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인간은 두 부류로 분류된다. 그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다. 그리고 모든 인간은 예비 장애인이며 반드시 장애인이 된다.

5년 동안 광화문광장에서 천막농성을 하며 외쳤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철폐 농성 장애인들이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의 지난 8월 25일 농성장 방문과 해결책을 마련해 주기로 한 약속으로 광화문 농성을 풀기로 했다. 정부에서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필요한 제도 개선을 국정과제로 이행을 하겠다고 했다.

UN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는 놀이를 아동의 권리로 규정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 아동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야한다고 되어 있으며, 2011년 제정된 장애아동복지지원법에 ‘장애아동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놀이와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장애인이 사회적 약자로 관심을 못 받는 시절에 장애아동들은 집과 병원 외에는 갈 곳이 없는 환경 때문에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다. 그러던 중 2016년 초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통합놀이터인 ‘꿈틀꿈틀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기존의 오래된 놀이터를 리모델링하여 4000㎡ 규모의 무장애 통합놀이터가 조성됐다.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겁게 뛰놀고 있다. 서울 위례신도시에 SH공사가 시행한 2200세대 규모의 임대아파트가 올 10월에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입주예정 세대 중 235세대가 장애인, 노인 등의 주거약자로 구성되어 있어서 SH공사 측은 이들을 배려한 ‘너나들이 놀이터’를 조성 중에 있다.

국회에서 지난주에 모든 어린이를 위한 통합놀이터 만들기 토론회가 ‘통합놀이터 확산을 위한 제도적 과제들’을 주제로 개최됐다. 많은 이야기가 나왔는데 중요한 것은 앞으로 행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장애아동의 복지를 위해서 말만하고 끝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 봤다.

첫째, 장애·비장애 아동들이 제대로 놀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예산이 필요하다. 2019년까지 정부의 아동정책 방향을 볼 수 있는 제1차 아동정책기존계획에 장애아동에 대한 부분은 치료와 지원, 돌봄만 나와 있고 놀 권리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정책이 없으니 예산책정이 없는 것이다.

둘째, 정부와 시민의 의식구조의 변화가 요구된다.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묵시적 차별의 연속으로 장애아동들이 야외활동을 하기가 힘들었다.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비장애아동들도 장애아동과 함께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 없이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

셋째, 법과 제도의 유연성이다. 성악가 조수미님이 장애아동들을 위하여 ‘휠체어 그네’를 기증했으나 안전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대한민국 놀이터 안전규정은 유럽기준(EN)을 준용했는데 유럽에서 이용하는 휠체어 그네가 우리나라에서 사용이 안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선진국에서는 놀이시설에 대한 규정을 민간에 위양하고 있다. 공직사회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전문분야에 대한 신뢰와 다양성을 인정한 것이다. 우리도 민간에서 안전규정을 관리할 때가 됐다. 그러면 휠체어 그네도 설치가 가능해진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놀 수 있는 통합놀이터에 대한 화두가 생긴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통합놀이터는 전국에 단 하나 ‘꿈틀꿈틀 놀이터’ 뿐이다. 뒤이어 생겨나는 통합놀이터의 등장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앞으로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통합놀이터의 소망은 편견과 차별이 없는 나라와 사회적 통합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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