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환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통합놀이터 추진위원장은 지난해 6월 서울시 공원조성과 과장직을 끝으로 36년 2개월이라는 공무원 생활을 뒤로하고 명예 퇴직했다.

그해 11월부터 추진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오순환 위원장은 한국조경사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공원계획 설계와 시공에 대한 자문, 조경전문가로서 자치구 심의위원회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오순환 위원장을 만나 사회적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통합놀이터의 방향성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 오순환 추진위원장

통합놀이터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통합놀이터는 비장애·장애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가 아니라 말 그대로 모두를 위한 놀이터다. 장애와 비장애, 유아이든, 조금 큰 어린이든, 어린이라면 누구나 방문해서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바로 통합놀이터 의미인 것이다.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무장애연대)와 (사)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도시연대) 등 통합놀이터만들기 네트워크에서 지난 2015년 시작해 2016년 서울시 어린이대공원에 우리나라 최초로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노는 곳을 목적으로 하는 통합놀이터 ‘꿈틀꿈틀놀이터’가 만들어졌다.

이곳에 설치된 휠체어와 유모차 이용 아이들 접근이 가능한 조합놀이대를 비롯해 등받이가 있는 시트형 그네, 바구니형 그네, 휠체어나 보행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아이들도 놀 수 있는 회전그네,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균형 감각이 부족한 어린이들을 위한 흔들 놀이기구, 휠체어 등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분리 없이 모래놀이가 가능한 모래놀이벽,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평상 등 어린이대공원 안에 설치한 통합놀이터가 조성되기까지 통합놀이터 네트워크에서 계획 및 설계, 실제 조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공간을 그래도 잘 다룬다고 생각하는 조경가들이 이제는 좀 더 이용자 처지에서 생각하고 섬세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장애아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그네를 타보고, 회전무대를 타 보았다고 한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차별 없이 비장애아이와 어울리는 방식을 놀이터에서 놀면서 몸으로 익히기를 바라고 이런 통합놀이터가 많아지기를 원한다.

어린이대공원의 통합놀이터가 조성되기까지 기존의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과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 그리고 장애인 안전과 편익 관련 규정 사이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고 한다.

가장 근본적인 사항은 어린이 안전 관련 규정은 지켜야 하는 매우 강한 규정인데 비해서 장애인의 안전과 편익을 위한 규정은 권장사항이 문제다.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인 장애인에게 편리하면 모든 사람에게 편리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규제완화 그리고 사회적 합의도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데.

무장애연대와 도시연대 등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시민단체, 그리고 학부모단체, 놀이터 운영단체 및 전문가들과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규제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어린이대공원 안에 처음으로 조성한 통합놀이터에서 이용 후 모니터링을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통합놀이터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널리 알릴 계획이다. 또한 관련 법규 개정과 통합놀이터 확충을 위한 정책, 다양한 통합놀이기구 디자인 개발 및 생산 등 다양한 노력들을 계획·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14일에 통합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고 통합놀이터만들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어린이 놀이활동에 적합한 안전기준’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서로 다른 어린이놀이기구 안전기준에 대해 검토하고 놀이터에서 추구해야 할 안전규칙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을 꾀하고, 자유로운 어린이 놀이활동에 적합한 놀이터 안전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법은 늘 느리다’는 말이 있다.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조성된 놀이터가 반대로 주목을 받는 곳도 있는데?

새로운 놀이터의 시도 방향은 좋다고 본다. 하지만 기존 법규를 무시하면서까지 조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어린이대공원의 사례처럼 기존 법규 범위 안에서 좀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통합놀이터만들기 네트워크’와 ‘통합놀이터 추진위원회’의 임무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오순환 추진위원장이 생각하는 통합놀이터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놀이터는 어린이들에게는 친구를 만나고 사귀는 공간이며, 자신의 신체를 이용하여 즐거움을 누리는 공간이다. 놀이의 공간이며 상상의 공간, 창조의 공간이다.

놀이터를 보면서도 떠올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없다면? 혹여 놀이터에 아예 갈 수도 없다면? 나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인 무장애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이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그네를 타봤고 시소를 타봤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국내에는 그러한 시설이 없기 때문에 외국 통합놀이터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독일 놀이터를 방문했다고 한다. 휠체어 그네를 타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면서 그는 ‘그네를 타는 기분이 이런 것이구나’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 모습에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쏟아졌다. 그는 한 번도 놀이터에서 놀지 못하고 유년기를 보냈다. 그네를 타는 기분이 어떻고, 시소를 타는 기분이 어떤지 알지 못했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통합의 가치’를 담고 있는 통합놀이터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 나아가야 할 공간이다. 좀 더 고민하고 섬세하게 접근해 최종 결과물은 외부공간을 가장 잘 다루는 우리 조경인들이 핵심적인 임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