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희 정원해설사

누구나 일 년에 한 번쯤 휴가를 이유로 낯선 곳으로 여행을 꿈꾸며 그것이 혼자만의 여행길일 때 더욱 설렐 것이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주어진 혼자만의 여행길로 2017년 코리아가든쇼 정원해설사 활동으로 인연을 맺게 된 한국조경신문 정대헌 대표님과 홍 선생님의 배려로 여행에 함께하게 됐다.

박태후 화백이 45년 넘게 만들고 관리한 ‘죽설헌’은 1만5000평이 넘는 개인 정원으로 자연원림을 그대로를 존중하며 생태계를 이용한 자연적 관리를 통해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아도 수개월 동안 손상 없이 스스로 자정 복구되는 정원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로 만들어 놓았다.

처음 도착하여 마주한 곳은 오래전부터 계획된 조형물개념의 등나무 주차장이다. 45년 전 삽목한 등나무가 80평 정도의 주차장을 완벽히 숲으로 만들었으며, 봄에 피는 등꽃과 향기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공간에서 박태후 화백을 처음 만났다.

유일하게 손으로 관리하는 탱자나무·꽝꽝나무로 만든 생울타리 산책로와 기와로 쌓은 낮은 담에 송악을 올린 초록담은 내마음까지 낮추는 여유를 주었고, 한발씩 내딛는 걸음에 폭신한 느낌은 자연이 만들어낸 질경이 카펫의 푸른 향기까지 더할 나위 없는 힐링의 끝을 이뤘다.

박 화백님의 목표 중의 하나가 수련이 있는 연못 4000평은 조경의 대안으로 습지를 만들어 생태계를 보호 복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변습지에서 가장 잘 적응하는 노랑꽃창포와 왕버들을 심어 관리에 쉽도록 했고, 조경의 기본은 그 지역에서 잘 살아남는 식물을 선택하여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에 우리 정원에서 향기로운 차 한 잔과 담소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인연들을 만나고, 잠시라도 위안을 받고 간다면 더할 나위 없다. 또한 죽설헌과 백운동별서정원이 타샤의 정원처럼 관리되고 후대에 남겨질 수 있도록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동반자를 만나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한다.

죽설헌을 찾고자 한다면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방문하길 바라며, 박 화백의 자랑과 당부의 말에 토 달지 않고, 셔터 누르는 것을 참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조만간 세상의 몇 안 되는 내 마음의 휴식처로 담은 청아한 공간을 사랑하는 이들과 지금 보지 못한 죽설헌의 모든 계절을 누리고 싶다.

뚜벅이와 인연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같이할 것 같다는 예감과 좋은 시간 마련해주신 한국조경신문 김부식 회장님, 정대헌 대표님 외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과 늘 건승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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