 2부 막이 올랐다. 2부 ‘내 마음을 알아줘’는 참여자들과 작가가 함께 정원을 알아가고 정원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정원! 마음을 닮아가다’가 주제인 만큼 12곳 정원이 내포하는 의미의 기저에는 ‘어울림’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대상을 수상한 정은주·정성훈작가가 조성한‘너를 담다’작품은 서로 다른 두 개 동선을 연결함으로 포용과 이해의 공간을 제공하고 이는 서로 감싸 안고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큰 프레임을 연상케 하는 구조물은 화해의 장을 프레임에 담는다는 의미와 정원에서 ‘너를 담다’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김미진 작가는 ‘어울림’정원을 통해 사회갈등을 숲으로 표현하고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식물들이 종국에는 조화를 이루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나무와 옹달샘으로 마음을 비춰보고 편견을 씻어내자는 바람도 담았다. 

‘다채원’을 조성한 조성희 작가는 자신이 조성한 정원은 사회에 존재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고 각자의 가치대로 인지하는 정원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훈맹정원’은 시각장애인과 보통사람과의 어울림을 담았다. 미로를 통해 정원을 거닐 수 있는 독특한 방법으로 조성되었고 시각으로 정원을 감상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정원 곳곳에 점자리를 마련했다. 사초 실버셉터 옆에 “간지러움”의 의미를 담은 점자리로 시각장애인이 해당 식물에 대해 인지하도록 하고 미로자체를 좁게 구성함으로 정원에 들어서는 모든 사람이 불편하지만 평등하게 정원을 거닐도록 설계했다. 박건작가는 해외 종자교류를 통해 국내에서 접할 수 없던 다양한 수목을 식재하여 관람기능을 업그레이드 하여 함께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수림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고 밝혔다.  

김민지 작가의 ‘푸른문’은 계절에 따라 깊이감을 주는 목련수, 라일락, 종종이 등 식재를 주로 사용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정원, 혼자인 정원과 어울리는 정원 모두가 존재하는 정원을 만들었다. 

▲ ‘아빠와 나, 험한 세상 버팀목’ 정원을 관람중인 참여자들

가족 성원에 대한 어울림을 강조한 작품도 있었다. 은상 수상작 ‘삶의 풍경’ 제작자 원종호 작가는 정원을 사회, 가족, 혼자인 세 가지 공간을 정원으로 표현하여 서로 다른 세 풍경이 한 정원으로 어울러 질 수 있음을 표현해냈다. 금상을 수상한 고대웅·윤호준작가의 ‘아빠와 나, 험한 세상 버팀목’에서는 이시대의 아버지가 얘기하지 못하는 말들을 정원 바닥 곳곳에 적어 넣음으로 정원을 거니는 사람들이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돌을 층층이 배열하고 길을 울퉁불퉁하게 배치함으로 아버지의 투박한 표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가장 자리에 자리 잡은 의자는 백두산 소나무-장백송으로 직접 제작한 것으로 이 시대 아버지들의 ‘하지 못한 말’들을 오롯이 담았다. 

이밖에 재미있는 발상으로 참여자를 즐겁게 ‘쉬게 하는’ 정원들이 있었다.‘렛잇비, 가든 아메리카노’를 제작한 김지환작가는 제목 그대로 ‘내버려두어’도 아름다운 정원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고 특히 카페산업과 연계하여 카페를 모티프한 정원을 제작하였다. ‘let it bee’의 bee가 포인트라고 얘기하면서 도시 농업, 양봉업, 카페산업,정원문화를 한 정원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다 카페 정원을 모델로 하고 통 큰 유리로 벌을 관상할 수 있지만 벌과 격리하는 효과를 주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정원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 ‘한강에 돌을 던지다’ 정원을 관람중인 참여자들

차용준·김현민 작가의 ‘한강에 돌을 던지다’작품에서는 파란색 물수제비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바닥의 물자국을 형상화한 원형 돌이 바닥에 배치됐다. 정원에 있지만 한강에서 물수제비 놀이를 하는 듯한 체험으로 참여자들을 동심으로 데려다 주었다. 

정원투어를 마치고 가든 센터에 모인 참석자들은 인상 깊은 정원을 스케치북에 옮기고 바로 ‘도전!정원벨’을 울리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진행된 정원투어에서 획득한 지식들을 기반으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이었다. 최종1인으로 선정된 나정미 시민정원사는 “패자부활전으로 살아남은지라 죄송하지만 즐거운 시간”이라며 최종획득한 상품을 들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이밖에 강나경 내일학교 학생, 박순난 북부기술원 조경전공학생과 권옥연 시민정원사학생은 월간가드닝 3권 및 1년 구독권을 부상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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