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2017 코리아가든쇼의 17일간의 행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고 올해의 주제는 ‘토닥토닥, 내 삶의 위로를 주는 정원’이다. 코리아가든쇼가 벌써 4년째 진행되는 행사라서 그런지 작품의 완성도와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자화자찬의 마음을 뽐내본다.

우리나라에서 정원이 지금처럼 재조명 받기 이전에 ‘타샤의 정원’이라는 책이 들어왔다. 정원을 갖고 싶거나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이 읽어 본 책이고 타샤의 삶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동화작가이자 삽화가인 타샤 튜더는 100여권의 그림책을 냈는데 50대 중반에 이르러 미국 북동부의 버몬트주 브래틀보로의 산속으로 들어가서 약 100만㎡(30만평)의 땅에 정원을 가꾸면서 전원생활을 했다. 자연과 더불어 살은 타샤는 직접 천을 짜서 옷을 만들어 입었으며 비누와 양초, 치즈와 아이스크림도 손수 만드는 자연주의 생활을 했다.

타샤의 정원은 18세기 영국식인 코티지 가든(Cottage Garden) 형식이라서 한적한 시골풍의 정원이며 자연그대로의 삶인 느리고 단순한 삶을 누린 곳이다. 그래서인지 타샤는 92세까지 정원을 가꾸며 살았고 오는 6월이면 그녀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지 9주년이 돼서 벌써부터 그녀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현지뿐만 아니라 일본 등지에서 일고 있다. 타샤는 정원생활을 하면서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의 정원’ ‘타샤 튜더, 나의 정원’이란 책도 썼다.

40세가 지나서 문단에 데뷔한 박완서 작가는 우리 현대사의 전쟁과 질곡 된 삶을 반자전적인 소설로 옮긴 ‘나목(裸木)’을 발표했다. 뒤늦은 등단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품을 발표한 박완서는 정원을 가꾸면서 사람과 자연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느낀 기쁨과 경탄, 감사와 애정을 담은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펴냈다. 그녀의 산문집 ‘호미’의 ‘어머니의 호미가 일군 글밭에 꽃을 심다’와 ‘삶의 마지막 지혜를 일깨워준 그 꽃들은 노란집에서 여전히 피어나고 있습니다’는 정원을 가꾸면서 만들어진 따듯한 글귀다. 호미로 정원을 가꿀 때 올라오는 흙냄새가 너무 좋다는 그녀에게 정원은 회색의 도시에서 탈출하는 마음의 휴식처가 되었다. 박완서는 그녀의 정원을 방문한 벗들에게 정원과 꽃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그렇게 천진난만하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원초적 인간감성을 향한 그리움과 인간성복원을 추구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헤르만 헤세는 일생동안 정원을 가꾸며 살면서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정원 일의 즐거움’을 펴냈는데 전쟁으로 피폐해진 삶 속에서 당시의 문학 흐름과 다른 자기만의 세계를 발표할 수 있었던 힘은 모두 정원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정도로 정원을 사랑했다. 헤르만 헤세와 박완서 문학의 동질성은 ‘전쟁과 정원’이라 할 수 있다.

헤르만 헤세가 “정원을 가꾸는 일은 혼란과 고통에 찬 시대에 영혼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한 것처럼 현대의 거칠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지친 우리의 영혼을 정원을 통해서 위로받고 치유 받게 된다.

2017 코리아가든쇼를 방문한 정원 애호가들이 정원에 앉아서 휴식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그들에게서 행복과 평화가 느껴진다.

장미대선이 끝났다. 전쟁 같았던 선거유세 기간 동안에 많은 상처와 아픔이 생겨났다. 잊혀지고 몰랐던 상처까지 파내고 아픈 촉수를 건드려서 모두 피폐해진 영혼이 됐다. 승자는 승자대로 지치고 패자는 슬픔과 고통 속에 헤매고 있다.

이 모든 아픔을 편안하게 받아주고 어루만져주는 곳은 정원이 최고의 장소다. 정원은 지친 우리의 삶을 토닥토닥 다독이며 위로해주고 행복과 기쁨으로 되돌려 준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