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경산업의 큰 줄기를 이어가고 있는 예건이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고민에 빠져있다. 특히 노영일 대표는 지난 27년의 시간들 속에서 예건을 국내 조경산업계의 큰 동맥으로 성장시켜 왔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한 신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성장해 온 시간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장고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어 그의 행보에 예건의 발전적 구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 예건 본사 전경 <사진 지재호 기자>

도시환경을 선도하는 강소기업

예건은 1990년 11월에 창립하여 올해 27년의 해를 맞이하고 있다. 90년대는 우리나라 경제 산업 전반이 격동기로 80년대 금융위기, 90년대 동아시아 외환위기 등 기회와 불안이 공존하는 시대였다.

기회와 불안의 시대 속에서 창립된 예건은 건설경기 붐을 등에 업고 당시 롯데월드를 비롯해 서울랜드, 한국은행, 올림픽 공원, 캐리비안베이 등 다수의 조경시설물 조성을 진행하면서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 나갔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서울숲을 비롯해 선유도공원, 울산대공원, 북서울 꿈의 숲, 월드컵공원, MBC상암 신사옥, 각종 리조트 테마파크 등 조경시설물이 필요한 곳에는 예건의 제품이 자리할 정도로 제품에 대한 신뢰와 예건의 브랜드 신뢰도를 공고히 다졌다.

국내에서의 탄탄한 내실을 바탕으로 예건은 2011년도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박람회를 비롯해 두바이 빅5 쇼 국제 빌딩 건축쇼와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가덱스 가든 엑스포 등 외국 박람회에 참여하면서 예건의 우수제품과 브랜드 인지도를 어필했다.

그 결과 OEM 방식으로 아시아 지역 수출이 전개되었고 최근에는 조경시설물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네덜란드에 접이식 벤치 테이블을 OEM으로 생산해 수출을 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조경시설물의 우수성이 인정을 받아가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 예건 브랜드

지식정보의 공유

예건은 세계적 지식인들을 초청하여 특별 강연회를 펼치는 등 지식정보의 공유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타다오 초청 특별강연회를 시작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조경가 사사키요우지, 지난해 7월에는 서울로 7017를 현상 설계한 네덜란드 건축가이자 조경가 비니마스 초청 강연을 주최하는 등 지식정보의 공유를 위한 자리를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다각적인 사회공헌 활동

예건의 성장은 이익만을 위한 경영을 추구하지 않는데 있다. 무엇보다 기업은 고객들과의 신뢰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윤리관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사회공헌 활동으로 고객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는 기부활동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폐쇄되었던 놀이터에 세대통합형 공원을 조성하는 것을 비롯해 전남 신안의 작은 섬마을에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해 주었으며, 그린트러스트와 환경조경발전재단, 한국조경사회, 월드피스자유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나섰다.

이러한 활동은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라오스국가 국제아동을 위해 희망어린이놀이터를 설치하고 기부하는 한편 몽골 서울숲 조성 때 어린이놀이터 설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어린이를 위한 봉사 활동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미니인터뷰 - 노영일 대표

“3년 후 예건의 발전적 비전 제시할 것”

▲ 노영일 (주)예건 대표 <사진 지재호 기자>

노영일 예건 대표는 현재의 걸어 온 길 보다 앞으로의 행보를 어떻게 하느냐에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이유는 불확실성에 있다. 지금까지 예건이 조경산업 발전에 남다른 기여를 해 오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내수경제 침체로 조경산업의 위축은 그만큼 더욱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의 조경산업은 수주량에 비해 영업이익 측면에서 낮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을 보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경영이익은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결과를 나타내고 있어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언급된 노 대표의 이와 같은 발언은 조경산업의 현 시점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를 대변하기에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다.

정체된 조경산업이 난관을 극복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노 대표는 “설계나 시공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재도 외롭게 싸우고 있다. 여기에 시장 확대를 해야 하고, 정부를 대상으로 제도와 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안을 해야 하는데 녹록지만은 않다. 퍼걸러와 전통정자 등 빼앗긴 시장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도 급선무인데”라며 뾰족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음을 토로한다.

때문에 노 대표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그것은 다른 분야와 융합을 먼저 꼽았다.

“아이디어라는 게 조경분야에서는 선도해 갈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IT분야와 융합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제조업을 하는 처지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노영일 대표는 요즘 들어 장고의 시간을 자주 갖는다고 한다. 특히 3년 후 예건이 30주년을 맞이하면서 제2의 창업을 선포하고 기업의 성장과 더불어 조경산업 발전에 기여를 위한 구상으로 밤잠을 설친다.

그 중심에는 기업 경쟁력이 있고, 그 것을 뒷받침 하는 것이 창의적 제품 디자인에 있다. 특히 지난 40여 년간 정체되어 있는 놀이시설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는 만큼 가시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통합놀이터는 편견도 없고, 장애나 비장애인이 함께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화합의 공간이다. 기업이 이익을 위해 접근한다는 편견의 시선보다 시민단체와 함께 고민을 풀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우리 아이들을 위한 그들만의 공간을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책임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풀어가길 희망한다.”

유독 노 대표가 통합놀이터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이는 이유가 이 말에 있다. 그는 ‘경영을 하면서 불안감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없다”고 말하며 “지난 27년 동안 위기관리 능력을 충분히 키워왔다. 내가 사업적인 측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한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다른 산업과 융합을 추진하고 완성한 후 느리지만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발판이 마련되면 나머지 성장시키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다음 세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부터는 국내 조경산업이 조금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통합놀이터를 통해 기업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향과 아이들이 어른들의 규제로 놀 권리를 박탈당하고 침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규제완화와 시민들과 합의 도출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영일 대표는 3년 후 창립 30주년을 기점으로 예건의 비전과 사회공헌에 관한 구상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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