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균 순천대 조경학과 교수

가뭄이란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물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모든 식물이 그러하듯이 조경식물도 물이 부족하면 생장이 정지되거나 불량해지면서 심하면 죽게 된다. 조경식재현장에서 조경식물의 생장 불량이나 고사는 하자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가뭄이 비주기적으로 발생하지만 발생빈도가 높아 가뭄기에 조경식물의 하자율이 높다. 전남 광양 지역의 경우 조경식물 생장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의 가뭄은 약 10.4년에 1회 정도 발생한다. 심할 경우에는 연평균강수량(1300mm)의 54%(743mm) 정도에 그쳐 조경식물의 생장에 극심한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조경수목의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뭄의 기준은 연평균강우량으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비가 온 다음 비가 내리지 않은 일수인 ‘무강우일수(無降雨日數)’로 기준을 삼기도 한다. 대체로 일반적인 농작물은 무강우일수가 20일 정도이면 가뭄이 발생한다. 조경식물의 경우 초화류는 농작물과 같이 무강우일수가 20여 일이면 수분스트레스로 가뭄피해가 극심해지며, 조경수목은 30여 일이 되면 가뭄에 민감한 식물부터 시들기 시작한다. 무강우일수가 40여 일이 되면 대부분의 조경식물의 시듦 현상이 현저하게 많이 발생하며, 45여 일이 되면 수목의 고사량이 급증한다. 전남 광양 지역의 경우 무강우일수가 지난 1994년에 57일 이상 지속되어 조경수목이 대단위로 가뭄피해로 고사된 경우도 있다.

이렇게 무강우일수가 길어지게 되면 관수하는 물의 양보다 뙤약볕에 증발하는 양이 더 많아서 어지간한 관수장비나 시설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설치한 스프링쿨러나 점적식 관수시설도 평상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면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관수장비와 시설은 있지만 물을 공급할 수원지의 물이 고갈된 경우다.

특히, 빗물 의존도가 높은 바다매립지의 경우에는 수원지에 물이 없어 관수를 포기해야만 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 한다. 수돗물은 식수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어렵고, 이웃 저수지나 물도랑 등에서 물을 담아오다가는 농민들로부터 원성을 산다. 가뭄이 들면, 농사용 물대기가 우선이기 때문에 관수를 위한 물을 공급받기가 쉽지 않다. 때에 따라 먼 거리에서 유류비보다 비싼 물을 공급받아야 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처럼 가물 때 어려움을 겪는 조경식재 현장은 주로 유효 토심이 낮은 바다매립지, 인공지반, 도로공사 식재지, 광산 또는 채광지 식재지, 도심녹지, 공원, 가로수 등이다.

가뭄이 계속되면 식재공사업체는 물차와 많은 작업 인원을 동원하여 관수를 한다. 하루에 소요되는 비용은 자동차 임대비, 인건비, 유류비, 장비구입 등으로 하루 최소 70만 원에서 수백만 원씩 소요된다. 하루 정도라면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십 수일이 되면 몇 백만 원, 대형 공사의 경우 몇 천만 원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러한 비용은 발주처에서 지원을 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도급회사에 부담하는 것이 현실이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식재업체는 시공현장뿐만 아니라 식재공사가 이미 완료된 현장에도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며 관수를 해야 하는 처지여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혹자는 이번 가뭄을 ‘기상재해’ 또는 ‘천재지변’라고 한다. 만약 가뭄 발생이 ‘기상재해’ 또는 ‘천재지변’이라고 한다면 이번 가뭄으로 생장이 불량하거나 죽은 식물에 대한 하자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식재 설계 시 가뭄 대비 설계를 했더라면 지금 같은 가뭄에 비경제적이고 비상식적인 관수는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진정한 기술자라면 가뭄에도 적응 가능한 식재설계를 해야 한다. 만약 가뭄 대비 설계와 설계서를 검토하지 못했다면 설계자와 발주처는 물론 시공자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가뭄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관수비용이나 하자는 발주처, 시공자 등이 공동으로 분담해야 한다. 아울러,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자, 발주처, 시공자 모두가 면밀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시로 가뭄이 발생한다. 따라서 조경식재 설계를 할 때에는 가뭄에 강한 식물의 식재, 가뭄 대비 식재지반 조성, 관수 가능한 시설 등을 반영한 가뭄대비 설계를 하여야 하고, 감독관과 시공자는 가뭄설계가 제대로 되었는지 사전검토를 충실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