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하자(瑕疵)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물이나 일에서 잘못되거나 불완전한 부분’으로 해석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의 행위나 경과를 보면 하자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개개인의 자그만 실수부터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국정농단 사태도 하자로 볼 수 있으며, 동식물의 생태계 교란 상태도 지구 질서에 대한 하자로 말 할 수 있다.

그 중에 인간이 저지른 하자는 대부분 책임이 수반된다. 조경공사 중 조경수목 하자문제도 타 분야와 동일하게 책임과 신뢰, 분쟁의 여지가 수반된다.

그동안 조경수목의 하자에 따른 부담은 거의 시공자의 책임으로만 전가되어 왔고 조경수목 고사의 원인의 소재를 떠나서 기술적인 책임과 비용부담이 시공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왔던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조경수목은 소재의 특성상 정확한 하자의 원인이 불분명하여 분쟁을 야기하게 되는데 그에 대한 기준이나 자료가 불충분한 것도 상황을 풀어내는데 어려움에 봉착하게 한다. 오랫동안 조경수목 하자에 대한 원인과 책임에 대한 논란도 많았고 지루하게 이어진 논란이 어느 것 하나 정리되어 깔끔하게 현업에 적용되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11년에 (사)한국조경사회에서 ‘조경수목 하자에 대한 세미나’에서 발표와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나름대로 집약된 의견이 도출됐지만 지금에 와서 헤아려보니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아니 오히려 조경수목 하자문제가 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점점 심해지는 가뭄과 추위 등의 기후변화에 대한 무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공공기관 조경기술세미나에서 다시 조경수목 하자에 대한 논의가 제기됐다. 조경수목 하자에 대한 원인은 10년 전에 파악된 것이나 최근에 조사된 것이나 특별히 다를 것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조경공사를 발주·감독하는 공공기관의 구성원들이 보다 자세하고 현실감 있는 발표가 눈에 띈다. 조경의 설계와 공사를 발주·감독하는 입장에서 하자가 발생하면 수급업체에게 하자보수 실시를 요구하면 책임을 다한다는 입장에서 조경 동업자의 정신으로 토론한 것이 우선 반갑다.

금번 공공기관 조경기술세미나에서 발표된 ‘고객만족을 위한 하자ZERO 방안’은 그동안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다시 깨우쳐주는 계기가 되었고, 조경수목 하자방지를 위한 노력이 어느 한 부분이나 계층에서 할 일이 아니라 모두가 관심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얘기로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번에 논의가 소홀한 부분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조경수목 설계와 식재를 담당하는 조경인들이 수목의 생리와 물리적 특성을 잘 모르고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설계 개념과 공사 여건만 신경 쓴 나머지 식물에게 요구되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설계와 공사가 조경수목하자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조경종사자가 나무를 잘 모른다는 창피한 얘기다.

우리말 속담에 ‘나무도 옮겨 심으면 삼 년은 뿌리를 앓는다.’라는 말이 있다. 환경이 바뀌면 일정기간은 돌보아줘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설계 납품이 됐다고 책임이 다해지고, 공사가 끝났다고 방치하는 악순환은 이제 끊어야 할 때다. 환자가 수술을 끝내면 간호사나 간병인이 붙어서 몸이 회복될 때까지 정성을 다하는 것처럼 새로 옮겨진 나무는 적어도 3년 동안은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는 직설적인 속담인데 우리 사회는 그러지도 않으면서 나무가 죽으면 책임전가를 하고 있다.

나무도 생명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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