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현 경관제작소 외연 대표

어느 대기업 건설사의 설계담당 임원을 만나 한 30분 이상 현 공동주택(아파트)사업의 문제점과 특히 조경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사실 나눴다기보다는 내가 보는 상황과 시각을 여러 가지 내용으로 설명을 한 것이 맞을 것이다.

그 임원은 내 이야기를 들으며 메모를 시작했다. 아파트란 주거문화에 대해 내가 가진 반성적인 생각과 어제 한 수도권에서 조성중인 아파트 현장 자문을 위해 방문한 곳에 대해 실상을 설명했다.

현장에서의 자문 개입이 늦은 비현실성과 현장 요원들의 애로사항으로 말미암아 수용이 쉽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지의 설명을 곁들였다.

가장 가성비가 높은 조경공종의 특성과 눈높이가 높아진 입주민들의 기대치 부응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돼 진지하게 접근했다. 필자 얘기를 경청한 임원으로서도 회사 방침과 관행에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어떻게든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인지 진지한 표정으로 연신 메모를 이어갔다.

조경으로 대화는 시작됐지만 토목과 건축의 비중과 역할, 관계적 입장에서 비용의 점유와 비중에 따른 시대적 기능변화, 공종간의 할애할 사항, 친환경 설계기법의 적용 방법 등을 다양하게 설명했다.

특히 최근 1군 주택건설사들의 공동주택 조경을 보는 시각과 시공된 사진을 통해 설계단계에서 접근하는 인식 수준을 대림산업의 ‘반포리버파크’의 사례를 보여 주며 많은 격차와 부러움, 그리고 역부족의 자각 등을 얘기했다.

필자는 우리가 어렵고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건설분야에서 조경이라는 마이너 한 영역에서 분투하는 입장에서 자괴감이 들 때가 많지만 그 것 때문에 의기소침하고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유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조경분야’는 분명 선진국 산업이고, 가장 친환경적인 해결방식이며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이다. 생태적인 접근과 미학적인 이용을 위한 경관을 풀어가는 최종적인 입장에 서 있는 진정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토목부문 사장과 시공담당 상무이사도 만나서 비슷한 대화를 나눴고 공감의 이해 폭을 넓힌 바 있다. 주택건설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대기업의 임원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교적 많은 시간에 걸쳐 조경의 중요성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협력해야 할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공사비의 할애 비중에 비해 가장 높은 가성비 효과를 인지하고 동의해 주는 공감대에선 새로운 비전과 기대를 갖게 했다.

연관분야와의 대화와 설득을 통한 이해도 증진은 점차 비등해 지고 있는 조경의 사회적, 시대적 중요성과 가치 등 만족도와 기여도가 충분하다.

따라서 좀 더 적극적으로 우리가 가진 장점과 전문성을 소신 있게 펼쳐나가려는 의지와 담대함이 필요하고 부딪혀 보려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큰소리친 만큼의 실력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요즘은 내일의 일과 다음의 프로젝트가 기다려지고 기대가 되는 내 나름의 전성기(?)가 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조경을 이제 40년쯤 하니 전체가 보이는 그런 기분인데 노땅 아재의 뒷방 늙은이 취급할까 은근히 걱정이다.

이제야 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전투력과 내공이 본격적으로 필칠 때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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