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준(5월 24일)
코리아가든쇼가 끝나고 정원을 철거해야 하는 게 아쉬워 기부 정원을 하나 만들었다. 혼자 보단 같이 하는게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아 kgs(코리아가든쇼)작가회 이름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하고, 다른 작가님들께 뜻을 전하고 주관사측에 대상 기관을 알아봐 달라 요청을 했다. 대상지는 양재쪽 보육원으로 결정되었고 철거하는 날 다른 참가자들에 꽃과 자재를 기부받았다. 없는 시간에 준비를 하다 보니 식재 계획도 없이 파고라와 교목 배치만 가지고 시작 했는데 꽃을 심던 일요일 전회 참가자였던 작가님들이 함께 하셔서 현장에서 즉석으로 조성이 되었다.
5월에 햇살이 왜 그리도 뜨겁던지, 땀 흘리며 힘들게 일 한 거 같은데...나중에 사진으로 보니 모두에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 역시 무언가를 나눈다는 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인가 보다. 선뜻 기부에 동참해준 2017코리아든쇼 작가분들께 감사드리며, 일요일 시간이 안될 것 같다며 미리 와서 마킹과 잔디 철거를 함께 준 김지영 작가님, 일요일 귀한 시간을 할애해서 함께 해 주신 김옥경, 조성희, 서수현 작가님과 잠깐 들렀다가 그냥가지 못하고 끝까지 거들어 주신 정대헌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얼결에 불려 나와서 함께한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너무 고맙다.

조반장(5월 24일)
서울역고가에 대한 마지막 포스팅이 될 것 같습니다. 서울로라는 이름으로 개통하고 나니 바라던대로 많은 논쟁이 있어 내심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논점이 넓어지면 그에 걸맞는 깊이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약간의 오해도 있는 것 같고, 이해가 필요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 몇가지 적습니다. 좀 길지만 전반적인 얘기를 다루는거라 끝까지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맨 마지막에 제가 요 몇일 왜 열폭했는지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서울로가 많은 아픔을 딛고 좋은 방향으로 가기를 바랍니다. 
1. 조경이 이게 뭐냐
서울로 최대의 과제였던 것 같다. 우리나라 조경전문가 중 MVRDV의 방식에 동의한 분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성토를 하고 복합조경을 하는게 좋지 않느냐, 나무를 콘크리트에 가둔거 아니냐하는 것과 식물을 보기 좋게 심어야지 가나다 순으로 심는게 말이 되느냐였다. 하지만, 설계자인 위니마스는 분명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서울을 보니 너무 훌륭한 한국식 정원/공원이 많다. 폭 10미터의 고가까지 같은 방식으로 조성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과 가나다로 심지 않으면 어떤 위계로 심을 것인지를 제시해달라고 했다. 긴 얘기를 다 전할 수 없지만, 그 두 가지 질문에 한국의 조경가 누구도 전향적인 답변을 해주지 못했다. 두 의견은 처음부터 개념이 달랐기 때문이다. 위니마스는 길 위에 나무를 갖다놓는 개념이라고 봤고 조경가들은 공중정원이라고 봤다. 그러니, 조경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면 길 위의 수목원이라는 최초의 컨셉이 흔들리는 결과가 됨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더불어, 조경계의 논쟁이 더 깊이 가지 못하고 피상적 호불호에 머문 것은 여전히 아쉽다.
2. 햇빛 가릴데가 너무 없는 거 아니냐
이건 처음부터 고민이었다. 콘크리트 위에 식재인데다 풍압이 발생하니 큰 나무를 심지 못한다. 그 대안으로 파라솔 형식의 그늘을 만드려고 했으나 그 시점에 이미 공사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 난색을 표했고 풍압에 견딜수 있을 것인가로 끝내 몇 개정도 설치하고 말았다. 고가산책단에서는 뉴욕 브라이언트 파크의 4,800개나 되는 의자처럼 시민들의 기부를 통해 자기 이름을 새긴 이동형 파라솔을 300여개 설치하려고 했으나 운영에서 배제되면서 진행되지 못했다. 맨 먼저 신청하겠다고 하신 분들도 많았는데 이 부분은 지금도 안타깝다.
3. 화분이 많아 걸리적거린다
맞다. 이 부분은 고가산책단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했던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본래의 계획보다 4분의 1가량이 줄었다. 그만큼 더 있었으면 큰일날 뻔^^ 이 부분은 서울시와 고가산책단이 같은 의견이었고 MVRDV가 버티는 관계였지만 이유는 서로 동상이몽이었다. 서울시는 공사비를 줄여야했고, 고가산책단은 더 많이 비워야 더 많은 행위로 채울 수 있다고 했고, MVRDV는 빈 곳을 만들어놓으면 나중에 이상한 걸로 채워 작품을 망칠가봐 걱정이었다. 안타까웠다. 한국의 수준이 그렇게 인식되는 것에 가슴 아팠다. 그도 그럴 것이 그보다 더한 짓도 많이 해왔으니까... 참고로 국제건축가연맹에서 한국의 국제공모전에 상당히 여러번 문제제기를 한적이 있다. 길어서 생략 ㅠㅠ 어쨌건 그래서 긴 타협끝에 지금의 숫자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고가 상부 가장 뷰가 좋은 부분이라도 고집을 부려 좀 비울 걸 그랬나 싶다.
4. 왜 이렇게 시공이 허접하냐
주로 전문가들에게 나오는 의견이다. 맞다. 이 부분은 한국의 건설 수준에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기획단과 도기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중에 떠 있는, 게다가 죄다 원형이며 콘크리트를 고집한 디자이너의 요구를 받아들일만한 회사가 없었고 경험도 부족했다. 이 부분은 박시장을 비롯한 서울시의 욕심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공무원에게 시장의 지시는 추상과 같은 것이다. 공기단축의 지시는 여러 실험을 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그나마 이것이 한달이나 연기된 거라고 보면, 예정대로 4월 초에 오픈했다면 지금보다 10배이상의 욕을 먹고 있을 것이다. 꽃피는 오월에 개장하고 싶은 푸른도시국과 일정에 쫒긴 기획단이 오랜만에 ... 아니 거의 처음으로 입장을 맞춘 것인데 그나마 다행인가 싶다. <중략> 
8. 에피소드 하나
가장 인기가 많은 트렘플린과 족욕탕은 정말 긴 싸움끝에 얻어낸 것이다. 좀 과장을 하면, 위니마스가 한국에 와서 회의로 보낸 시간의 3분의 1은 아마 족욕탕이었을 것이다. 푸른도시국는 끈질기게 반대했다. 물은 누가 관리하냐, 피부병이라도 생기면 누가 책임지냐, 겨울엔 어떡하냐. 궁지에 몰린 위니마스가 나를 쳐다봤다. 그때 만해도 운영은 민간이 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그 문제는 운영자가 정해지면 그때 고민해도 늦지 않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게 말이 되느냐. 아이들이 엄청 좋아할 것”이라고 대답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그 후로도 옥신각신하다 지금처럼 약간 쪼그라들어서 만들어졌다. 트렘플린도 도찐개찐^^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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