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칼럼] 대한민국 어린이놀이터의 그림자
[김부식칼럼] 대한민국 어린이놀이터의 그림자
  • 김부식
  • 승인 2017.06.21
  • 호수 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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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2008년에 제정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은 어린이 놀이시설 이용에 따른 어린이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 동안 지자체와 민간 아파트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시행을 여러 차례 미루다가 2015년 1월로 시행됐다. 이후 어린이놀이터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해당 어린이놀이터는 폐쇄하거나 철거해야 했다.

오래된 아파트는 물론이고 영세한 주택단지가 주로 많이 해당됐고, 서울 잠실의 대단지 재건축아파트도 해당이 돼서 빨간 비닐테이프가 두 줄로 쳐졌고 이용금지 경고문이 부착됐다. 그러나 일부 어린이는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예전처럼 잘도 놀고 있었고, 오히려 위험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마치 어린이이게 맞지 않는 안전기준을 만들은 어른들에게 항의하는 것 같았다.

‘자유로운 놀이공간을 규제하는 안전기준’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안전과 위험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획일적이며 지나친 안전관리는 어린이들에게 외면을 받고 제대로 놀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모험이 없는 놀이터에서만 성장한 어린이는 성인이 되어서 실제 위험상황에 부딪혔을 때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경우가 초래된다고 한다. 예전 다른 세미나에서 “아이들이 다쳐도 제대로 놀다가 다치는 놀이터가 돼야 한다.”는 한 학부모의 말처럼 온실 속의 화초처럼 만드는 놀이터는 지양해야한다. “놀이는 아이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키워주는 원동력이 되어야 하고 아이들이 도전하고 위험행동을 감수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바깥놀이에서 위험 감수 행동에 대해 호주 부모들은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신체적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필요하고 아이들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피하는 방법을 터득한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발표는 어린이 놀이의 방향성을 잘 제시해주고 있다.

지금의 어른들은 잘 놀지를 못한다고 한다. 일하느라 안 노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놀 줄 몰라서 못 논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인 몇 명이 만나면 화투나 카드를 가지고 손장난하는 단순 도박형 놀이 밖에 모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어릴 때부터 노는 방법을 모르고 자라왔기 때문인데 그 버릇을 자녀들에게까지 전수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학교와 학원을 다니다 보면 틈새시간에 놀 수밖에 없는 어린이는 PC방이나 핸드폰게임이 놀이수단이다 보니 사회성이 떨어지고 신체발달이 느려지며 일찍이 안경에 시력을 유지하는 걱정스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쯤 되면 국가 비상상황이 아닌가? 1년 중 어린이날만 챙겨주고 나머지 날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사는 어린이에게 우리 미래를 밝게만 기대하는 것이 어른들의 억지다 싶다.

선진국은 어린이놀이시설에 많은 투자를 한다. 도심 한가운데에 모래바닥을 깔아놓고 아이들이 거침없이 뛰어놀게 하며 놀이장난감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나라가 있으며 심층유아발달 프로그램으로 사회성, 감정발달, 건강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국가가 있다. 선진국의 놀이와 교육이 자연스럽게 접목되는 프로그램은 부럽기만 하다.

‘올해 2월 서울 용산구 지하철 효창공원역 앞 공터를 둘러싼 철 그물에는 메모장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신나는 놀이터를 만들어주세요. 0학년 0반 김아무개.' 초등학생 아이들이 직접 쓴 쪽지였다.’는 머니투데이의 기사(2017.6.19.)는 우리현실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며칠 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현재의 학교 공간 모델은 군대나 감옥 모델과 같습니다. 연병장 같은 운동장이 대표적이죠. 놀이터 역시 놀이기구가 중심이지 아이들 중심이 아닙니다. 놀이터를 바꿔야 학교가 바뀐다는 생각으로 공공 유치원 및 학교 놀이터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고 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고 창의적이며 즐겁고 행복한 어린이놀이터를 꿈꾸어 본다.

김부식
김부식 kbs3942@latimes.kr 김부식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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